북한산 고도지구, 30년 만에 완화된다
고도지구 조정, 20m → 최대 28m로
저밀도 개발로 '개발·보존' 절충 모색
강북구·도봉구 "주민숙원 해결" 환영
오랜 기간 논란이 됐던 서울시 고도지구가 전면 개편된다.
시는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갈등을 빚어온 고도지구를 재정비하기 위해 '신 고도지구 구상(안)'을 마련, 다음달 6일부터 열람공고를 실시한다고 30일 밝혔다.
그간 고도지구는 조망권·경관 등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막는 규제로 기능했다. 도시경관 보호 및 과밀방지를 위해 건축물 높이 최고한도를 정하는 일종의 도시관리계획으로, 시는 현재 주요산 시설물 등 경관 보호를 위해 8개의 고도지구를 지정·관리 중이다.
1972년 남산 성곽길 일대를 최초 지정한 이후 북한산 경복궁 등 주요 산이나 시설물 주변을 고도지구로 지정, 서울의 경관 보존에 활용했다.
하지만 제도가 오래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높이 규제를 중복 적용 받는 지역이 생기거나 주거환경 개선이 어려워 주변과 개발 격차가 벌어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거주자와 관광객들의 의견이 갈렸다. 거주자들은 고도지구 해제나 최소한 완화를 주장했지만 북한산 관광객 등 외부인들은 규제 유지를 희망했다.
변화가 없던 것은 아니다. 2014년 서울시는 '최고고도지구 높이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5층·20m 이하 규정에서 층수제한을 없앴다. 층수와 높이를 동시에 제한하는 이중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높이제한이 기존과 같아 층수를 높이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시의 신 고도지구 구상은 개발과 보존의 절충점을 찾자는 것이다. 남산·경복궁 등 경관관리가 중요한 지역은 제대로 관리하고 그 외 실효성이 적은 지역은 과감하게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총 8개, 9.23㎢에 달했던 시내 고도지구를 6개, 7.06㎢로 정비한다. 경관보호 대상이 없고 목적도 불분명한 구로구 오류동 일대와 서초구 법원단지 주변 고도지구는 아예 해제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북한산과 남산 주변, 구기·평창동 등이다. 특히 북한산 주변이 주목된다. 현재 자연경관지구(3층 12m 이하), 제1종일반주거지역(4층 이하), 공원 등이 고도지구와 중복으로 지정돼 있어 고도지구 조정 혜택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산변 제2종일반주거지역은 현 고도제한(20m)을 28m까지 완화한다. 또 정비사업 추진 시 최대 15층(45m)까지 추가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다만 추가로 완화하더라도 북한산 경관보호를 위해 경관관리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했다.
북한산 고도지구 영향을 크게 받던 강북구와 도봉구는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 해결됐다며 반기고 있다. 도봉구는 도봉1동 방학2·3동 쌍문1동 일대가 북한산 고도지구로 묶여 있다. 전체 행정구역 49.8%가 녹지인 상황에서 고도지구가 개발 가능 면적의 11%나 차지하고 있다. 고도지구 내 20년 이상된 노후 건축물이 2318동에 달하지만 그간 노후주택 정비사업을 하지 못했다.
강북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아 수유 우이동 등 강북구 시가지 면적 약 25%가 북한산 고도지구에 묶여 있다.
구 관계자는 "개발은 둘째치고 노후건물 재건축이 막히면서 안전사고 발생 우려까지 나오던 상황"이라며 "고도지구 변경은 주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합리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규제완화로 애써 보존해온 경관이 훼손되는 것을 막는 일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 도시계획 주요 목표는 종합적인 스카이라인 관리"라며 "높이를 세밀하게 관리해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