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새마을금고 '부동산PF 연체율 급증' … 당국 "관리 가능"

2023-07-04 10:58:09 게재

금융당국, 2분기 증권사 대손상각 주문

100개 새마을금고 특별검사·점검 착수

PF대주단협약, 66개 사업장 금융지원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새마을금고의 법인대출 연체율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규모가 크지 않고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불안심리가 증폭되는 것을 막기 위해 증권사와 새마을금고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4일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사업장 정상화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PF대주단 협약에 따른 사업장 정상화 추진 상황을 논의했다.

이날 공개된 3월말 기준 전체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2.01%로 지난해 말 1.19%와 비교하면 0.82%p 증가했다. 다른 업권의 연체율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증권사 연체율은 15.88%로 지난해말(10.38%) 대비 5.50%p 증가했다. 저축은행(4.70%), 여신전문금융회사(4.20%), 상호금융(0.10%)과 비교하면 연체율이 상당히 높고 올해 1분기 증가 폭도 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초기 브릿지론이 많아 연체율인 높아졌지만 다른 업권에 비해 대손상각을 거의 하지 않아 3월까지 수치가 높게 나왔다"며 "대손상각을 확대하면서 4월과 5월에 연체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업권 대비 연체율 급격히 늘어 =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4월과 5월 전체 증권사를 대상으로 부동산PF 대출에서 추정손실로 분류한 건을 최대한 빨리 대손상각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 자산과 자기자본에 비하면 연체 잔액 규모가 작아서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향후 연체율 상승세는 시차를 두고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밝힌 증권사 부동산PF대출 잔액은 5조3000억원으로 증권사 보증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약 21조원)는 제외된 통계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법인대출 연체율이 올해 3월말 기준 9.99%로 지난해말 대비 3.27%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대출 중 건설 및 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12%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대출 연체율은 20%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마을금고 전체 대출 연체율은 3월말 기준 5.43%로 지난해말 대비 1.75%p 상승했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급등에 따른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감독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관계 기관들과 함께 10일부터 100개 새마을금고에 대한 특별검사·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 관리형 토지신탁 등 넓은 의미의 PF를 포함한 부동산 대출 전반의 연체 상황을 집중적으로 들어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위험이 매우 높은 30곳에 대해서는 특별검사를, 부실 위험은 다소 낮지만 연체율 상승 속도가 빠른 금고 70곳에 대해서는 특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 위기설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부동산PF 사업 점검회의에서 금융위원회는 "새마을금고의 경우 최근 연체율은 상승 추세이나 수익성, 건전성 지표 고려 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PF·공동대출의 경우 높은 상환순위 및 LTV 비율 감안 시 회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실사업장 정상화 추진, PF지원 펀드 9월 투입 =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4월말 'PF대주단 협약'이 가동된 이후 66개 사업장에 대한 금융지원이 결정됐다. PF대주단 협약은 부실·부실우려 PF사업장 중 여러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참여한 곳을 대상으로 사업 정상화 추진을 위해 마련됐다.

6월말 기준 91개 사업장에 대해 PF대주단협약이 적용됐으며 66개 사업장은 만기연장과 신규자금지원, 이자유예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25개 사업장은 협의 중이거나 금융지원이 부결됐다.

91개 사업장 중 브릿지론을 받은 곳이 73개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본PF로 넘어간 사업장은 18곳이다. 새마을금고는 브릿지론 4개 사업장에 대해 PF대주단협약이 적용돼 사업정상화가 추진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의 연착륙을 위해 부실·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한 정상화 및 정리를 계속해서 유도해나가고, 부동산 PF 리스크가 금융회사나 건설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6월 중 PF대주단협약이 적용된 사업장은 61개로 5월 30개에서 두배 늘어나는 등 금융권의 자율적인 정상화 노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PF대주단협약을 통한 정상화를 추진하다가 좌초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9월부터 가동되는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가 채권 인수에 나설 예정이다. 지원펀드는 부실·부실우려 사업장의 PF 채권을 인수해 권리관계를 정리하고 사업·재무구조 개편 등을 통해 사업장 정상화를 유도하기 위해 투입된다.

4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펀드를 운영할 5개 위탁운용사(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은 "이번 협약은 공적 금융기관인 캠코가 자본시장의 전문성을 갖춘 민간 업계와 PF사업장 정상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지원 펀드가 민간의 부동산 PF 사업 정상화를 위한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권도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적극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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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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