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가상자산 자진신고, 권익위 '검증' 나선다

2023-07-28 11:06:00 게재

11명 거래내역 자진신고, 미신고 의원 추가될 지 주목

조사권 없는 윤리심판자문위 '현재 이해충돌'만 판단

권익위, 21대 국회 거래내역 분석 … 결과 다를 수도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5월 국회 본회의에서 '전수조사 결의' 통과로 사실상 여야가 합의한 이후 개인정보제공동의서 제출을 미뤄오던 국민의힘이 결국 야당의 강도 높은 압박 이후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자진신고한 11명 이외에 가상자산을 거래한 의원이 더 있는지, 자진신고한 11명이 신고한 내역 중에 빠진 게 있는 지, 가상자산 거래내역이 국회의원 임기 중 의정활동과 이해충돌되는 부분이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28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이미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받았고 여야가 동시에 권익위에 제출한다는 전제로 받아놨다"며 "여당이 제출하기로 한 만큼 전수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권익위의 개인정보제공 동의 양식이 다를 수 있고 거래소마다 다를 수 있는데 그럴 경우엔 그것에 맞춰 다시 작성하면 될 일"이라고도 했다.
의사봉 두드리는 변재일 윤리특위 위원장 |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변재일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상자산 보유·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전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에게 우리도 개인정보동의서를 취합해 놓고, 여야간 동시에 그것을 전수조사하자고 합의가 되면 제출하도록 하자고 했다"며 "모든 의원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도 전수조사 하자고 할 뿐이지 권익위에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정보의 내용도 과연 권익위에 제출할만한 그런 자료인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지금 전수조사를 하자고 주장하지 않았느냐"며 "민주당도 낼지 의견을 확인하고 여야가 같이 내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여야는 지난 5월 25일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 263명의 동의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엔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여야는 이미 전수조사에 동의했던 셈이다.

◆진실게임 들어간다 = 국회의원들의 자진신고와 실제 전수조사 결과가 어떻게 다를지 주목된다. 권익위는 국회의원들의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토대로 각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거래내역을 전달받게 된다.

결의안에서 언급한 '자진신고'는 지난달 말까지 완료된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취득·거래·상실에 관하여 조사"하는 게 주요 핵심 과제다. 결의안은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를 비롯해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가상자산거래소, 금융회사 등 관계기관이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 및 변동내역 자진신고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필요한 자료와 활동에 적극 협력할 것"을 주문했다. 권익위는 이 결의안을 이미 수령해 놓고 전수조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는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매매내역을 모두 받아볼 전망이다. 국회 윤리심판자문위에 자진신고한 의원은 국민의힘 권영세·김정재·유경준·이양수·이종성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무소속 김남국·황보승희 의원 등 11명이었다. 이들은 전날 공보를 통해 보유 액수를 공개했다.

권익위는 이들의 신고내역뿐 아니라 가상자산을 매매한 적이 없다고 신고한 288명의 진실성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는 이해충돌을 어떻게 판단할까 = 권익위는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해충돌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게 될 전망이다. 국회는 결의문을 통해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가상자산 관련 입법과 입법자인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의 이해충돌 행위에 대한 의구심도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부패방지를 담당하는 국민권익위로 하여금 조사하도록 권고한다"고 했다. 이해충돌 방지 등 공직자 윤리 관련해 판단하는 국민권익위가 국회의원이 가상자산 매입, 거래, 매각 행위나 과정이 입법 활동과 이해 충돌되는 부분이 있었는지를 전반적으로 판단, 위법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현재의 보유 상황뿐만 아니라 21대 국회 임기 초반부터 소급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윤리심판자문위의 판단과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유재풍 윤리심사자문위원장은 애초 11명 중 일부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국민의힘에서 명단과 세부내용 공개를 이유로 고발의사를 밝히고 거대양당 원내대표와의 회동 이후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두 원내대표는 '이해충돌 사례는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윤재옥 여당 원내대표는 "윤리자문위가 이해충돌을 판단하는 기준은 가상자산을 자진 신고한 의원들이 유관 상임위에 있는 지 여부"라고 했고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역시 "우리 당 관련해서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의원은 없다"고 했다. '현재'는 이해충돌 사례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권익위는 과거의 사례까지 검토할 예정이며 관련 법안 제출과의 충돌 역시 검토대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최종 관심은 '후폭풍' = 최종 관심은 후폭풍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2년 전 부동산투기 전수조사때처럼 국민의힘에 앞서 먼저 전수조사를 위한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권익위는 민주당 12명, 국민의힘 12명, 열린민주당 1명 등 총 25명의 법 위반 의혹 사항을 확인하고 특별합동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실제 가상자산 거래자가 자진신고한 것과 같이 11명 정도에 그친다면 조사와 분석에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전수조사가 찻잔속 태풍에 그칠지, 여론지형을 흔들 대형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정의당과 함께 기본소득당 등 소수정당과 안철수 의원 등이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해놓은 상태"라며 "국회의원 전원의 개인정보제공동의서가 권익위에 들어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했다. "내부적으로 전수조사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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