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노동자 부담 덜고 장애인 고용도

2023-08-10 11:19:57 게재

수도권 첫 노동자작업복 빨래방

경기 안산 블루밍세탁소 가보니

땀·기름때 없애 건조 배송까지

"스마트산업단지 내 영세업체나 노동자들의 부담도 덜어주고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장애인들에게 일자리가 생겼으니 1석2조 효과가 있죠."

블루밍세탁소 직원들이 세탁 전 작업목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있다. 곽태영 기자


지난 9일 경기 안산시 반월산업단지 타원타크라 지식산업센터 내 '블루밍 세탁소'에서 만난 이영식(69) 소장의 말이다. 그는 30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중도장애인이 됐다. 이 소장을 포함해 직원 6명 모두 장애인이다.

이 세탁소는 경기도와 안산시가 운영비를 보조하고 경기도장애인복지회 안산시지부가 운영한다. 이 소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딛고 전국에서 모범적인 세탁소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조회 때마다 힘들지만 긍지를 갖고 일해 달라, 그래야 세탁소가 31개 시·군에 확대되고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세탁소 시설을 둘러본 뒤 직원들과 배송차량을 타고 업체를 방문했다. 동경이엔지와 도원이엔지를 차례로 찾아가 세탁한 작업복 30여벌을 전했다. 세탁원 김정례(54)씨가 "세탁물 가져왔다"고 인사하자 최석영(48) 도원이엔지 대표가 반갑게 맞았다. 최 대표는 "직원이 4명에 불과한 작은 업체다보니 그동안 세탁비용 부담이 적지 않았다"며 "블루밍세탁소에 맡기면서 비용이 1/3로 줄었고 세탁·배송도 잘해줘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씨도 "전에는 주차장 전화상담업무를 했는데 지금이 보수·근무여건 모두 좋다"며 "무엇보다 같은 장애인 동료들과 일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세탁비용은 상·하의 각각 500원(동복은 1벌당 2000원)이다. 시중 세탁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수거부터 세탁 건조 배송까지 해준다. 최근엔 한국노총 안산지역지부가 블루밍세탁소에 기증한 재봉틀로 간단한 수선까지 무료다.

근무환경이 열악한 영세·중소사업장이 우선 서비스 대상이다. 영세사업장 대부분이 유해 화학물질에 오염된 작업복을 세탁할 별도시설이 없어 외부 세탁소를 이용하는데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고 노동자가 가정에서 세탁하면 가족들의 건강과 위생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로 돌아와 수거한 작업복 세탁을 시작했다. 이곳은 세탁기(3대) 건조기(2대) 스팀다리미·재봉틀(1대) 등 필수시설과 사무실, 휴게실을 갖추고 있다. 세탁원들은 솔과 약품으로 작업복 안팎 이물질을 제거하고 주머니에 든 물건이 없는지 확인했다. 이들은 "옷안에 볼펜 드라이버 동전 등이 들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대로 세탁하면 옷이 상하고 세탁기도 고장날 수 있어 주머니를 꼭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별로 구분하기 위해 작업복에 별도 표식을 부착한 뒤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세탁과 건조가 끝난 작업복은 깨끗하게 정돈해 배송함에 담는다. 이영식 소장은 "노동자들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도록 작업복이 아닌 신사복이라고 생각하고 세탁한다"며 "현재 거래처가 30곳 정도인데 연말까지 100곳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는 2019년 경남 김해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전국 9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수도권에는 지난달 12일 개소한 안산블루밍세탁소가 첫 시설이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곳은 블루밍세탁소가 유일하다.

경기도는 오는 10월 시흥시에 블루밍세탁소 2호점을 개소할 예정이다. 공모를 통해 붙여진 세탁소 이름은 노동을 상징하는 블루(blue)와 꽃이 만개한다는 블루밍(blooming)을 합친 말로 노동 존중의 뜻을 담고 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안산스마트허브에는 근무환경이 열악한 50인 미만 소규모사업장이 95%에 달해 근로복지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며 "노동자들의 편의증진을 위해 블루밍세탁소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앞으로도 노동이 존중받는 정책을 적극 펼치겠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