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잇단 고소에 불안한 단체장들
정자교 붕괴사고, 성남시장 첫 입건
오송참사 유가족, 단체장 기소 촉구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한 고소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 신상진 경기 성남시장이 '정자교 붕괴사고'와 관련 중대시민재해 사건으로 입건되면서 단체장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충북 청주 오송참사 유가족·생존자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13일 청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첫 단추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속한 기소 및 재판을 통한 '진짜 책임자 처벌'"이라며 "최고책임자인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행복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 조속히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중대재해법은 주권을 위임받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최고 책임자가 '안전 및 보호조치 책무'를 마땅히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오송 참사는 충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청 등이 사고예방 의무와 시설관리 책무를 이행하지 않아서 발생한 참사"라고 규정했다.
김성훈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은 "그동안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마다 수사당국 등이 중간에 자주 수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번엔 거의 없다"면서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중대시민재해를 유발한 최고책임자의 조속한 처벌을 촉구하는 1만3000여명의 서명과 100여개 단체의 성명을 검찰에 전달하고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앞서 신상진 성남시장은 올해 4월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와 관련해 단체장 가운데 처음 중대시민재해 사건으로 입건됐다. 이 사고 사망자의 유족은 붕괴한 정자교 관리 주체인 성남시가 교량에 대한 유지보수 등 업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났다며 성남시 최고 책임자인 신 시장을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 시장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책임질 것은 지되 지엽적인 것만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규명할 것은 제대로 규명해 또 다른 제3의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지자체장을 상대로 한 첫 고소는 지난해 강원도 양양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5명의 유족이 냈다. 유족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난 5월 이병선 속초시장, 함명준 고성군수, 김진하 양양군수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유족측은 산불 진화·예방에 쓸 헬기를 공동으로 임차해 운영한 속초시와 고성군, 양양군이 안전관리를 게을리해 피해자들을 숨지게 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북 울릉군수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고소됐다. 8월 1일 울릉 해수풀장 익수사고로 숨진 초등학생 유가족측은 지난달 28일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에 있지만 수사가 꼬리 자르기식으로 진행될 우려가 높아 별도의 고소장을 경북경찰청에 접수했다"며 "남한권 울릉군수와 울릉군은 이 사건 물놀이 시설을 운영하면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중대재해 혐의로 고소가 이어지면서 단체장과 지자체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중대재해 예방·대응업무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지난 6~8월 전국 기초단체장을 대상으로 재난안전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내용에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재난안전 관리제도와 재난대응·수습 과정에서 지자체장의 판단과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번 교육과 관련해 "재난 초기대응의 성패는 기초단체장의 인식과 의지에 따라 크게 좌우되므로 그 역할이 매우 막중하다"며 "향후 정규교육 과정을 더 보강해 재난현장 대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이거나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등이 나온 재해로, 시설을 총괄하는 자치단체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법에서 정한 공중이용시설은 연장 100m 이상의 교량 지하도 고가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