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 스토킹·방화 협박범 징역 5년 확정

2023-09-15 11:06:43 게재

대법, 상고 기각 … 일반건조물방화예비 혐의는 무죄

경유 10리터와 라이터를 들고 '불 지르겠다'고 위협한 피고인에 대해 방화 목적(일반건조물방화예비 혐의)을 미루어 판단(추단)할 수 없다며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보다 직접적인 행위로 나아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직접적인 방화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하지만 스토킹과 업무방해, 특수강요미수 등 혐의가 적용돼 피고인에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스토킹처벌법·특수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자신의 국선변호를 맡았던 여성 변호사를 상대로 지난해 8∼9월 사무실에 찾아가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하는 등 15차례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변호사의 호의를 오해해 이성으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변호사가 끝내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경유 10리터가 든 플라스틱 통과 라이터를 들고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갔고 "12시까지 사무실로 오지 않는다면 사무실은 불에 탈 것이다"라며 강요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A씨는 경남 하동군에 있는 요양원 사무실에서 흉기를 들고 아버지에 대한 면회를 요구하는 등 요양원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면회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1·2심은 A씨에게 징역 5년과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업무방해, 스토킹범죄,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강요미수 등 혐의가 인정된다는 판결이었다. 다만 공소사실 중 일반건조물방화예비의 점은 무죄로 판결했다. 실제로 불을 지를 의도는 없었고 단지 피해자에게 겁을 주려고 했을 뿐이라는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일반건조물방화죄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하지만,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방화 목적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검사와 피고의 상고 모두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방화의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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