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해외여행, 당신이 남긴 탄소발자국은?

2023-09-25 11:11:29 게재

심상치 않은 비행기 배출 증가

수소항공 등 기술개발 앞당겨야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 창피한 비행기 여행'. 최근 몇 년 전부터 유럽 등지에서 벌어지는 캠페인이다. 비행기를 타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서 환경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의미로 우리가 무심하게 여기던 운송 수단에 경종을 울리는 움직임이다.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초대받은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비행기 대신 대서양을 태양광 요트로 건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이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아무리 환경을 생각한다 해도 비행기 대신 다른 수단으로 대륙을 건너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전 세계적으로 다른 방안을 강구한다는 점이다. 항공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덜 뿜어내기 위해 수소 항공, 바이오 항공유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은 물론 규제까지 등장했다. 실효성 논란이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지난 5월부터 기차로 2시간 반 내에 이동할 수 있는 지역으로는 국내선 운항을 금지한 바 있다.
탄소중립 항공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사진은 3월 13일 경기도 평택시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가는 장면.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2050년 2배 이상 배출량 늘 수 있어 =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분명 들 것이다. 우리에게 편리함을 안겨준 비행기에서 정말 그렇게 많은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올까라는 의구심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25일 한국교통연구원의 '국제항공 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대응 전략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 중 국제항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버스 기차 등 육상 배출량 대비 적을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항공 부문 탄소배출량은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다. 국제항공 부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 증가 추이가 심상치 않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국제항공 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대응 전략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8년 항공편 증가에 따른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연평균 약 5.7%로 빠르게 증가했다. 또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는 2050년까지 배출량이 2.6~11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유엔(UN) 산하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배출량 추정 및 보고 도구(CERT)'를 사용해 장래 탄소배출량을 전망한 결과, 국제선 수요의 증가 추이에 따라 탄소배출량도 늘어나 2050년에는 2019년 대비 추가로 발생하는 배출량 비율이 시나리오별로 다소 차이는 나지만 약 90~13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총생산(GDP) 성장 수준을 보수적으로 가정(위축) 하더라도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추가적인 대응 전략을 시행하지 않으면 2019년 대비 2050년 약 2배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탄소중립 항공 시대는 국제적 흐름 =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해서 국제항공 부문의 온실가스 저감은 반드시 필요하다. ICAO는 2016년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이행을 결의, 국제항공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할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또한 지난해 10월 ICAO는 '2050년 탄소 제로(0)'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비행 수단을 이용하지 않을 순 없다. 기존 항공기의 동력 계통을 교체해 청정원료인 수소를 활용한 비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기술 기발이 시급한 이유다. 영국의 제로에비어(Zero Avia)는 2020년 9월 수소 전지로 구동되는 6인승 항공기 비행에 성공했다.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2035년까지 수소 항공기 상용화가 목표다.

전기를 활용한 1·2인승 경비행기 시장은 이미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유럽 전기 항공기 제조업체 피피스트렐은 2020년 만든 2인승 경비행기 '벨리스 일렉트로'를 판매 중이다. 스웨덴과 미국 스타트업들도 단거리 시장을 겨냥한 전기 비행기 개발에 한창이다.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사용에 대해서도 관심이 늘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 등을 활용해 만드는 연료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유럽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 혼합 사용을 의무화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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