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세 … 유류세 인하 연장에 '무게'

2023-10-04 11:03:08 게재

이달 중순 연장여부 결정 … 국제유가 100달러선 육박

물가부담에 세수감소 감내 … 두달 연장하면 1조원 감소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가 고유가로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인하로 국세 수입의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물가 부담 등을 우선 고려할 것이란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수출 업체 찾은 추경호 부총리 |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수출중소기업 현장 방문에 나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금천구 고려기연을 찾아 이원태 대표로부터 업체에서 생산하는 글로브박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순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 조정을 통해 휘발유가 리터(L)당 615원, 경유는 369원을 적용해 각각 25%, 37% 인하된 상황이다.

정부는 작년 7월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한 뒤 올해부터 휘발유 인하 폭을 25%로 일부 환원했다. 이후 해당 조치를 추가로 4개월, 2개월 두 차례 더 연장했다.

◆휘발유값 1800원대 육박 = 정부가 세수 부담보다 물가 등 국민 경제 전반의 영향을 우선 고려할 것이라는 점에서, 현행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연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 유가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으로 유류세 인하 연장이 결정된 한 달여 전보다 오히려 상승한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유류세 인하 연장이 발표된 지난 8월 중순 배럴당 80달러대 중반에서 지난달 말 90달러대 중반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30원 내외에서 1790원대로 올랐고, 경유는 1600원에서 1700원대를 돌파했다.

4일 오전 8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796.32원으로 약 14개월여 만에 18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휘발유 가격이 마지막으로 1800원대를 기록했던 것은 지난해 8월12일(1805.86원)이다.

경유 판매 가격도 약 9개월 만에 리터당 1700원을 돌파했다. 이날 전국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0.11원 오른 1700.03원을 기록했다. 1700원대 진입은 올해 1월8일(1702.48원)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주간 단위로도 지난주까지 12주 연속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 등의 여파로 최근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업계에서는 공급 차질 우려 속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제유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휘발유·경유 가격의 오름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흐름 좌우 = 석유류 가격은 물가 전반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2.3%에서 8월 3.4%로 상승 폭을 1.1%p 확대했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가 -1.49%p에서 -0.57%p로 0.9%p 끌어올렸다.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은 세수의 지속 감소를 뜻한다. 정부 안팎에서는 과거 실적 등으로 미뤄볼 때 유류세 인하 조치의 두 달 연장으로 세수가 인하 전과 비교해 1조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류세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등이 포함된다. 대표적인 유류세 수입 항목인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올해 들어 7월까지 6조2000억원을 걷어 1년 전보다 7000억원(9.5%) 줄었다.

정부는 내년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이 15조3000억원으로 올해(10조8000억원)보다 4조5000억원(41.7%)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단계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다만 이는 실제 정책 결정과는 무관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대로 고유가가 이어진다면,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정상화하기는 어렵다. 지난 8월처럼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 달 연장하는 등 연장 기간을 짧게 가져가면서 국제 유가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향후 국제 유가 추이에 따라 (유류세 인하와 유가연동보조금의) 추가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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