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회계공시 수용, 민주노총 동참할 듯
"조합원 세액공제 피해 우려, 별개로 헌법소원 낼 것" … 이정식 고용부 장관 "의미 있는 진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환영했다.
한국노총은 23일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및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에 회계 결산결과를 등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연맹이 회계 결산결과를 공시하지 않을 때 발생할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 제외 등 조합원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도 24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대응 방침을 정할 예정인데 조합원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한국노총과 같은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 분위기다.
앞서 고용부는 노조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1000명 이상 노조나 그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연말정산할 때 15%의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또 지난 1일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을 개통해 11월 말까지 지난해 결산결과를 공시하는 노조만 내년 연말정산에서 올해 10∼12월 3개월치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 시행되는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은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조직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된다.
이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공시를 하지 않으면 회계를 공시한 1000명 이상의 산하 노조나, 회계 공시 의무가 없는 1000명 미만 산하 노조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오늘 오전 9시 현재 37건의 공시가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 한국노총 산하 노조의 공시는 10건, 민주노총 산하는 4건이다.
양대노총은 정부의 노조 회계공시와 조합비 세액공제 연계에 대해 "노동 탄압"이라며 "총연합단체 탈퇴를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반발해왔다.
이날 한국노총은 "정부의 회계공시 시스템에 응하는 것은 현행법을 준수하고 조합원들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함일 뿐, 정부가 개정한 시행령에 동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노조 회계 투명성을 명분삼아 노조를 부패세력으로 몰아 반사이익을 취하고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노동운동의 개입을 차단하는 등 탄압과 배제로 일관하는 윤석열정부의 노동말살정책에 맞선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위법인 노조법에서 위임한 바 없는 사항을 시행령을 통해 규정하는 것은 위임입법 한계를 일탈한 위헌적 행정입법에 해당한다"며 "1000명 이상 노조 및 총연합단체인 한국노총에 공표의무를 부여하면서 이를 불이행할 경우 의무이행의 주체도 아닌 조합원에게 세액공제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일종의 연좌제로 부당결부금지의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회계공시에 응하는 것과는 별개로 상급단체의 회계 공시 여부가 산하조직 조합원 세액공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로 하고 다음달 3일까지 2주간 청구인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정부의 노조운영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노조법 중 '노동조합은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삭제하는 등의 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 고용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노조의 회계 투명성과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착에 있어 의미있는 진전"이라며 "다른 노조들도 참여해 노동계 전반에 투명한 회계 운영이 확산되는 발전적인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 회계공시 제도가 현장에 조속히 정착되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사노위도 입장문을 통해 "한국노총의 자발적인 회계공시 시행은 노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고 한층 더 투명한 노사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한국노총은 노동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노사정간의 사회적 대화로 국가적 현안을 풀어가길 희망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