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지역 소멸 위기감 고조

2023-11-22 11:08:19 게재

폐쇄 석탄화력발전소 충남이 절반

"폐쇄하니 인구 줄고 장사도 안돼"

특별법 제정 등 구체적 대책 절실

"손님이 줄었죠. 발전소 직원들은 물론 자주 찾아오던 거래처 직원들도 줄었어요."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 지난 20일 발전소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 모(45)씨의 얘기다. 김씨는 6년째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발전소 주변으로 식당과 편의점 등이 밀집해 있지만 카페는 이곳이 유일하다. 동네 시장분위기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김씨는 "발전소가 폐쇄돼 일이 줄었으니 직원도 줄고 거래처 직원의 발전소 방문횟수도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는 지난 2020년 폐쇄됐다. 설계수명인 30년을 훌쩍 넘긴데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와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높았기 때문이다.

오천면 면사무소 관계자는 "보령 1·2호기에 근무하던 직원은 물론 가족까지 고려하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보령 전체로 보면 유동인구 500여명이 사라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시에 닥친 현실은 보령화력 1·2호기에 그치지 않는다. 2026년엔 보령화력 5·6호기도 폐쇄될 예정이다.

2020년 12월 10만명을 턱걸이했던 보령시 인구는 2023년 10월 현재 9만6068명으로 줄어들었다. 지역에선 간신히 버티던 10만명 선이 보령화력 1·2호기 폐쇄로 무너졌다고 보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 서해안 지역이 발전소에 폐쇄에 따른 구체적인 지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에서 좌측 2개동이 2020년 폐쇄된 보령화력 1·2호기. 보령 윤여운 기자


◆"국가발전 위해 희생 감수했는데" = 충남은 대표적인 석탄화력발전소 밀집지역이다. 2023년 11월 현재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9기 가운데 29기가 보령 태안 당진 등 충남 서해안 지역에 밀집해 있다. 경남 14기, 강원 7기, 인천 6기, 전남 2기에 비해 압도적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발전원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2021년 34%에서 2030년 19.7%로 축소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가운데 노후 발전소 28기를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14기가 몰려 있다.

앞서 언급한 보령시는 오히려 숫자가 적은 편이다. 태안군 석탄화력발전소는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2032년까지 6기가 폐쇄된다. 당진시도 2029년부터 2036년까지 6기가 폐쇄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국내 발전량의 34.2%를 담당하는 핵심 에너지원이지만 기후위기 등에 따른 탈석탄화 정책이 가속화되면서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한 상태다. 충남도 관계자는 "충남은 수십년간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피해와 총 연장 1396㎞에 달하는 송전선로, 대형 송전탑과 함께 살아오며 국가를 위해 희생을 감수했다"면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가시화된 이젠 또 다시 적절한 보상 없이 지역소멸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지역은 그동안 대표적인 미세먼지 피해지역이었고 지금도 곳곳에서 송전선로 건설 등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피해는 향후 생산유발금액 19조6000억원, 부가가치유발 금액 7조9000억원, 취업유발인원 7700명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이들 지역은 인구가 적어 발전소 폐쇄만으로도 심각한 지역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 2023년 10월 현재 태안군 인구는 6만명에 불과하다. 태안군에 따르면 6기의 발전소가 폐쇄될 경우 직원 900명과 가족 등을 포함해 3000여명의 인구가 줄어든다. 이들은 지역에서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는 주요 소비계층이다.

◆해상풍력단지, 수소산업 등 살 길 모색 = 충남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충남도는 올해 탄소중립경제특별도를 선포하고 대대적인 지역 체질전환에 나선 상황이다. 탈석탄이라는 세계적 추세를 인정하고 주도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다.

당장 발 등에 불이 떨어진 보령시와 태안군 등은 해상풍력단지 조성, 수소산업 유치 등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에 힘을 쏟고 있다.

보령시는 최근 미래 신산업으로 1GW 규모의 공공 해상풍력과 300㎿ 규모의 민간 해상풍력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해상풍력 설치와 유지보수를 위해 보령신항을 탄소중립거점 항만으로 육성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태안군 역시 해상풍력단지 5개를 조성해 1.96GW 규모의 에너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진시도 최근 민관이 공동으로 토론회를 연이어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타 지자체와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 8월 국회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인천 강원 전남 경남 등과 함께 특별법 제정 입법토론회를 개최하고 공동건의문을 정부와 국회 등에 전달했다. 보령 태안 당진 등 기초지자체는 타 지역 5개 기초지자체와 함께 '화력발전소 소재 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를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충남도가 올해 초에 폐쇄지역 주민과 발전사 직원 14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개 선택)에 따르면 가장 필요한 지원은 '대체산업 육성'(36.8%)이었고 '기업유치'(23.3%) '고용·취업지원'(21.1%)이 뒤를 이었다. 폐쇄로 인한 문제점으론 '일자리 감소와 고용문제'(37.3%) '인구유출과 감소'(27.7%) '지역상권 몰락 등 경기침체'(18.7%) 등의 순이었다.

이들은 지자체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특별법 제정 등 구체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탄소중립을 위한 탈석탄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그 사이 충남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그동안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만나 설득했고 국회의원 300명에게 서한을 보내 당위성을 설명했다"며 "특별법이 차질 없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협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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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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