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포용&다양성

기후변화-생물다양성 연계성 강화, 새 평가지표 필요

2023-12-04 12:42:56 게재

종-생태계 상관관계 반영 못하는 등 한계 … 환경·사회·투명경영으로 기업들 관심 높아, 체계 전환 고민할 때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손실은 연계된 글로벌 위기'. 지난해 11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나온 합의문에 언급된 내용이다. 사실 생물다양성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유엔 생물다양성 당사국총회가 별도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OP27에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의 상호 연계성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한 방증이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이 의제는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철새 이동 시기가 달라지면서 먹이경쟁은 물론 꽃의 수분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10월 16일 겨울 철새 큰기러기(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10여 마리가 강릉시 경포호에 내려앉는 장면.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이러한 분위기는 국가 단위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들 사이에서도 비슷하다. 전세계적으로 환경·사회·투명경영(ESG)이 시대적 흐름이 되면서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자연 손실에 대한 관심도 함께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연에 관한 재무영향공시(TNFD)가 기후 관련 재무영향공시(TCFD)와 동등한 수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정작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의 영향 방향에 대한 평가는 미미하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육상·담수·해양생태계 등에서 기후로 인한 변화가 관측되지만 영향 방향에 대한 전세계 평가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생물다양성을 정책적으로 보전·보호·관리하기 위해서는 생물자원 목록이 명확하게 구축되고 다양성 평가가 정량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건 기본이다.

지구온난화로 생태계변화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추세에서 자유롭지 않다. 환경부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국내 유입 외래생물 수가 증가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풍력발전과 석탄발전소가 함께 운영되는 장면.


◆온난화 심화, 멸종위험 10배이상 증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종합보고서(SYR)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육상 담수 해양 등 생태계 구분 없이 모두 변화를 겪고 있고, 이에 따른 생물다양성 손실이 일어나는 중이다(생태계에 따라 중간에서 매우 높은 신뢰도).

IPCC 보고서들은 저자들이 종전 연구결과들을 평가해 정리한다. 워낙 방대한 자료들과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다 보니 각 평가 결과에 저자들이 평가한 신뢰도 수준을 기록한다.

게다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가 아닌 3℃로 상승할 경우 생물다양성 핫스팟의 고유종에 대한 멸종 위험도는 최소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중간 신뢰도). 특히 수온에 민감한 산호초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할 경우 추가로 70~9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높은 신뢰도). 난류성 산호는 1.5℃ 상승 시 70%~90%, 2℃ 상승 시 99% 사라진다고 예측되는 등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간 연관성이 증가하고 있다.

지구 기온 변화 1.5℃는 인류 생존 위협을 막기 위한 최종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IPCC는 2040년 내에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이 1.5℃에 도달할 걸로 내다봤다.

온난화로 해수온도가 상승하면서 해파리 개체수가 증가하는 등 해양생태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커튼원양해파리.

◆기초현황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야 = 이처럼 지구온난화에 따라 지역별 생물종이나 생태계의 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생물다양성 평가 지표도 달라져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합한 정량적인 평가 지표들이 만들어져야 이와 연관된 다양한 정책들이 나올 수 있고, 나아가 기업들의 대응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11월 23일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KEI) 연구위원은 "개별 연구자 단위에서 특정 지역의 생물다양성이 얼마나 되는지 정량적으로 평가할 때는 종풍부도(단위면적 내에 서식하는 생물종 수를 세는 것)와 종다양도(개체 수는 물론 군집 구조의 복잡성 등도 함께 판단) 등을 함께 살핀다"며 "하지만 오히려 국가차원이나 정책으로 활용될 때는 종다양도와 풍부도를 함께 조사해서 활용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 여러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환경연구원의 '생태정보학적 생물다양성 평가기술 개발(Ⅱ)' 보고서에 따르면, 종수와 개체수에 대한 조사 양이 분류군별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조류나 어류의 경우 종수와 개체수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종다양성 수준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포유류나 양서·파충류 등의 대부분의 분류군에서는 개체수 조사에 한계가 있어 종수 중심으로 조사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종과 생태계 각각에 대한 평가결과는 양호하지만, 이 둘 간의 관계성 분석결과는 매우 낮을 수 있다는 점이다. 종 다양성평가는 우수한데 생태계 다양성 평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관련 정책적 의사결정에도 문제가 생기고 궁극적으로는 생물다양성 보전에도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이나 서식지(또는 생태계)에 대한 기초 현황 중심의 평가에서 '종-생태계-유전적' 다양성을 함께 평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안하는 중이다.

기후변화로 철새의 텃새화 현상이 나타난다. 사진은 물총새가 10월 강원 강릉시 남대천에서 남쪽으로 떠나기에 앞서 먹이 사냥을 하는 장면.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알기쉬운 용어설명
생물다양성 = 생물다양성협약 제2조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은 △지구상의 생물종(Species)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자(Gene) 다양성 △생물종이 서식하는 생태계(Ecosystem) 다양성을 말한다.
COP28 =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다. 파리협정 이후 처음으로 전지구적 이행점검(GST)이 이뤄지는 총회다. GST는 기후위기 대응 현황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도구로 파리협정의 핵심 원리다. GST 제1차 결과는 COP28에서 나오며 이후 5년을 주기로 시행된다. 교토의정서 체제와 달리 파리협정에서는 참여하는 당사국 모두가 감축 목표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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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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