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혁신 기업인 열전 | ⑩ 이대훈 코아드 대표
주4일 근무에 신입연봉 내년 5천만원 '이상한' 중소기업
2023-12-08 15:42:23 게재
매년 매출 10% 연구개발 투자로 혁신기술제품 개발
스마트팩토리 구축과 업무효율화로 영업익 20% 넘어
임직원 회사지분 53% 보유, 부채비율 25% 미만 유지
'이상한' 중소기업이 있다. 기존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경영이다.
일주일에 4일만 일하는데 올해 신입사원 연봉은 4420만원이다. 내년 연봉은 '5000만원+α'가 목표다. 탄력·유연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다. 2년마다 16일간의 재충전 휴가가 주어진다. 지난해 1년에 직원들이 쉬는 날을 계산해보니 180일이 넘는다.
매년 영업이익의 5%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월 20만원의 복지카드는 덤이다. 게다가 정년도 없다. 임직원이 회사지분 53%를 소유하고 있다. 매년 10%의 주주배당을 한다. 직원들은 기본 급여에 성과금, 주주배당까지 받는 것이다. 회사 부채비율은 25% 미만이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이다. 모두가 그리는 '꿈의 직장'인 셈이다.
수천억원 매출의 IT 대기업의 복지 얘기가 아니다. 올해 매출 200억원 규모의 자동문 전문제조업체 코아드(COAD)가 걷고 있는 길이다.
이대훈 대표는 한 방송사의 '사장님이 미쳤어요'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미친' 사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코아드는 경기 화성시에 본사가 있다. 2014년 9월 설립돼 올해 10살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유리자동문부터 주차장 물류창고 공장 등의 자동문까지 모든 자동문을 만든다. 어느 공간이든 맞춤형 자동문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게 코아드의 장점이다.
지난달 23일 화성 본사에서 만난 이대훈 대표는 "모든 자동문을 제작하고 시공과 사후관리 능력을 갖춘 건 코아드가 유일하다"고 소개했다.
◆외부충격에도 자동으로 복구 = 코아드는 자동문분야 강자다.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해 기술혁신을 일군 덕이다. △출입문을 초속 2m로 여닫는 '스피드도어' △고효율 단열이 강점인 '오버헤드도어' △4~5개의 패널 조각을 겹겹이 쌓는 '스태킹도어' 등을 개발해 업계를 평정했다. 제조혁신기술을 인정받아 2017년 이노비즈 인증도 획득했다.
스피드도어는 가장 먼저 선보인 주력제품이다. 산업현장에서 차량이나 사람 등이 출입할 때 출입문을 빠르게 여닫을 수 있다. 이중 '자동복구형 스피드도어'는 외부의 충격에도 자동으로 복구돼 주목받고 있다. 군용 고무보트를 만들때 쓰이는 이중 직조물 프로텍트 패브릭으로 만들었다. 문 양쪽 하단에 세로로 지퍼를 달아 외부 충격시 지퍼가 열려 자동문 파손을 막는다.
이 제품은 업계 최초로 성능인증을 받았다. 조달청 우수제품으로도 지정됐다. 차고자동문은 업계 1위다.
삼성 LG 쿠팡 현대차 등 대기업은 물론 청와대 대법원 경찰청 등에서도 코아드 제품을 설치했다. 차고를 보유한 개인이나 자영업자들도 코아드를 찾는다.
2020년 자동문전문온라인플랫폼 '자동문의 고수'를 구축했다. 자동문을 설치하고 싶은 수요자와 설치업체를 연결하는 서비스다. 현재 약 300여개의 중소 자동문 설치업체가 등록됐다. 플랫폼을 통하면 기존 대비 3분의 1 가격으로 자동문을 설치할 수 있다.
코아드는 현재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에 해외법인을 두고 현지에서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전체 매출의 20~30%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급여는 기여도의 대가 = 코아드 영업이익률은 20%를 훌쩍 넘는다.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생산과 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 했다. 대면 보고나 회의도 모두 없애는 등 업무 효율성도 높였다. 특히 주4일제 시행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10% 가량의 신규인력을 충원한 덕이다.
이 대표는 "일반 중소기업에선 20%의 영업이익률을 꿈도 꾸지 못한다. 직원들에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며 임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코아드 복지는 상상초월이다. '가족생계급여' 제도가 대표적이다. 직원이 사망하면 그 배우자에게 65세까지 사망 당시의 급여를 지급한다. '급여는 노동의 대가가 아닌 기여도의 대가'라는 이 대표의 경영철학이 담겼다.
코아드는 내년 신입연봉을 500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는 대기업 수준에 육박한다. 현재 연봉도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연봉(3192만원)보다 1000만원이 많다. 직원채용 방식도 특이하다. 우선 생산직으로 채용해 이후 경력이 쌓이면 영업부서나 해외지사로 부서를 옮겨 발령을 낸다.
'미친' 기업은 이 대표의 인생역정의 산물이다. 그는 소위 '흙수저'다. 14년간 다니던 회사를 나와 창업했다. 월급쟁이 생활에서 느낀 점을 '창업정신'에 담았다. '많이 쉬면서 돈 많이 버는 회사'를 목표로 세웠다.
중소제조업 최초로 주4일제를 도입한 것도 '직원의 마음'을 잊지 않아서다. 임직원들에게 53%의 지분을 무상증여한 것도 같은 마음이다. 그는 "당시 내가 경영을 잘못하면 날 바꾸라고 이야기했다"며 웃었다.
◆직원들 부자 만들려 IPO = 직원들은 매출로 보답했다. 창업 9년째인 지난해엔 17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엔 200억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70명이 채 되지 않는 인원이 주4일간 일하면서 일궈낸 성과다.
2025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어 자금조달이 목적이 아니다. 회사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여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IPO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직원들이 다른 곳이 아닌 회사에 투자해 부자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 대표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미친' 사장이 이끄는 '이상한 기업'이 중소기업에 새로운 모범을 만들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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