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교육학 이론으로 다시 보는 교육 이슈

변화하는 사회,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2023-12-13 11:10:48 게재
박소영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교수

2023년 9월 '교권회복 4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최근 교육계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교사에 대한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이다. 법안이 제정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스승을 존경하던 옛말이 옛 말이 된 것을 실감하게 되어 씁쓸하다. 학생들의 지식과 인격을 형성하는 데 있어 교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에 이론이 없을진대,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이 안타깝다. 이런 교사의 근무 환경과 사회적 지위는 교사를 희망하는 예비교사와 고등학생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다. 교사의 지위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지만 그들의 삶에 대한 크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생으로서 교단에 선 교사의 모습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다면 교사의 다른 모습에 대해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사의 삶과 직무 스트레스

우리가 알고 있는 교사의 삶은 항상 학생들과 함께한다. 그러나 이는 교사의 삶의 일부에 불과하다. 교사가 되었을 때 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상대는 누구일까? 교원의 업무 실태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는 업무 시간의 약 48.6%를 학생들과 함께 하며 중학교 교사는 약 32.1%의 시간을 학생들과 보낸다. 학생이 알고 있는 교사의 시간은 교사의 업무 시간 중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업무 시간 배분으로만 보면 초등 교사는 18%의 시간을 동료 교사와 함께하고 중학교 교사는 27%의 시간을 동료 교사와 보낸다. 또한 초등 교사는 25.9%의 시간을 혼자 보내지만 중학 교사는 27%의 시간을 혼자 있다. 교감 또는 교장과 함께 하는 비율은 중학교 교사가 더 높게 나타났다. 초등 교사는 2.7%, 중학교 교사는 6.2%의 시간을 교감 또는 교장과 함께 보낸다. 이는 초등 교사가 교실에서 활동하는 데 반해 중학교 교사는 교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하는 대상에 따라 행복감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다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와 함께할 때 행복감이 비교적 낮았고 중학교 교사는 혼자 있을 때나 동료 교사와 함께 있을 때 행복감이 낮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급 모두 학생과 함께 할 때의 행복감이 높지 않았다.

교사들의 행복감에는 직무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친다. 교사들은 어떤 요인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는가? 2017년 전국 초, 중, 고등학교 교사 7071명을 대상으로 교사 직무 스트레스에 대해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는 주로 시간적 압박, 업무량 증가, 과도한 직무 부담에서 비롯된다. 특히 직무요구에 따른 스트레스 정도가 가장 높았고 직무 자율에 의한 스트레스 역시 높은 수준을 보였다.

2018년 '교원 및 교직 환경 국제 비교 조사(TALIS)' 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서 구체적으로 교사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교사들은 업무 요인 중에서는 수업 준비, 수업 시간, 채점 업무, 행정 업무 등에서 크게 스트레스를 느꼈다. 한편 학생 지도에서는 교실 질서 유지, 학생으로부터의 위협이나 언어폭력 등이 교사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학부모 및 외부 기관 대응과 관련해 외부 기관 대응, 학부모 대응이 또한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해 직무 스트레스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교사들이 정서적인 고갈이나 비인간화, 개인적 성취감 결여 등 부정적인 정서로 이어지는 소진(burn out) 상태로 이어지게 된다. 소진은 학생과의 접촉 회피, 가르치는 노력 저하, 무기력으로 인한 업무 소홀, 교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 교직 이탈 등의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적으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 방안이 제안되고 있으며 직무 스트레스가 교사 소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사치유센터 등을 통한 정서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도전과 전문적 지위의 확보

변화하는 사회에서 교사는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지속적인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학교는 지속적으로 통폐합되고 교사의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학교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폐교하는 학교는 늘고 있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함께 지능정보사회로의 이동은 더욱 사회와 학교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회의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기존의 직업이 가지고 있던 역할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교사의 사회적 지위도 함께 변화하고 교사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도 변화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와 함께 교육과정 변화의 주기는 빨라지고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이 교차되며 학교 현장에 끊임없는 변화가 요구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인 직무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를 사는 모두에게 그러하듯 교사에게 사회의 변화에 따라 직무 스트레스의 정도가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직무의 변화는 역할의 변화를 가져오고 직업을 둘러싼 주변과의 관계 변화도 가져온다. 교사를 보호하는 법적·정책적 노력과 함께 교사 스스로 자신의 전문성을 신장시킴으로써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찾아갈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