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예방 안전체험교육
산재예방 안전보건교육, 체험 위주로 패러다임 변화
5인 이상 전체사업장의 59~70% 교육 대상 … 이론위주 주입식·강의식보다 실습중심 체험교육이 효과적
1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4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0명)보다 51명(10.0%) 줄었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떨어짐'이 180명(39.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물체에 맞음' 57명(12.4%), '부딪힘' 53명(11.5%), '끼임' 48명(10.5%), '깔림·뒤집힘' 37명(8.1%)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줄었으나 아직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정부는 안전보건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고 산재예방 패러다임을 처벌위주에서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전환했다. 안전보건교육도 이론 교육에서 실습 중심의 체험교육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라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뿐만 아니라 근로자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교육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사업주에게 안전보건교육을 통해 근로자가 작업장의 유해·위험요인 등 안전보건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적절한 대응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일부 사업 또는 농업 광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사업주는 근로자에 정기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해야 한다.
사업장 규모별로 근로자의 안전보건교육 대상 사업장 및 근로자 수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 5~49인 전체 사업장의 58.9%인 29만7699개소, 357만7234명이고 50인 이상 전체 사업장의 69.6%인 2만3768개소, 348만5321명이다.
인적·물적 인프라가 갖춰진 대기업에서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인적 물적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이 발생한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현장의 위험성과 무관한 교육이나 획일적인 교육내용 및 처벌 회피용 교육 등의 문제가 있다.
사업주가 근로자 안전보건교육을 사업장 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할 때 강사로서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은 사업주 또는 중대재해법에 따른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관리자 등 강사 기준에 적합한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중소규모 사업장은 안전보건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민간 교육기관에 위탁을 하는데 비용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안전보건교육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공단)은 교육강사 지원, 집체교육 및 이러닝교육, 안전체험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교육효과가 높은 안전체험교육의 확대를 위해 체험교육장 등의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최대 여수안전체험교육장 개관 = 고용부와 공단은 13일 전라남도 여수에서 전국 7번째 안전체험교육장을 개관했다. 개관식에는 이정식 고용부 장관, 안종주 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관내 기관장, 안전보건 유관기관장, 노사단체장 등 200명이 참석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국내 대표 석유화학기업과 협력업체를 포함해 300여개사가 들어서 있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다. 이러한 지역특성을 고려해 여수안전체험교육장은 석유화학 산재예방에 특화된 체험시설로 2021년 착공해 총 사업비 246억원을 들여 연면적 4642㎡, 지상2층 규모로 국내 최대다.
교육 콘텐츠로는 석유화학체험관(화재·폭발 등), 산업안전1·2체험관(건설·제조업 떨어짐·기임 등), 가상안전체험실(VR), 응급처치체험실(심폐소생 등), 역사관·미래홀, 체험안내·평가홀 등 7개 테마관과 가상현실(VR) 프로그램 등 70종의 교육콘텐츠로 구성돼 화학공장 폭발사고와 떨어짐 끼임 등 산업현장에서 다수 발생하는 각종 재해유형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다.
교육은 전문강사가 배치돼 체험을 돕고 재해예방대책을 강의하는 형태로 3시간 내외로 이뤄진다. 특히 석유화학공정에 특화해 공정별로 모형화했고 가스누출에 의한 폭발사고 예방을 위해 호스결합 및 접지선 설치, 배관 연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직업체험과정을 마련해 특성화고 학생 등 예비산업인력들이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안전의 중요성을 전달한다.
교육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며 안전보건교육포털(www.koshats.or.kr)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32곳 민간 안전체험교육장 운영 = 장경부 공단 교육혁신실장은 "교육을 통해 안전한 행동과 불안전한 행동을 함께 경험하며 안전행동의 중요성에 대한 확신을 높이고 이는 행동변화의 결정적인 의지와 신념을 확고히 해 안전보건교육에 있어도 효과적"이라며 "체험교육 내용이 실제 업무와 직접 관련될 때 보다 효과적으로 집중하게 되고 이를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론 위주의 주입식·강의식 교육이 아닌 실습 위주의 체험교육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를 확대하는 한편 단순 시설 확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유인효과를 높이기 위한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정교화도 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에서 운영 중인 안전체험교육장만으로는 증가추세에 있는 안전체험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이에 민간에서 운영 중인 안전체험교육장의 활성화를 통해 고객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공단은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험교육장의 인력, 시설 및 장비, 교육과정 등을 공단에서 심사 후 인정해 주는 '민간 안전체험교육장 인정제도'를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공단 인정을 받은 32곳의 민간 안전체험교육장이 있다.
이들 민간 안전체험교육장은 중소규모사업장, 예비산업인력 등 체험교육을 원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함으로써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정받은 민간 안전체험교육장에서 교육 이수 시 법정 교육시간의 2배를 해당연도 근로자 정기교육시간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사업장과 가까운 안전체험교육장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 이동시간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안전투자와 더불어 근로자의 안전의식 함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안전교육은 안전의식 제고에 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전북 익산에 안전체험교육장을 개관할 예정이며 앞으로 이러한 안전체험교육장을 전국에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종주 공단 이사장은 "체험교육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안전문화를 확산시켜 산재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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