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정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 숙명여대 생명시스템학부 이민경

2023-12-20 00:00:01 게재

‘정시러’의 구원투수, 선택 과목과 기출문제

1순위로 선택한 고교에 입학했지만 생각보다 교과 경쟁이 너무 치열했다. 1학년 마칠 때쯤 현재 내신 성적으론 원하는 대학은 진학하기 어렵겠다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하루빨리 수능을 준비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시러’의 길에 들어섰다. 그렇다고 학교생활을 포기한 건 아니다. 고3 때 선택한 <언어와 매체> <미적분> 등은 수능 선택과목이라 학교 공부가 수능 준비로 이어졌다. 수학과 생명과학을 좋아해 생물학과 쪽으로 진로를 정했고 가군 숙명여대 생명시스템학부에 최초 합격했다. 멘탈이 약해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지만 다시 돌어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는 민경씨의 고3 수험 생활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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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경 | 숙명여대 생명시스템학부   사진 이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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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달랐던 고교 내신
“이대론 안 되겠다” 고민 끝 ‘정시러’로
  수학을 좋아했다. 개념을 바탕으로 계산력이 더해져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즐거웠다. 수학을 좋아했기에 계열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그런데 고교에 입학하니 생각보다 경쟁이 너무 치열했다.   “경기 용인홍천고를 다녔는데 일반고지만 그 지역에서는 학구열이 높았어요. 입학 후 첫 시험에선 그래도 좋은 성적을 받았는데 진짜 내신 시험이 시작되니 쉽지 않더라고요. 고1 때까지는 학교 내신을 챙기기로 마음먹었는데 1학기말에 보니 이 성적으로는 원하는 대학은 고사하고, 서울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주변에도 내신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이 시작될 때쯤 수시보다는 정시에 집중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학생부종합전형도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내신 성적이 어느 정도 이상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챙기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자칫 내신과 수능 둘 다 어정쩡하게 쥐고 갔다가 수시와 정시 어디서도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됐어요. 그렇게 2학년 초에 ‘정시러’가 됐죠.”  
 
1년으론 부족할 것 같은 수능 준비,
수능과 연계 과목은 소홀함 없이 학교 수업 임해
  “정시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수학과 과학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바로 수능 과목이라 열심히 공부했어요. 고2 때 그렇다고 학교 공부를 아예 안 하지는 않았어요.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이 개설됐고요. 자연 계열 진학을 염두에 둔 친구들은 세 과목을 전부 선택해야 했죠. 세 과목 중에 수능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상하게 <물리학Ⅰ>은 공부할 때는 알겠는데 문제를 풀면 ‘의문사’를 당하는 거예요. 나와 맞지 않는 과목이구나 싶었죠.”   고3 때 <지구과학Ⅰ>이 개설되긴 했지만 공부하면서 수능을 치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최근 <지구과학Ⅰ>의 난도나 등급 컷이 높아져 고민이 됐다. 많은 인원이 선택하는 <지구과학Ⅰ> 대신 고2 때 배웠던 <화학Ⅰ><생명과학Ⅰ>을 소신껏 선택했다.   “<생명과학Ⅰ>은 유전 단원이 복잡하고 어렵긴 하지만 가장 재미있게 배웠던 과목이에요. <생명과학Ⅰ>을 공부하면서 생물학과, 생명과학과에 진학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전 분야를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수학 선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고2 때는 수능 공통 과목인 <수학Ⅰ·Ⅱ>에 집중했다. <미적분>은 고2 겨울방학부터 시작했다. 고2 겨울방학은 수학과 과학에 온전히 투자했다.    
기출문제 반복 풀이,
정형화된 문제 패턴 발견
  “기출문제가 중요하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EBS 연계 교재를 비롯해 학원 과제나 공부를 하다 보면 정작 기출문제를 제대로 분석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저 역시 기출문제가 진짜 중요한지 의심(?)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모의고사를 보는데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문제가 나와 기출문제를 왜 열심히 풀어야 하는지 이해했어요. 그때부터 수능 전까지 기출문제를 여러 번 풀었죠.”   민경씨는 학원과 인강 강의를 들으면서도 별도로 기출문제를 챙겨 풀었다. 시중에서도 기출문제집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EBS 홈페이지에서 출력해 풀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6~7년 치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었다. 처음엔 어렵고 잘 풀리지 않던 문제도 반복하니 익숙해졌다.   “기출문제를 풀면서 문제에 어떻게 개념이 활용되는지 알 수 있었어요. 특히 과학이나 수학은 모의고사를 풀다 보면 기출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더라고요. 과학은 기출문제에서 본 그래프나 실험이 나오기도 하고요. 문제에 나온 자료를 보면 뭘 묻는 문제인지 바로 유추가 돼 신기했죠.”    
모의고사 때마다 성적 변동 심해,
그래도 정시 집중 후회하진 않아
  “멘탈이 강한 편이 아니었어요. 수능은 무너진 과목 없이 모든 영역이 잘 나와야 하는데 한 과목의 성적을 올리면 한 과목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어요. 들쑥날쑥한 모의고사 성적으로 수능에 대한 불안이 생기기도 했죠. 그래도 내신보다는 수능을 믿을 수밖에 없기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2023학년 수능 결과 수학은 1등급을 받았지만 국어는 3등급, 탐구는 <화학Ⅰ> 2등급, <생명과학Ⅰ> 3등급을 받았다. 수학과 과학에 집중하다 보니 국어와 영어 성적이 좋지 않았다.   “국어는 시험의 난도와 상관없이 원점수가 비슷했어요. 그런데 작년에 수능 국어 난도가 낮아지면서 등급 컷이 꽤 높았어요. <화법과 작문>은 원점수 90점을 받으면 3등급이었죠. 그나마 <언어와 매체>를 선택해서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좋아하고 열심히 했던 <생명과학Ⅰ>의 성적도 아쉽긴 하죠.”   수능 성적표를 받은 후 정시 지원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학교를 높이고 싶은 마음과 생물학과에 진학하고픈 마음이 공존해 숙명여대 생명시스템학부, 중앙대 연극영화과, 건국대 줄기세포제생공학과에 지원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는 실기가 없었어요. 전공 보다 대학에 대한 관심으로 선택했죠. 하지만 나군과 다군은 불합격했어요. 숙명여대는 생명시스템학부와 화공생명공학부를 고민했는데 화공생명공학부는 공과대학에 속해 물리학 기반이더라고요.”   아직 본격적인 전공 공부를 해보지 않아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민경씨는 통계학과 복수전공을 비롯해 대학원 진학, 변리사 준비 등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 중이다.   “유전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 생명시스템학부에 지원했으니 일단 열심히 공부해봐야죠. 그동안 대입에 갇혀 있었으니 대학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요.”  
민경순 내일교육 기자 hellel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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