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피습' 피의자 구속여부 오늘 결정
흉기 개조, 동선 답사 등 치밀한 준비 정황
국민의힘 탈당 후 지난해 민주당 입당한 듯
부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은 "경찰의 구속영장신청서와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살인미수 범죄의 중대성,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 등으로 구속 사유가 인정돼 부산지방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후 7시 35분 부산지검에 살인미수 혐의로 김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3시간 30분여 만인 오후 11시 8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범행동기 등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2일 10시 29분쯤 부산 강서구 대항 전망대에서 차량으로 걸어가던 이 대표의 왼쪽 목을 흉기로 찌른 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김씨는 '나는 이재명'이라고 적힌 왕관 모양 머리띠를 쓰고, '총선 200석'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피습을 당한 이 대표는 현장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20여분 동안 응급처치를 받고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이후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정치 유튜브 시청 등 정치 관심 많아 = 현재까지 경찰 조사를 종합하면 김씨는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흉기를 구입해 개조했으며 이 대표 동선을 사전 답사한 정황들도 드러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구입한 등산용 칼의 자루를 뺀 뒤 손잡이 부분을 테이프로 감아서 잡기 편하게 개조했다. 또 칼날은 A4 용지로 여러 겹 싸서 숨기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형된 흉기는 날 길이 12.5㎝ 등 총 길이가 17㎝였다. 경찰은 흉기의 원래 길이를 알 수는 없지만 길이가 길 경우 숨기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개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범행과 관련된 김씨의 이동 경로, 범행 계획 여부 등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범행 전날인 1일 충남 아산시에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왔다가, 같은 날 열차 편으로 울산에 한 차례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2일 부산 일정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방문해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었다. 울산역은 이 대표가 갈 예정이었던 평산마을과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라 김씨가 부산에서 범행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 2차 범행장소 물색을 위해 사전답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김씨는 지난달 13일 민주당 부산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현장 인근에서도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준비와 실행은 김씨 단독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씨도 경찰 조사에서 이번 피습이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평소 주변 사람들과 왕래가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10년 전쯤 아산의 다른 동네에서 중개사무소를 개업했다가 약 5년 전 이곳으로 옮겼다.
이웃들에 따르면 김씨는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에 평상시 간단한 인사 외에는 말수도 적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평소 지인들에게는 정부·정당 관련 비판도 하고 신문을 구독해서 읽거나 정치 관련 방송이나 유튜브 등을 보는 등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김씨는 정치 유튜브를 즐겨 봤다고 한다. 김씨가 주변 상점에 물건을 사러 올 때 볼륨을 크게 키워 놓고 정치 관련 유튜브를 시청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경찰도 김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디지털 증거 추출)해 평소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극단적 내용의 유튜브 시청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당적 보유 논란도 확인 중 =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에 앞서 3일 충남 아산의 김씨 집과 김씨가 운영해온 공인중개사 사무소, 김씨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김씨의 개인용 컴퓨터와 노트북, 과도, 칼갈이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압수한 자료 및 휴대폰 포렌식 조사를 토대로 계획범죄 여부, 범행 동기, 공범 유무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여야 정당 중앙당 관계자의 협조를 받아 당원명부를 비교해 김씨의 당적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가입했다가 2019~2020년쯤 탈퇴하고, 지난해 민주당에 가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이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민주당으로부터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각 정당과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과거 국민의힘 당원으로 활동하다 탈당한 뒤 지난해 민주당에 입당해 최근까지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