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 피의자, 계획범죄 저지른 확신범 행태 보여
사전 작성 '변명문'서 역사적 사명감 강조
지난해 6월 이후 6차례 이 대표 행사 참석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체포된 이후 반성문이 아닌 미리 작성해 놓은 변명문을 경찰에 제출하고,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는 등 전형적인 확신범의 행태도 보이고 있다.
김씨는 범행 전 컴퓨터로 자신의 신념을 담은 장문의 글을 썼고, 이 대표 습격 당시 출력본을 가지고 있었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김씨를 체포하면서 확보한 변명문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또 3일 충남 아산의 김씨 집과 사무실 압수수색 때 확보한 컴퓨터에서 이 문건의 원본 파일을 발견했다.
김씨는 4일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이 대표를 왜 공격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에 제출한 8쪽짜리 '변명문'을 참고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김씨는 모두 8쪽에 달하는 변명문에서 여러 차례 '역사'를 언급하며 자신의 신념을 설명했다고 한다. 직접적인 범행 동기나 정치적 이유보다 '역사적 사명감' 등의 단어들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또 영장심사 호송 과정에서 다른 피의자들과 달리 얼굴을 드러낸 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현장에서 촬영하는 취재진 카메라를 이따금 정면으로 응시하기도 했다. 특히 김씨는 유치장에서 "책을 읽고 싶다"고 요구해 경찰이 제공한 책 대여목록에서 '삼국지'를 골라 읽었으며 제공된 식사도 꼬박꼬박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김씨의 이런 태도의 배경으로 이 대표를 피해자로 보지 않고 혐오 대상으로 인식하는 신념을 꼽는다.
또한 김씨의 계획범죄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충남 아산시에 거주하는 김씨는 지난달부터 범행일인 이달 2일까지 여러 차례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찾아 이 대표와 민주당 관련 행사·일정에 참석했다.
가장 처음 그의 모습이 목격된 것은 지난달 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의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현장이었다.
지난 1일 이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모습이 촬영된 영상에서는 김씨로 보이는 인물이 인파에 섞여 이들을 따르는 장면이 확인됐다.
그는 범행을 위해 지난 1일 집을 나섰다. 김씨는 천안아산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으로 이동한 다음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노무현 전 대통령 자택)과 양산시 평산마을(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았다. 두 곳 모두 이 대표가 방문했거나 방문하려던 곳이다. 봉하·평산마을을 방문했던 그는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는 다음 날인 2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찾아 이 대표를 공격했다.
특히 김씨는 지난해 6월 이후 6차례 정도 이 대표 일정을 사전에 파악해 행사 현장을 찾아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 있는 흉기를 쓰거나 상점에서 사지 않고, 인터넷에서 구입한 등산용 칼을 직접 개조해 준비했다는 점도 계획범죄의 명확한 증거다.
김씨가 범행 직전 임대료 연체 문제를 해결하는 등 신변을 정리하려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씨는 지난달 부동산중개소가 입주해 있는 건물주에게 "너무 어려워서 그런데 어찌 됐든 (연체 임대료를) 정리하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부터 사무실 월세를 수차례 납부하지 못해, 미납 규모가 약 5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제적인 문제로 꽤나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는 부동산에서 일하던 중개보조원 2명까지 내보내고 혼자 업무를 처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날 김씨의 부동산 중개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여야 협조를 받아 김씨의 당적 여부를 확인했다. 또 압수수색을 통해 김씨 개인용 컴퓨터와 노트북, 과도, 칼갈이 등 압수물 14점을 확보했다.
경찰은 김씨 진술과 변명문,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 프로파일러 심리 조사, 압수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범행 동기를 밝힌다는 계획이다. 또 구속된 김씨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여 이르면 내주 중 계획범죄나 공범 여부 등을 포함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