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 | 민주당, 분열 시작됐다
'개딸의 힘'에 '비명' 의원, 경선불안 '가중' … '친명 대 비명' 과열
'비명' 현역에 '낙선 좌표찍기' 가능성 …'하위 20% 명단' 등 가짜뉴스 논란
대선·지선 패배로 후보 난립, 경쟁 치열 … "지도부 '과감한 차단' 못해"
"기득권 타파" 이낙연·미래대연합 신당창당 추진 … 경선 전 이탈할 수도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 3인방의 탈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분열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탈당과 이탈의 지속 가능성은 앞으로 공천과정의 공정성에 달렸다. 적극 지지층들이 비명계를 향해 좌표 찍기에 나서거나 친명계 후보자들이 혜택을 받는 불공정한 사례가 드러날 경우 경선 전에 현역 의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미 '친명 대 반명'으로 치러지는 경선 구도가 굳어졌고 과열 현상이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 공개' 논란과 관련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의 앞부분에 "이상한, 확인되지 않은 명단이 돌아다니는데 모두 다 가짜뉴스고 사실이 아니다"며 "가짜뉴스에다가 최근에 일부 당내 분열적 요소를 부추기기 위한 정치 공작적 명단이라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10일에 "당은 하위 평가 20% 해당자에 통보한 사실이 없으며, 불출마 권고를 한 사실도 없다"며 "평가 내용 및 결과는 현재 비공개 상태이며, 추후 공천관리위원회로 이첩될 예정"이라고 했다. 당과 지도부가 직접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그만큼 당 내부에서도 '과열 경쟁'에 대한 위험신호를 감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선 평가에서 20~30%를 감점하는 '선출직 평가 하위 20% 명단이 나왔다'는 루머는 호남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을 앞두고 경쟁구도가 가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친명계(친이재명계) 대 비명계(비이재명계)' 구도를 만들어 가면서 현역 의원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호남 등을 중심으로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이 현역 초선 의원에 대해 마타도어하는 식의 과열경쟁이 심해지고 있고 이러한 현상이 '하위 20% 전달' 오보로 이어진 것"이라며 "상대방 흠집 내기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과열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지역구에서만 253석 중 163석을 확보, '험지' 외엔 대부분 현역의원이 있는데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대패로 청와대 출신 장·차관, 비서관, 행정관과 선거에서 패배한 시장·군수·구청장들이 22대 총선에 쏟아져 나왔다. 경쟁률이 높아졌고 현역 의원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비례현역 의원이 지역구현역 의원과 맞붙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도전자인 경우는 친명계를 표방하며 비명계 의원을 공략하면서 '비명 대 친명' 경쟁구도를 만들어 여론화하거나 친명 '선명성' 경쟁에 나서기도 한다. 도전자들로 구성된 원외인사들이 모임을 만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적극 지지층', 양날의 칼 = 민주당 적극 지지층들도 '친명 대 비명' 구도에 이미 가담했다.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가감없이 쏟아내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지역구에서 비명계 현역의원과 친명계 예비후보를 여론조사로 붙여 친명계의 선전을 보여주기도 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촛불행동에서는 지지와 낙선 운동에 나설 것을 표명했다.
'개딸'(개혁의 딸) 등 적극 지지층들이 좌표찍기에 나서면서 '친명 대 반명' 구도의 선거전이 과열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적극 지지층에서 민주당 내부에서 지지후보를 지목해 당선운동을 하거나 반대로 비명계에 대한 낙선운동을 펼친다면 상당한 반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 의원은 "적극 지지층들이 본선에서는 모르겠지만 경선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국민과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률을 50%대 50%로 정해놓은 민주당의 경선룰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권리당원들이 지지나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나설 경우엔 경선 승패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현역의원들의 불안감이 가중될 전망이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김어준씨가 대표인 여론조사꽃이 실시한 여론조사 경기 화성을(이원욱 의원), 경기 성남 중원(윤영찬 의원), 경기 남양주갑(조응천 의원), 충남 논산 계룡 금산(김종민 의원), 경기 부천을(설훈 의원), 경기 남양주을(김한정 의원), 전북 군산(신영대 의원), 인천 부평을(홍영표 의원) 등 8곳의 결과를 보면 홍영표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현역들이 경선에서 승리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전략적 숨고르기에 들어간 '개딸' 등 적극 지지층의 비명과 반명 공세가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강화될 것이 확실시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역의원들의 상황은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될 때 권리당원 투표율이 37.1%인데 국회의원 경선투표율이 이보다 더 낮고 여론조사 응답률도 낮아져 적극 지지층의 경선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적극지지층의 비명 반명 낙인찍기는 현역 생존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신당 원심력 커지나 =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과 '원칙과 상식' 3인방이 각각 탈당해 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박원석 전 의원 등 정의당 계열과 손잡고 민주 진영쪽에 '3지대' 신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이준석 신당과 별개로 민주 진영 신당에서는 민주당 내부의 '현역의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원칙과 상식' 3인방과 국민의힘 정태근 전 의원,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14일 미래대연합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고 함께 사는 미래를 향해 본격적인 발걸음을 시작한다"며 "승자독식 기득권 정치 타파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있는 모든 세력, 실종된 도덕성을 회복하고 신뢰받는 정치를 만들겠다는 모든 세력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모든 개혁 세력, 미래 세력이 함께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현역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공천을 최대한 늦출 예정이다.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자는 출마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이 친명 중심의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고 '행동하는 권리당원'들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현역의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 있고 공정선거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원심력으로 작동해 신당으로의 이탈이 확산될 수 있다. '비명계 3인방'에 이어 한 두 명이 이탈해 신당으로 옮겨간다면 상황은 예상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2020년 2월에 창당한 국민의당은 이미 20석의 의원을 확보하고 있었고 두 달 후에 치른 20대 총선에서는 18석을 더해 38석의 제3당이 됐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당에서 가짜뉴스와 과열을 차단하는 단호함을 보여줘야 한다"며 "하지만 당 지도부가 적극 지지층이나 친명계의 사심들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