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후 새누리당이 새겨야 할 것은

과유불급 … 지나치면 죽는다

2013-09-05 13:23:28 게재

천안함 때도 "전쟁불사" 외쳤다 지방선거 대패 … 사는 길은 '국정원 개혁'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천안함 폭침'은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유일무이한 사건으로 인해 형성된 안보국면은 여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제공했지만 결과는 불과 며칠 만에 뒤바뀌었다. 예상을 깨고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것이다.

문제는 '지나침'이었다. 6·2지방선거 공식 시작일인 5월 20일 정부는 서둘러 천안함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용산 전쟁기념관 담화는 "전쟁불사"라는 단어만 부각시켰다.

곧바로 환율이 출렁이며 개미투자자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고, '안보를 선거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들불처럼 번졌다. 유권자들은 '종이돌(paper stone)'을 들었고, 투표를 통해 안보정국에 취한 여권을 응징했다. 5% 이내로 당락이 결정되는 지역에서 13.9%의 유권자가 여권을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내일신문 2010년 6월 21일자 참조>

2013년은 2010년 지방선거의 데자뷰(언젠가 본 듯한 장면)가 될 것인가.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렇다'라고 답변하는 이들이 많다. '국가정보원 내란음모수사'를 통해 정국주도권을 잡은 청와대와 국정원, 새누리당이 지나치게 나가면 역풍으로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엄경영 디오피니언 부소장은 "댓글사건과 정상회담록 공개 등으로 수세에 빠졌던 여권이 내란음모수사를 통해 정국주도권을 잡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난여론을 자신들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면 오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내란음모수사를 계기로 대대적인 '종북몰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벌써부터 야권을 겨냥해 "이번 기회에 종북세력을 발본색원하자"며 색깔론을 들이대고 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한 의원들을 두고 "전체 300명의 의원 중에 10%에 가까운 의원들이 종북 내지 친북"이라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겠다"는 김무성 의원의 '선언'도 색깔론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꼽힌다.

'지나치냐, 아니냐'의 기준은 국정원 개혁이다. 국정원이 마련하고 있는 자체 개혁안이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새누리당이 강력한 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있다는 이야기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 9월 정례여론조사에서도 내란음모수사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국내파트의 완전폐지 혹은 대대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6.7%나 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국정원 자체 개혁안은 개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내용"이라며 "새누리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정원 개혁을 해야 건강한 여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0.6%p 차이로 겨우 이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종 개표 직후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런 말을 했다.

"정치인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늘 큰 소리를 내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움직이는 여론이 아니라, 좀처럼 소리를 내지 않지만 한번 소리를 내면 천지가 진동하는 민심이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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