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앞 여권 “네 탓” 공방, 윤석열 책임? 한동훈 한계?

2024-03-28 13:00:36 게재

여당 후보들 “용산이 선거 망쳤다” 책임론 제기

친윤 “한 위원장이 당무 독점, 결과 좋을리 만무”

총선 진다면 당정관계 극심한 부침 겪을 가능성

4.10 총선 판세가 ‘여소야대’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잦아지자,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네 탓”을 외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수도권 후보들은 “용산이 선거를 망쳤다”는 비난을 쏟아낸다. 친윤쪽은 “총선은 한동훈 책임으로 치르는 것”이라고 맞선다. 만약 총선이 ‘여소야대’로 끝난다면 여권은 ‘책임 공방’에 휘말리면서 당정관계도 극심한 부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마포 지원유세 나선 한동훈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인근에서 함운경 후보, 조정훈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28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당 수도권 후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겨냥한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3월 들어 총선 판세가 급격하게 불리해진 건 용산발 악재 탓이 크다는 인식이다.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막말 △의정갈등 장기화 △윤 대통령 ‘대파 875원’ 발언 등이 수면 아래 잠복해있던 정권심판론을 폭발시키는 촉매제가 됐다는 것. 경기지역에 출마한 여당 후보는 27일 “윤 대통령이 전면에 다시 나서면서 (총선)판을 다 망쳤다. 제발 조용히 있어주길 바랐는데, 이종섭 임명하고 대파 발언 하면서 바닥민심을 건드렸다. 경기도에서는 20석 이상을 기대했는데 이제는 10석도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여당 수도권 후보들은 지난해말 출범한 ‘한동훈 체제’ 이후 ‘한동훈 효과’와 민주당 공천 내분의 ‘반사이익’에 힘입어 우위를 점했지만, 윤 대통령이 다시 전면에 부각되면서 판세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본다. 윤 대통령이 유권자들 눈에 다시 띄기 시작하면서 윤 대통령의 저조한 국정지지도(34%, 한국갤럽, 19~21일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가 여당 판세에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친한(한동훈)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7일 “많은 (여당) 후보가 위기감을 가지고 있고,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도 면밀히 검토하면서 예의주시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윤에서는 윤 대통령보다 한 위원장에 책임의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한 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총선을 지휘한만큼 총선 판세가 악화된 것도 한 위원장 책임이라는 것. 대표적 친윤으로 꼽히는 신 평 변호사는 지난 25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한 위원장이) 당무를 독점하고 전횡을 했죠?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비대위를 완전히 장악하고, 공관위도 장악했죠. 이렇게 한 개인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독점되면 결과가 좋을 리 만무하다”며 “피로감이 이제 국민들 사이에 서서히 번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26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서는 “한 위원장이 선거 국면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대통령의 당무 개입도 거부하는 독점 체제를 형성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한 위원장 책임으로 치르는 것”이라며 “선거에 윤 대통령 책임을 논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이 아닌 ‘한동훈 책임’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유튜버들도 한 위원장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위원장이 도태우·장예찬 공천 취소로 보수표심 이탈을 자초했다는 인식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내에서 번지는 ‘네 탓’ 공방은 총선 이후 당정관계의 극심한 부침을 예고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총선이 여당 패배로 끝난다면 여당 낙선자들이 용산을 향한 원망을 쏟아내면서 당정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대통령은 임기말이 되면 여당으로부터 ‘탈당 요구’에 시달리곤 했다. 신 평 변호사는 “(총선 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거나 그 전에 윤 대통령이 스스로 탈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윤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물어 한 위원장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면서 당권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 당권을 둘러싼 친윤과 친한의 대결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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