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국가적 위기' 우려

유 부총리 "근거 없는 경제위기론" 비판

2016-03-22 10:41:53 게재

오락가락 발언이 국민 혼란 부추겨

박근혜 대통령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엇갈린 발언을 내놨다. 정치적 의도나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면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상 경제장관 회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종-서울 영상 경제장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유 부총리는 21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근거 없는 경제위기론을 조장하며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지금 이 순간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현장에서 뛰고 있는 국민과 기업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월 들어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들고 자동차 중심으로 내수 지표개선 조짐도 보인다"면서 "최근 일각에서 편협한 시각으로 경제 지표를 왜곡 해석해 근거 없는 경제실패론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부총리의 이 발언은 야당 등에서 제기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론에 대해 작심하고 반박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정작 이날 경제위기론을 제기한 건 박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움과 난관이 산적해 있다"며 "세계 경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우리 경제가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또 다른 IMF와 같은 국가적 위기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2주전 한국경제에 대해 "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며 낙관론을 폈던 것에서 위기론으로 다시 돌아선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위기를 대처하지 못하고 위기를 맞게 되면 국민들의 고통과 국가의 신용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또 다시 '국회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경제상황이 엄중한데도 선거를 앞둔 정치권과 국회가 '각자의 정치'만 하고 있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박 대통령은 "현재 선거로 인해 법안 통과 등 많은 시급한 일들이 그대로 멈춰져 방치되고 있다"면서 "언제나 선거에서는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항상 공허함으로 남아 있는 것이 현실 정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제 역할을 안하는 정치권에 대한 책임을 물었지만 일관되지 못한 정부의 메시지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평가할 때에는 낙관론을, 국회를 비판할 때에는 위기론을 들고 나오면서 경제주체들의 경기인식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얘기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