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10년 뒤를 내다보자 ③

신저유가 시대, 한국만 자원개발 낮잠

2015-12-16 10:18:46 게재

글로벌 에너지기업들, 인수합병·자산인수 적극 나서 … 유가 반등시 대박

신 저유가 시대의 장기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의 공격적인 대응전략이 주목된다.

과거 저유가 시기에는 비용절감과 투자 감축 등 소극적 입장을 취한 반면 최근에는 전략적 인수합병이나 자산 인수, 생산 최적화 설계를 통한 효율 강화 등 공격적 입장으로 변한 것이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일본, 중국도 정부가 앞장서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2년간 에너지공기업의 신규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0'건이고,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일본, 자원개발예산 최대규모 책정 = 우리나라의 2016년 해외자원개발 예산은 올해의 1/3로 줄었다. 이에 비해 일본은 해외석유개발 관련 예산을 사상 최대규모인 748억엔(7300억원)으로 책정했다.

에너지 안보를 에너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최근 저유가 상황이 자주개발률(2030년 40%)을 끌어올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인식한데 기인한다.

여기에 민간기업들의 경우 미쯔비시는 캐나다 엔카나(Encana)사의 셰일가스 지분 40%를 29억달러에 인수했고, 마루베니상사는 미국 헌트오일(Hunt Oil)사 이글포드 셰일가스 자산 35%를 13억달러에 사들였다. 일본국제석유개발주식회사(Inpex)도 캐나다 넥센의 셰일가스 지분 40%를 7억달러에 매입하는 등 해외자원개발에 적극적이다.

중국 역시 2013년 3월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에너지안보를 에너지정책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저유가 기조를 이용해 전략비축유(SPR)와 석유 및 천연가스 비축시설을 확충하고 나섰다.

국영석유회사 시노펙(Sinopec)은 호주, 브라질, 캐나다, 카자흐스탄, 앙골라 등의 유망 석유·가스자산을 잇따라 매입했다. CNPC사도 미국과 캐나다의 셰일가스 지분을 인수하는 등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저유가로 석유자산가치 저평가 =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쉘(Shell)은 올 4월 BG를 합병해 브라질 심해자산을 확보했다. 경쟁력있는 심해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중복기능을 없애기 위한 전략이다.

노블 에너지(Noble Energy)는 5월 로제타(Rosetta)와의 합병으로 우량 셰일자산을 확보하고 효율성을 높였다. 페트로나스(Petronas)는 스타토일(Statoil)의 아제르바이젠 자산을 22억달러에 사들였다.

랩솔(Repsol)은 영국 북해와 미국 육상 자산을 보유한 탈리스만(Talisman)을 전략적으로 인수해 OECD국가 자산을 36%까지 늘렸다.

이승용 한국석유공사 과장은 "저유가 지속으로 석유자산가치가 저평가되면서 유가 반등시 상당한 투자 수익률이 예상된다"며 "저금리 기조로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진 금융시장을 활용해 △사업구조 재편 △기업규모 증대 △기업가치 제고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과거와 최근 저유가시 글로벌 석유회사의 대응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고유가 시기에는 자산 고평가에 따라 우량한 자산도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닐 수 있다"며 "하지만 저유가 시기에는 우량한 자산은 물론 나쁜 자산 역시 좋은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CEO 56% "1년내 자산 인수할 것" =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의 전략적 인수합병, 자산인수는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딜로직(Dealogic)이 조사한 '2015년 상반기 세계석유업계의 인수합병' 규모는 전년대비 약 2배 증가한 3212억달러(379조3372억원)에 달했다. 1995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 수치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액손모빌(ExxonMobil)을 대규모 인수합병 시도의 가장 유력한 회사로 보고 있으며 BP사, 툴로(Tullow),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등도 잠재적 인수·합병 대상 기업으로 꼽고 있다.

정부부처의 전직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7%에 육박한다"며 "최근 저유가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자원개발이 장기적인 투자 사업이라는 특징을 고려할 때 최근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추진하듯 해외 유망자산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컨설팅사 EY가 최근 글로벌 석유회사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저유가에 대비한 회사의 대응 전략' 1순위는 자사주 매입 및 배당 축소, 2순위는 자산 인수기회 탐색으로 나타났다.

또 1년 이내에 자산을 인수하겠다고 응답한 CEO가 56%에 달해 신 저유가시대의 대응전략이 국내 분위기와 심한 대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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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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