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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미국경제는?

2024-07-19 13:00:33 게재

올해 미국에서 기억될 만한 중요한 사건이 지난 7월 14일에 있었다. 20세 젊은 친구의 트럼프를 향한 총격은 트럼프의 재선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격이 됐다. 지금 세계 각국은 트럼프의 2기 집권에 따른 자국 경제 및 정치적 영향을 긴밀히 검토하고 있다. 만약 올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미국경제는 위기에 더 빨리 노출될 것으로 전망해본다.

이미 경제위기 문턱에 들어선 미국경제

경기쇠퇴를 예견하는 유명한 법칙이 있다. 바로 ‘샴의 법칙(Sahm’s rule)’이다.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라우디아 샴이 만든 이 법칙은 최근 실업률의 3개월 이동평균이 이전 12개월 동안의 최저 평균 실업률보다 0.5%p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의 초기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올해 초 미국 실업률의 이 수치는 0.2%p이었지만 현재 6월기준 이미 0.43%p로 경계선 바로 턱밑까지 왔다.

미국 각 주별로 보면 캘리포니아주 뉴저지주 등 20개 주의 실업률이 이미 샴 법칙의 상한선 0.5%p를 터치했는데, 이들 20개 주의 노동력 규모가 전체 미국 노동력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중 캘리포니아주만 전체 미국 노동력의 11%를 차지한다. 실업자들이 많으면 소득이 줄어들기에 점점 소비가 줄어들며 경기가 위축되고 이는 또다시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만든다.

샴의 법칙의 주요특징은 미국 노동통계국의 실업률 데이터에만 의존하기에 아주 단순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이 지표의 정확성은 아주 높아 1950년 이후 발생한 11번의 경기침체를 모두 정확하게 예측해 현재 연방준비제도 경제데이터(FRED)에 포함될 정도다. 현재 이 지표가 0.43%p까지 왔다는 것은 이미 미국경기가 침체 진입 직전이거나 이미 경기침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경제 본질적 문제는 제조업 공동화

미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조업의 장기적인 공동화다. 선진국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바로 미국 등 선진국 기업 중심으로 세계화의 시대적 배경 하에 스마일 커브(Smile Curve) 원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기업 성장전략을 다시 짜기 시작한 데서 비롯되었다.

스마일 커브는 제품의 밸류체인(Value chain)에 따라 수익성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을 의미하는데 모양이 웃는 모습과 같다. R&D 제조 유통 서비스 등으로 밸류체인을 나눠보면 수익성 측면에서 제조 조립과 같은 과정은 낮은 부가가치를 얻고, R&D 서비스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얻는 현상을 말한다.

스마일 커브는 세계 경제에서 강력한 위치를 유지하려면 혁신과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R&D나 디자인, 브랜딩에 투자하는 기업은 더 많은 가치를 확보해 경쟁사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 이로 인해 선진국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인적자본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중점을 두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선진국의 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은 주요 산업기능으로 여겨 본국에서 직접 수행하고 제조는 노동력이 싼 이머징 국가로 이전했다. 결국 이런 정책이 40년 넘게 시행되면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제조업 기반은 사실상 많이 무너졌다.

제조업은 서비스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다. 제조업은 성장할수록 근거지에서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된다. 세계화가 더욱 확대되면서 아웃소싱이 보편화되었고, 기업들은 점점 더 인건비가 싼 국가들에 제조 및 조립 공정을 아웃소싱해왔다.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제조업 생태계가 성장한 반면, 선진국들은 점점 더 연구개발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활동과 마케팅, 판매에 집중했다. 이것은 세계적인 분업과 경제 지형의 변화를 초래했다. 고부가가치 활동은 선진국에 집중되고, 저부가가치 활동은 개발도상국에 집중되면서 기술 및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중국이 2001년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이러한 글로벌 제조업 생태계 변화가 더욱 가속화됐다. 미국은 핵심기술 개발에 지속적인 선두를 유지해온 반면 중국은 제조업 생산공장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해왔다. 2018년 기준 중국의 제조업 부가가치는 4조달러(세계 총액의 28.37%)인 반면 미국은 2조3000억달러(세계 총액의 16.65%)다. 일본은 1조달러(7.23%), 독일은 8060억달러(5.78%), 한국은 4590억달러(3.29%)다. 2조33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조업 부문은 2018년 미국 경제 생산량의 11.6%를 차지했다.

트럼프가 당선돼 제2기가 시작되면 전세계적으로 제조업의 리쇼어링 및 지역화 추세가 강화될 전망이다. 정치적 긴장, 무역분쟁 및 지속가능성 증대의 필요성과 같은 글로벌 공급망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응해 글로벌 기업들은 제조 활동의 리쇼어링 또는 근접 쇼어링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제조업에 대한 트럼프의 초점은 대부분 중국에 맞춰져 있다. 2019년 8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에서 제조업에 대한 대안을 찾으라고 명령했다. 국회의원들이 의약품과 같은 필수 공급품을 외국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 자연적인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국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코로나 발생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중국에 대한 제재강화가 정말 미국을 제조업 복귀로 이끌 것인가? 새로운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실제 중국에서 생산을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국 제조업 경제에 미칠 영향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조업 부문은 트럼프 제1기 행정부 당시 제정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미국의 공장 생산량은 2019년 1.3% 감소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행정부 기간 동안 5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추가되었지만 중서부 지역의 일자리 증가는 여전히 부진하다.

게다가 현재 전세계적인 추세가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자동화 실현으로 미국 노동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추세는 1명의 트럼프가 아니라 10명의 트럼프가 와도 막지 못한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함에 따라 자동화 및 디지털 기술이 더욱 보편화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및 엔지니어링과 같은 분야에서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일부 저숙련 제조 일자리는 기계로 대체되기 때문에 이는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숙련 활동을 하는 선진국 근로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저숙련 제조업 근로자들은 임금정체 또는 일자리 감소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것은 국가 내부와 국가 간의 소득불평등의 확대를 초래하고 있다.

트럼프 정책, 시대 흐름 어긋나 실패 가능성

만약 정말 트럼프 2기가 출범할 경우 미국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트럼프의 정책들이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자국 우선주의와 무역보호주의를 채택하려 한다. 이는 미국의 쇠락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리더가 되려면 남에게 주는 것과 때리는 것을 동시에 잘해야 하는데 트럼프는 주지 않고 때리는 정책만 취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같이 가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동시에 만약 같이 가지 않으면 많은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인식시켜야 하는데 트럼프는 일방적인 미국 우선주의이다.

당선되면 유럽에도 높은 관세를 때리겠다고 하고 있어서 유럽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무역보호주의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고관세가 기본 추세가 될 것이며 이는 세계 경제위기 가속화를 초래하는 동시에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들에게 큰 어려움을 줄 것이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국 어바인대(UI)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