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
2025
2024년 12월 ‘충청남도 도서관 및 독서문화 진흥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한 수정안’이 충청남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안은 ‘자료선정 및 이용제한’에 있어 ‘자료선정실무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사서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각 도서관이 절차에 따라 자료를 확보하는 가운데 자료심의와 관련한 또 하나의 기구를 만들겠다는 내용입니다. 한국도서관협회와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은 이를 검열기구로 보고 반대해 왔으나 조례 개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취재 당시 곽승진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충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은 “도서관에 비치된 도서를 검열할 수 있는 기구의 신설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면서 “자료선정실무위원회는 ‘자료선정 및 이용제한’ 등 검열기준의 모호성, 정치적 악용 가능성, 사회적 갈등 초래, 도서관의 역할 왜곡 등 지식의 접근성, 문화적 다양성 등 민주 사회의 핵심 가치를 훼손할 위
01.02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자기 멋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에너지문제도 정치화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탄핵정국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에너지정책의 불확실성은 커져만 간다. 하지만 에너지문제는 우리 삶의 기본토대가 될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장기적 대안이 되는 만큼 흔들림 없이 착실히 추진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확정은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다. 전기본은 2년마다 한번씩 수립하며 △전력수급의 장기전망 △전력수요관리 △발전 및 송변전 설비계획 등 전력수요와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종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11차 전기본의 계획기간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다. 그런데 계획기간 중 벌써 1년이 지났다. 올해 확정한다고 해도 내년에 바로 12차 전기본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1월 공개할 예정이었던 실무안을 5월 말에야 공개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상임위 보고만 남겨두었는데 여야 정치논리에
12.31
2024
석달 전 출입처를 대통령실에서 서울경찰청으로 옮겼다. 지인·동료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용산 탈출을 축하한다”였다. 처음엔 지지율 내리막인 정권을 취재하느라 고생했다는 뜻이었는데 12.3 내란사태 후엔 ‘천만다행’이라는 뜻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위헌적 군·경 동원으로 내란 피의자 신세가 됐다. 탄핵소추까지 당했다. 국정의 중심이어야 할 대통령실은 침묵 상태다. 한마디로 출입처가 쑥대밭이 되기 직전에 운 좋게 빠져나왔단 소리다. 덕담 아닌 덕담에도 한켠에선 자괴감이 가시지 않는다. 윤 대통령을 대선 때부터 2년 반 넘게 매일같이 지켜보고도 그가 어떤 지경까지 갈 수 있는 인물인지 가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용산에서 소모한 에너지와 감정이 헛된 것이 돼버린 기분이다. 기자뿐이랴. 윤 대통령은 온 국민의 정치적 상상력을 퇴행적으로 극한까지 확장시켰다. 하룻밤의 내란사태로 대미 관계는 어느 때보다 흐려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 ‘대한민국
12.30
1905년 일제의 을사늑약에 서명해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 5명을 을사오적이란 부른다. 1970년 박정희 독재시절 시인 김지하는 시 ‘오적’을 통해 독재에 빌붙어 호사를 누린 5적(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풍자했다. 100년 전 나라를 팔고 50년 전 군부독재에 부역한 5적이 2024년에는 없을까.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부추겨 집권한 뒤 출세와 재물이란 전리품을 나눴지만 윤 대통령이 저지른 내란사태에는 ‘나 몰라라’하는 이들은 역사 속 5적과 무엇이 다른가. 2021년 검복을 벗은 윤 대통령 주변에는 전현직 국회의원 관료 장성 언론인, 그리고 재벌이 잔뜩 꼬였다. ‘신 5적’으로 부를만한 그들은 윤 대통령이 보수 출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장본인이지만 집권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용병’으로 채용해 힘을 실어줬다. 현직들은 신분을 감추고 은밀히 도왔고, 전직들은 캠프에 이름을 올리고 정권탈환에 앞장섰다. 재벌들은 지원사격을 맡았다
12.27
26일 질병관리청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따로 만성질환 관련 통계를 발표했다. 질병청에서는 고령화로 인한 질병부담이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3년간 만성질환 진료비가 연간 8.4% 증가했다고 밝혔다. 건강증진개발원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만성질환관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이용자의 85.0%가 사후관리 참여를 원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질병청의 발표를 보자. 2023년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27만5000명에 이른다. 전체 사망의 78.1%에 해당한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90조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84%에 달한다. 이러한 만성질환 관련 통계는 당분간 개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왜냐하면 성인의 고콜레스테롤혈증(Pure hypercholesterolemia)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성인 비만율은 2020년 이후 늘어난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30년 동안 급속한 인구고령화를 겪게 될 것이기에 이로 인한 사회적 부담은 사회의 지
12.26
지난 12월 3일, 난데없는 비상계엄에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심야에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과 국회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천만다행 계엄이 해제됐다. 공포와 충격의 그 밤이 지나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충격이 잠시 가시니 간밤의 계엄은 한바탕 소동으로 치부됐고 술자리 안주에 올랐다. 그리고 거의 모든 모임에서 한마디씩 나온 이야기. “아니, 이왕 할거면 제대로나 하지, 이런 허술한 계엄은 생전 처음 보네.” 안 그래도 맘에 들지 않던 윤석열 대통령과 그가 설계한 쿠데타를 비아냥거리는 농담이겠지만 한켠에선 섬뜩한 생각이 든다. 만약 저들이 보다 치밀하게 준비해서 ‘제대로’ 계엄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1972년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의회가 강제 해산됐고 언론자유가 사라졌다. 정치인 언론인 활동가 등 수많은 시민이 체포되고 고문을 당했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계엄 기간 필리핀에선 7만명이 투옥됐고 3
12.24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역사적 평가의 기로에 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다. 한덕수 대행체제는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는 데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상황임에도 한 대행체제가 유지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였다. 내수와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한국경제가 초유의 내란사태를 맞아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기까지 내몰렸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내란상황을 마무리 짓고 시장과 세계에 한국경제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대행체제’에 떨어진 절체절명의 특명인 셈이다. 그러자면 한 대행은 내란수사와 탄핵절차가 한시간이라도 빨리 온전히 돌아가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사실 내란 와중 인 한국경제의 ‘시간’은 국민과 국가의 천문학적 손해를 동반하는 구조다. 매일 환율은 올라가고 있고 기업과 가계는 큰 손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국내 증권시장은 내란사태 보름여 만에 시가총액 기준 89조원이 증발했다. 이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는 한 우리 국민
12.23
천만다행스럽게도 12.3 내란사태는 꽤 오래 준비를 한 것 치고는 너무 허술했다. 아직 이해가 안되는 점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해제를 빠른 시간 안에 받아들인 것도 솔직히 의외였다. 국회를 접수하기 위해 군대까지 동원하지 않았나. 아무리 막나가는 사람이라도 헌법을 끝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나. 역대 3번의 대통령 탄핵을 국회에서 지켜본 한 야당 의원은 “그게 바로 헌법의 힘”이라고 했다. 황색의 도로 중앙선이 운전자들을 좌우로 움직이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헌법을 다시봤다. 헌법 전문, 국민주권주의, 국회의 권능과 대통령의 역할 등등. 해석의 여지가 있고, 시대상을 반영한 개정요구가 있지만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이루고 견제와 균형의 묘가 느껴진다. 내란 시도 당일 다수의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주변으로 몰려와 국회를 지켰다. 국회의원 190명이 155분 만에 계엄을 해제시켰다. 민주공화국의 주인과 대리인들이 헌법을 수호하고 지킨 행동이다. 평소
12.20
“이렇게 임대료를 감면해 줄 거면 우리도 입찰가를 높게 쓸 걸 그랬습니다.” 최근 만난 모 면세점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공항공사)가 입찰공고에 절대불가하다고 명시했던 임대료 감면을 특정 업체들에게 적용시키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를 제시해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이후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임대료 감면을 요청하고 공항공사가 이를 수용하려는 움직이다. 최근 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4단계 확장 구역내 동선상에 위치한 면세사업권 매장의 임대료 산정을 ‘영업료 방식’으로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보냈다. 매출액 대비 임대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임대료 감면 조치다. 그동안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여객이용객수’에 비례해 부과했다. 여행객이 면세점에서 물건 하나 구매하지 않아도 면세점은 이들 숫자만큼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신라면세점은 여객수 1인당 최저수용액이 5346원인 1구역 입찰에 여객 1인당 8987원
12.19
한때 일본 불매운동 표적이었던 의류업체 유니클로가 되살아났다. 언제 불매운동이 있었냐는 듯 요즘 서울시내 유니클로 매장은 북새통이다. 당장 영업실적만 봐도 그렇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유니클로 모기업 에프알엘코리아 2023 회계연도(2023년 9월 1일~2024년 8월 31일) 매출은 전년 대비 15% 늘어난 1조602억원에 달한다. 한일관계 악화로 불매운동이 한창이었던 2020년(6298억원)에 비해 68% 늘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1489억원, 1321억원으로 불매운동 전보다 각각 159%, 175% 급증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불매운동 때문에 2020년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에 영업손실 884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바 있다. 수치상으론 3년 새 상전벽해급 반전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실적회복과 함께 모기업 ‘배불리기’ 행태도 더 과감해졌다. 지난해와 올해 당기순이익(각각 1272억원, 1321억원)보다 많은 1800억원을 배당했다. 한
12.18
광역자치단체 간 행정통합 추진이 깜깜이 상황에 처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야심차게 추진되고 있었는데 돌연 내란사태 소용돌이에 휩싸인 탓이다. 큰 후원군이던 윤석열 대통령부터 권한정지 상태다. 주무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도 사퇴했다. 대통령과 정부 동력이 약화되면서 행정통합을 논의하던 시・도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기에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2026년 6월 지방선거부터 통합지자체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계획이지만 시・도간 합의와 주민동의, 특별법 제정 등 정상적으로 진행돼도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탄핵정국으로 그동안 진행되던 모든 일정이 틀어져버렸다. 문제는 내란사태 이전에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큰 동력이 됐지만 이젠 오히려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앞선 대구·경북 행정통합에서부터 위기감이 감지된다. 이미 통합안이 대구시의회를 통과하며 상당히 진행된 곳이다. 행안부와 대구시·경북도 등은 당초 올해 안에 국회에서 행정통합
12.17
지난 2일 ‘뇌썩음(brain rot)’이 옥스퍼드 사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인터넷 문화나 비공식 대화에서 사용되는 속어로 의학적 용어는 아니다. 소셜미디어 유튜브 밈(meme) 등 인터넷 콘텐츠를 지나치게 소비하면서 시간이 낭비되고, 정신적으로 피로감이나 무기력함을 느낄 때 이를 ‘뇌썩음’으로 표현한다. 소셜미디어에 넘쳐나는 정보가 오히려 해악이 되는 비판적 의미가 담겼다. 지난 3일 밤 군대를 동원한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전반적 인식과 12일 대국민담화는 ‘뇌썩음’을 의심케 하기 충분했다. 본인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비판 세력에 대해서는 ‘광란의 칼춤’ 등 격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선거 조작설 등 각종 음모론과 극단적 주장을 일삼는 극우 유튜버 논리와 판박이였다. 14일 탄핵이 가결된 뒤 발표한 담화문 역시 다르지 않았다. “폭주와 대결의 정치에서 숙의와 배려의 정치로 바뀔 수 있도록 정치문화와 제도를 개선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
12.16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는 선택이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권한을 맡길 대리인들을 선택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선택받은 이가 그 이유를 망각했을 땐 부여했던 권한을 회수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게 탄핵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동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선택권을 극단적으로 외면할 수 있다는 ‘징조’가 엿보였다. 국민이 정당하게 선택한 국회에 총부리를 겨누고 국민의 기본권을 차단하려는 계엄과 포고령을 선포한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였다. 국민의힘 의원 85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에 반대 입장을 냈다. 기권, 무효표까지 합하면 ‘즉시 직무정지’에 명시적으로 찬성하지 않은 의원은 80%를 훌쩍 넘는다. 이들이 탄핵에 반대한 이유는 ‘비상계엄에 문제가 있지만 민주당에 정권을 내줘선 안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란 혐의를 ‘고도의 통치행위’로 감싼 이도 있
12.13
2년 넘게 윤석열 대통령을 봐왔지만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나 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나흘 만인 7일 국민에게 사과하며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형사처벌까지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시대착오적 계엄 선포로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어렵게 발전시켜온 민주주의의 역사를 되돌리려 했으니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회피하지 않겠다’고 한 건 대통령 자리를 지키며 탄핵이 됐건, 수사가 됐건 자신에 대한 공격에 대해선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미였다는 걸 12일 담화를 듣고서야 알게 됐다. 30분 가량 진행된 담화 내내 윤 대통령은 계엄 발동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계엄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제대로 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과 시민을 상대로 군대를 동원한 윤 대통령은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을 체포해 구금하려는 계획까지 치밀하게
12.12
북극항로 개발이 기후변화 속도와 불확실성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기후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무역루트로 꾸준히 조명받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극항로를 이용한 에너지와 물자수송 비중을 늘려왔다. 미국은 경제 안보 측면에서 북극해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새로운 해양전략의 핵심 중 하나로 설정했다. 우리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북극해를 둘러싸고 벌이는 ‘오션 그레이트 게임’(홍승용 전 해양수산부 차관)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해양대학교와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국회 바다와미래연구포럼은 10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해양없이 글로벌 허브도시 없다’를 주제로 지·산·학·연 포럼을 열었다. 여기서 허윤수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극항로 상용화가 글로벌 허브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항에서 북극항로를 연결하려면 남쪽으로 내려와 돌아가야 하지만 부산항은 북극항로와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지경학적 이점이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야기
12.11
12.3 내란사태는 답보 상태였던 노·사·정 사회적 대화마저 중단시켰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국노총이 “군대를 동원해 국민에게 총을 겨눈 사람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의 일환으로 시작된 한국의 사회적 대화는 25년 동안 노사정위원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걸쳐 경사노위로 제도화됐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 주도로 진행되면서 노동정책 추진 ‘명분쌓기’라는 비판도 있었고, 정부 성격에 따라 ‘편향성’ 시비에 시달렸다. 민주노총은 1999년 2월 정리해고제 도입 등을 반대하며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현재까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도 경사노위는 사용자 편향성 논란으로 부침을 겪었다.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와 과학기술발전·기후위기에 따른 산업대전환, 저출산·고령화 등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12.10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 선포와 7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무산 후폭풍으로 한국 증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순매도와 함께 개인투자자들의 공포매도(패닉 셀)가 확산되면서 4거래일간 코스피는 5.58%, 코스닥은 9.23% 급락했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4년 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원달러환율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장중 1440원에 육박하며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탄핵 불발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은 더 높아졌다. 이는 K-증시 밸류업(가치 제고)을 추진하던 정부가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조장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 결과 K-증시 밸류다운(가치 하락)이 돼버렸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믿고 국내 증시에 남았다던 한 개인투자자는 윤 대통령 때문에 한국 증시가 무너졌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초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중 유일하게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이사회가 소액
12.09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가 여당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언론은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혼란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한다. 이처럼 불법계엄에 대한 조기수습이 어려워지고 탄핵정국이 길어지면서 국가신인도 하락 등 ‘계엄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어리석은 판단 때문에 피땀 흘려 일궈온 세계 10위권 대한민국이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다들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지방의 사정이 더욱 어렵게 됐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도산하고 생산공정마저 축소하는 마당에 계엄 후폭풍까지 더해지는 비상상황에 직면했다. 이달 중순 사우디아라비아 중소기업청이 전북자치도를 찾아 현지 진출 등을 협의할 계획이었지만 국내 상황을 이유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탄핵정국이 길어지면서 이런 상황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이미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린 전남 여수 석유화학단
12.06
12.3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들려오는 윤석열 대통령의 상황인식을 듣자니 참담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여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폭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상계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야당에 대해 경고만 하려고 했던 것” “국회에서 해제될 걸 예상하고 한 조치”라고도 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들의 용비어천가식 해석은 더 기가 막히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내일신문에 “(계엄은)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총회에선 “대통령이 고독할 때 국민의힘이 말벗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모 의원의 자아비판(?)이 나왔다. 같은 땅, 같은 하늘에서 그날 밤을 경험한 게 맞는지 의심될 지경이다. 헌법을 자주 이야기하던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헌법 어디에 ‘경고성으로 계엄을 선포해도 된다’고 써 있나. 국회에서 해제될 것을 예상했다는데 만약 국회 봉쇄에 성공해 계엄해제가 신속하게 안 됐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
12.05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 1995년 4월 13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 베이징 발언 후 29년이 흘렀지만 정치는 여전히 4류다.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했다. 이 상황만 보면 ‘4류’라는 등급도 분에 넘친다. 그 여파로 한국경제는 요동치고 있다. 환율은 뛰고 주식선물은 급락했다. 원 달러 환율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고환율은 물가상승을 부추긴다. 한국은행은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하면 12월 이후 물가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3개월 연속으로 1%대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이 다시 2% 부근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졸지에 한국이 ‘여행위험 국가’가 됐다.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는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비자 발급 등 영사업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