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
2026
차일피일 미뤄지던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이 드디어 공개됐다.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를 통한 법정공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논의됐던 30조원 이상에서 공시 대상을 확대하고 한국거래소 자율공시가 아닌 법정공시를 택한 점은 분명 환영할 만한 진전이다. 하지만 이번 최종안에는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큰 문제는 ‘스코프3’(기타 간접배출) 공시 3년 유예다. 글로벌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따르면 기업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평균 75%가 스코프3에서 발생한다.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과 전환 리스크를 보여주는 핵심정보인 스코프3를 제외한 ESG 공시는 반쪽짜리 공시일 수밖에 없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스코프3와 관련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와 프랑스 법원은 잇따라 쉘, 토탈에너지스 등 글로벌 대기업을 상대로 스코프3 정보공개와 감축에
07.09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8일 안에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청산절차에 들어간다. 한때 국내 대형마트 2위였던 기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이번 사태는 유통기업 하나의 실패로만 볼 일이 아니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대가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자본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를 묻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직영 직원만 약 1만2000명에 이른다. 간접고용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 소상공인, 지역 상권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부는 협력업체 유동성 지원과 체불임금 대지급금 지급, 저금리 생계비 융자 등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국민연금도 손실 위기다. 기업 하나의 위기가 노동자와 협력업체를 넘어 국민의 세금과 노후자금까지 흔들고 있는 셈이다. 반면 홈플러스의 대주주였던 MBK파트너스는 기업을 인수한 뒤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했고, 세일앤리스백 등을 통
07.08
축구 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한국 축구 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13년간 한국 축구 수장직을 맡았던 정몽규 회장이 물러났고 정부와 축구계는 ‘K-축구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한국 축구 새판짜기에 나섰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축구협회장 선거제도’다. 현행 축구협회 정관상 차기 회장 선거는 60일 이내에 선거인단 192명의 투표로 치러지는데 이대로라면 기득권 세력의 영향력이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축구인과 팬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부터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축구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달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선거제도뿐 아니라 선거관리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대선거구제가 일부 확대됐지만 거대 양당의 독점은 강화됐고 무투표 당선인은 513명으로 4년 전 490명보다 늘었다.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종속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방효창 경실련
07.07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이들을 포함한 12명의 범여권 의원들이 내놓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신 검사가 수사기관에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수사한 기관의 장에게 수사관 징계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해 보완수사 요구의 실효성을 담아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결정을 국회에 맡기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소한의 범위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들 중에도 이에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사실 보완수사권 논란과 관련해 걱정스러운 점은 그 이면에 민주당 당권(당대표 선출) 경쟁이 자리잡고
07.06
최근 만난 서울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진보와 보수진영의 ‘같은 말, 다른 생각’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진보진영이나 보수진영 모두 ‘연금 구조개혁’엔 찬성하는데 ‘구조개혁’의 의미는 서로 너무 달랐다”며 “말만 들으면 금세 합의점을 찾을 것 같지만 실제 얘기해 보면 생각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토론회에서도 민주당의 ‘같은 단어, 다른 해석’이 지목됐다. 윤희웅 오피니언스 대표는 청년세대의 민주당 지지 철회 이유로 “청년은 공정을 기회의 평등 등 절차적 공정으로 이해하지만 민주당은 결과적 평등, 약자 배려 등 공동체적 재분배로 접근한다”며 “같은 단어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로 서로 해석한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도 비슷하다. ‘같은 말’을 하면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집권 2년 차에 들어서면서 민주당에 보낸 신호는 ‘포용’이었다. 그는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07.03
관광은 흔히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한다. 그러나 관광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투자와 재원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관광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해외 홍보를 확대하며 지역관광을 육성하고 어려운 관광업계를 지원하는 일은 안정적 재정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아무리 관광객 유치를 외쳐도 재원이 없다면 정책은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최근 국회에서는 ‘출국납부금 현실화, 왜 지금인가?’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는 조계원 국회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공동 주관했으며 관광학회, 여행업계와 호텔업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렇게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모여 관광재정 확충의 필요성을 논의한 것은 그만큼 현장의 위기의식이 크다는 의미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출국납부금이 단순한 부담금이 아니라 관광진흥개발기금의 핵심 재원이며 이를 현실화해야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출국납부금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
07.02
짚고 넘어가지 않고선 좀이 쑤셔 못견디겠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축구국가대표팀 얘기다. 뜬금없겠지만 그럴 만한 이유는 쌔고 쌨다. 당장 유통업계와 월드컵 후원 기업이 타격을 입었다. “한국팀 조별예선 경기가 오전 10시~11시여서 치킨이 덜 팔릴 것 같다”는 치킨집 주인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경기일정에 맞춘 마케팅 계획들은 물거품처럼 지워졌다. 가슴 졸이다 맞은 32강 탈락. 살아나려던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 끝난 일로 삼기엔 후폭풍이 거셌다. 대다수 국민은 분노와 상실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최 월드컵이 뭐라고…. 온라인 세상에선 축구협회와 감독은 물론 열심히 뛴 죄밖에 없는 일부 선수를 향해 쓴소리를 퍼붓는다. 중간은 없다. 닥치고 비난이다. 독기어린 비판의 화살은 축구협회장과 감독에게로 쏠렸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같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데리고 월드컵 본선에서 역대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준 대가였다. 전략은 고사하고 전술조차 없
07.01
대학에서 학생들이 끼니를 해결할 곳이 없다면 어떨까. 구내식당도 매점도 없고 학교 주변에 이용할 만한 식당조차 마땅치 않다면 말이다. 최근 부산경상대학교에서 발생한 ‘천원의 아침밥’ 집단 식중독 의심 사고는 이런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보건당국은 역학조사 결과 당시 제공된 카레덮밥을 원인 음식으로 추정했고, 도시락 납품업체는 곧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다. 사고 원인과 책임은 행정절차를 통해 가려질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던진 가장 큰 질문은 식중독이 아니라 학생들의 식사권이다. 부산경상대에서 ‘천원의 아침밥’은 다른 대학의 복지사업과는 성격이 달랐다. 학교는 구내식당과 매점이 없는 상태였고, 이런 환경에서 정부와 지자체 지원사업인 ‘천원의 아침밥’은 학생들의 아침과 점심을 사실상 책임지는 역할을 해왔다. 학생수는 부산 지역 대학들 가운데 많은 편이 아니지만 ‘천원의 아침밥’ 지원 인원과 지원금은 가장 많은 수준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식중
06.30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환경 변화를 이유로 제도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교육계는 초·중등 교육재정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한다. 이런 공방은 낯설지 않다. 역대 정부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반복됐다. 하지만 교육환경 변화에 맞춰 교육재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좀처럼 깊어지지 못했다. 교육교부금은 국가가 시·도교육청에 안정적인 초·중등 교육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1972년 도입한 제도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일정 비율과 교육세 일부를 재원으로 학교 운영과 교원 인건비 등을 지원하며 공교육의 기반을 떠받쳐 왔다. 교육 기회 확대와 교육 여건 개선에 기여한 제도였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반세기 동안 교육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학령인구는 감소했고 저출생과 고령화, 인공지능(AI) 확산 등으로 교육 수요도 다양해졌다. 1972년 제도 도입 당시 1000만명을 넘던
06.29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전환점은 6.3지방선거였다. 선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여권 내 평가는 계파별로 엇갈렸다.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홍 흐름은 더욱 선명해졌다. 여기에 고물가·고환율 악재와 자산시장 양극화 우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쌓였던 불만까지 한꺼번에 터지며 지지율 하락세가 한달 동안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해법은 속도와 성과였다. 지방선거 기간 동안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던 이 대통령은 국정 전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국민 직접 소통도 부쩍 늘었다. 더 열심히, 정성스럽게 일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내서 국민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취지겠지만 효과가 예전같지 않다. 급기야 ‘야심작’이었던 3대 메가프로젝트도 발표 전부터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지방균형발전 취지에 맞춘 대규모 정책이지만 국민의힘이 ‘외압·직권남용’ 의혹까지 제기했다. 지지율 고공행진이 계속됐더라면 이런 주장은 작은 소음에 불과했겠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이 대통령
06.26
소비자들이 대기업 제품을 선택할 때는 이유가 있다. ‘믿을 수 있다’는 무형의 가치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당장의 이익 몇 푼보다는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긴다. 이런 대기업들이 왜 ‘담합’이란 반칙의 유혹에서는 벗어나지 못할까. 최근 시장을 뒤흔든 밀가루 담합 뉴스에서도 익숙한 이름이 등장했다. 국내 식품업계 부동의 1위, CJ제일제당이다.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에 이르기까지 밥상물가와 직결된 기초가공재료 담합에는 단골손님처럼 이름을 올렸다. 왜 이들은 브랜드 가치 하락까지 감수하고 잊힐 만하면 담합을 반복할까. 구조를 뜯어보면 그들만의 ‘남는 장사’가 보인다. 첫째는 시장구조적 특성이다. 설탕 밀가루 전분당 시장은 지난 수십 년간 5~7개 안팎의 소수 대기업이 장악해 온 전형적인 독과점 구조다. 새로운 경쟁자가 끼어들기 힘든 밀폐된 운동장이다. 눈빛만 교환해도 가격이 통하는 담합의 온상이 되기 쉽다. 둘째는 전문경영인(CEO)의 이기주의다. 대기
06.25
정부는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현재의 청년들이 미래사회의 주축이 될 2045년, 광복 100주년을 내다보며 지난달 ‘대한민국 2045전략수립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양극화, 지방소멸, 인구구조 변화, 기후위기 등 구조적 도전과제뿐만 아니라 통상·안보·공급망 등 새로운 복합위기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국가 차원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올해 안에 수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거쳐 국정과제로 자리한 해양수도권 육성은 정부의 ‘2045 전략’ 속에 어느 정도 위상으로 배치될지 궁금하다. 정부는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고 해양수도권을 육성하겠다며 해양수산부도 부산으로 보냈다. 북극항로야말로 지정학적 한계와 자원빈국의 저주를 극복할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2045년 광복100주년에 남부 해양수도권 모습은 어떠할지 상상해 본다. 부산·경남·울산은 북극항로 태평양항로 남방항로를 잇는 인도·태평양 해양교통
06.24
‘모두의 구청장’ ‘통합’ ‘갈등 봉합’….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서울 구청장 당선인들이 당선사례로 내놓은 말들이다. 소속 정당이 다른 후보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선거가 끝난 만큼 하나 되는 지역사회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주민들 역시 끌어안겠다는 약속이다. 당선 이후가 아니라 선거기간 내내 ‘우리 모두의 구청장’을 앞세웠던 당선인도 있다. 해당 당선인은 정당간 대립으로 쪼개진 지역을 아우르고 여야 지지자 구분 없이 보듬는 행정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청장직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협치를 실천하는가 하면 상대 후보의 장점을 본받겠다거나 좋은 공약은 자신의 공약에 담겠다는 당선인들도 있다. 여야 구분 없이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작 협치가 절실해 보이는 서울시장 당선인은 다르다. 선거가 끝나고 복귀한 직후 첫 행보부터 남다르다. 공무원들 가운데 상대 후보와 ‘내통’했던 인사를 찾는다며 공직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삼성역
06.23
“잠실시위에 한 번 가보고 싶다.” 한 경찰관은 얼마 전 배우자로부터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평소 집회시위 현장에 얼씬도 않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촛불’도 ‘태극기’도 안 쳐다보던 부인은 “궁금해서”라고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많다는 그 곳에 왜 자기 또래의 젊은이들이 굳이 모여드는 건지 이유를 알고 싶어서란다. 서울 잠실개표소(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봉쇄 시위가 어느덧 20일을 앞두고 있다. 이곳의 풍경은 숫한 집회시위를 지켜봐온 기자·경찰들의 머릿속에도 ‘물음표’다. 그동안 시위현장 한편에선 경기장 출입구 폐쇄, 통행인 사적 검문, 취재진 폭행 같은 범법행위가 잇따랐다. 흉기 자해, 가스총 소지 적발 등 아찔한 일들도 있었다. 다른 한편에선 극우·음모론과 거리를 두면서 참정권 회복을 요구하는 평화집회가 꾸준히 열렸다. 위치가 공원이다 보니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나타났다. 어린이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그리는 ‘유치원’과 한편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무료 과
06.22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는 독특한 제목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줄여서 ‘모자무싸’다. 현대인이 겪는 실존적 고뇌와 결핍을 ‘스스로의 무가치함과 싸우는 과정’으로 비유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그런데 요즘 여의도 정치권을 보노라면 이 ‘무가치함과의 싸움’이라는 표현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시대정신이나 공공의 가치는 뒤로한 채 오직 개인의 안위와 진영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국민의 눈에는 지극히 ‘무가치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벌어지고 있는 당권투쟁은 거창한 비전의 충돌이 아니다. 그 바탕에는 ‘내가 가진 자리를 잃는 순간 나의 정치적 생명도 끝난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가 예정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차기 당권을 두고 ‘친명(이재명)’이니 ‘친청(정청래)’이니 ‘친석(김민석)’이니 하는 말들이 나돌고, 계파 간에 끊임없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06.19
“벌써부터 더우면 어떻게 해.” 매년 어김없이 나오는 얘기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해마다 경신하는 온난화 기록은 새로운 일도 아니다. 기후변화 체감속도가 빨라지면서 다양한 영역으로 논의가 확장되는 분위기다. 최근엔 ‘노화’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사실 열스트레스와 생물학적 노화 혹은 수명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과거에도 있어왔다. 폭염 노출일 수가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에피제네틱 시계가 더 빨리 돌아갔다. 세포 수준에서 노화가 가속화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온난화는 유기체 성장속도와 수명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후변화로 온도가 오르면 물고기와 같은 외온동물들은 더 빨리 자라지만 보상성장 효과로 수명은 짧아졌다. 또한 열스트레스가 심화할수록 유기체 몸집(무게)도 작아졌다. 온난화가 지속되면 생물이 전반적으로 작아지고 일찍 죽는 세상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문제는 육체적인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폭염에 노출될 경우 치매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잇달아
06.18
‘모두의 창업’ 1기가 공식 출범했다. ‘모두의 창업’은 국가 차원의 창업프로젝트다. 아이디어를 갖춘 국민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1기는 5000명이 선정됐다. 6만3000명이 지원했으니 12.6대 1의 경쟁률이다. 최연소 9살부터 최고령 90세까지 지원했다. 청년이 68%, 지역 신청자가 53%였다. 선정된 5000명에게는 전문가 지도(멘토링)부터 창업활동자금, 인공지능(AI) 이용권, 규제 사전검토 등을 정부와 민간전문기관이 지원한다. 2기는 7월에 시작할 예정이다. 선정인원은 1기보다 2배 규모인 1만명으로 잡았다. 이미 다양한 창업지원 정책과 사업이 있다. 중복과 비효율성이 지적될 정도다. 그런데도 모두의 창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모두의 창업 추진 이유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확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성장격차 심화 △청년층의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을 꼽는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이자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다
06.17
선거는 끝났지만 단체장 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낙선한 단체장에게도 이달 말까지 예산과 조직, 재난대응과 민생현안을 챙길 책임이 남아있다.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권한을 어떻게 넘기는지는 한 정치인의 품격을 넘어 지방정부의 수준을 보여준다. 공직 인수인계의 인상적인 장면은 2019년 4월 강원 산불 때 있었다.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부겸에서 진 영으로 바뀌던 시점이었다. 전임자와 후임자는 재난현장에서 자정 무렵 임무를 교대했다. 재난대응의 연속성을 고려한 일이다. 공직은 임명권자나 선거 결과보다 주민 안전과 행정 연속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사례다. 이번 지방선거 뒤에도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김태흠 지사님, 지난 4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박수현 충남지사 당선인이 당선인사 현수막 첫 줄에 경쟁자였던 김 지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승자의 언어가 심판이나 단절보다 존중과 배려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지방정부 교체는 전임자의 모든
06.16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일반이적 등 혐의 재판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징역 30년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 전 대통령은 내란혐의 뿐 아니라 외환혐의로도 단죄 받았다. 재판부가 인정한 윤 전 대통령의 일반이적 혐의 공소사실은 충격적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등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관계를 고조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국가적 비상상황을 조성하려 했다고 봤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권한을 준 것은 국가비상사태에 대응하라는 이유에서인데 반대로 계엄 선포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만들려 한 것이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을 이용하려 한 것만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재판부는 실제 2024년 10~11월
06.15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민정당)→민주자유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을 거쳐 지금의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보수정당의 주류는 항상 영남이었다. 보수정당이 배출한 역대 대통령(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부분이 영남 출신이었다. 역대 당 지도부도 영남 일색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은 92명. 이중 영남권 출신이 59명(64.1%)에 달한다. 지역구 의원 2/3가 영남 출신인 것이다. 정점식 원내대표(경남 통영·고성)와 김미애 정책수석(부산 해운대을), 김승수 운영수석(대구 북을), 정희용 사무총장(경북 고령·성주·칠곡) 등 핵심당직자도 영남 출신이 대부분이다. ‘영남당’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민의힘 주류가 영남인 현실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영남 출신이 당을 장악하다보니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증되는 영남 의원들은 활동 목표가 오로지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