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0
2024
지난해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일부 지자체들이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해 피해 주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당시 제도로는 실행이 불가능했다. 피해가 큰 지역에 기부금을 낼 수는 있지만 해당 지자체가 이 돈을 곧바로 집행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를 목적으로 한 지정기부 제도도 도입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국회가 지난해 말 고향사랑기부제에 지정기부 도입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또한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에서 정부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민간플랫폼 도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단 제도적 제약은 모두 해소된 셈이다. 지금의 재해구호 체계는 몇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속도가 빠르지 않다. 개인이나 기업이 모금권한을 가진 단체를 통해 기부한 돈이나 물품이 피해 주민에게 전달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재해구호협회에 여전히 1000억원이 넘는 의연금과 기부성금이 쌓여있는 이유도 이 때
03.19
“증권업계는 올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증권사 부실이 더 크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서 언제 위험이 현실화될지 불안한 상황이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국내 부동산PF와 해외부동산 투자로 손실이 점차 늘고 있는 증권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뒤를 봐줄 큰 형님(금융지주)이 있는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나 부동산PF 대출 비중이 큰 곳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업계, 새마을금고 등도 부동산PF 위기의 한가운데 있다. 사업 진행이 안되는 브릿지론 사업장의 부실은 갈수록 커지고 유사한 성격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1금융권에 비해 신용점수가 낮은 고객들을 상대로 한 고금리 대출은 경기침체 여파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역대급 이자수익을 거두고 돈잔치 비판을 받아온
03.15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정책 목표라며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한 대북압박에 치중해온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에게서 ‘중간단계 조치(interim steps)’ 언급이 잇따라 나온다. 대북 전략 조정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정 박 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이달 5일(현지시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세미나에서 “비핵화는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궁극적인 비핵화로 향하는 중간단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조치에 ‘동결’이 포함되는 것이냐는 질문엔 답을 하지 않았고, “중간조치를 최종단계로 예단하지 않겠다”고 해 한국 내 일각에서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동결’이나 ‘군축회담’에 대한 질문은 한사코 피했다. 하지만 하루 전 중앙일보-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 특별대담에서는 백악관 당국자가 보다 구체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미라 랩-후퍼 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은 핵군축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미국의
03.14
해운업계에 대해 5년 단위로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법인세 특례제도인 ‘톤세제’의 연장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는 이 제도가 연장되지 않고 중단되면 국내 선박들을 해외로 이전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톤세는 해운기업이 법인세를 낼 때 다른 기업이나 업종들처럼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선박의 톤수와 운항일수를 기반으로 부과되는 조세제도다.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법인세를 내게 되면 적자가 났을 때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톤세를 적용하면 적자여도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해운기업은 톤세제도를 선호한다. 법인세가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과 달리 톤세는 세액이 적고 그 차액으로 재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등에서 일찍 정착된 톤세제는 국내에는 2005년 5년 시한의 일몰제로 도입됐다. 그동안 2009년 2014년 2019년 세차례 연장됐고 올해 말 또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 2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03.13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10월 21대 총선을 반년 앞두고 충남 서산을 찾았다. 전국을 돌던 경제투어 일정이었다. 이날 서산 방문에는 이 지역에서 총선을 준비하던 전 청와대 비서관이 함께 했다. 오전에는 아산을 들렀다. 이곳도 전 청와대 비서관이 출마채비를 하던 곳이었다. 당연히 ‘선거개입’ 논란이 일었다. 2024년 2월 이번엔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서산을 방문했다.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충남 북부권을 모빌리티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충남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방산업 서산공항 치의학연구원 등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물론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야당에선 ‘관권선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4년 만에 정당만 뒤바뀐 모습이다. 어찌 보면 대통령의 선거개입을 강하게 막고 있는 우리 선거법에 따른 고육지책일 수 있다. 사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지방자치단체에겐 기회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중요
03.12
보험사의 ‘절판마케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절판을 앞세워 최종 판매시점까지 판매고를 최대한 올리는 게 일견 보험사의 영업방식이 된 것도 같다. 지난 2013년 새로운 세제개편안 시행을 앞두고 생명보험업계는 대대적인 저축성보험 절판마케팅을 벌인 바 있다. ‘세제 개편 전에 저축성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기존처럼 보험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없다’며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대규모로 판매한 것이다. 당시 생보사들이 판매한 저축성보험의 금리는 5%가 넘었는데, 당시 은행 예금금리가 3%대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금리였다. 일반 제조상품처럼 판매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저축성보험은 만기가 되면 계약자에게 상당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 당장은 매출 실적을 올린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많은 부채를 쌓아두는 셈인 것이다. 10여년 전 팔았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최근 1~2년 동안 대거 도래하면서 생보사들은 수십조원
03.11
새해부터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물 만난 고기 같다. 며칠 후면 어느덧 20회다. 민생토론회는 윤 대통령이 시행착오를 거쳐 나름 자기 스타일에 최적화시킨 대국민소통 방식이다. 임기 초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은 돌발적인 질문과 정제되지 않은 답변으로 자주 뉴스꺼리를 만들더니 포기했다. 대신 지난해 초 신년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시도하고, 여름부터는 민생현안 주제별로 일반국민 ‘패널’을 도입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었다. 이들을 섞은 민생토론회는 실시간 소통의 형식을 빌되 ‘하고 싶은 말만 해도 되는’ 행사가 됐다는 점이 윤 대통령 마음에 가장 들었을 것 같다. ‘관권선거’ 비판이 거세지만 윤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내부 평가는 나쁘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토론회 때마다 여러 지표로 사후모니터를 꼼꼼히 한다”며 “특히 지역매체들의 보도를 눈여겨보는데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토론회를 준비하는 부처들 여기저기서
03.08
1만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18일째다. 병원을 떠난 데는 각자 이유와 입장이 있을 것이다. 그 사정은 다 알지 못한다. 다만 그들을 대변하는 의사협회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내세웠다. 한 전공의는 방송에서 “일하다가 그만 두는 것은 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면 맞는 말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거나 싫으면 그만 둘 자유는 모든 직장인에게 있다. 하지만 의료인에게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할 의무도 있다. 의료인 면허증에 국가가 의료 독점권을 주는 조건이자 대가다. 때문에 의료법은 ‘모든 의료인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을 못하도록’ 했다. 그런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증원과 의료개혁 정책 패키지를 원천 폐기할 것’을 주장한다. 환자단체들은 지난달 29일 “입원·외래 진료나 수술 연기 통보를 받았거나 연기 예고 안내를 받은 중증환자의 심리적 불안감과 절망감, 그리고 이
03.07
“중소기업정책 기조가 ‘보호·육성’에서 ‘협력·경쟁’으로 바뀌어야 한다.” 2월 27일 오동윤 중소기업연구원장이 퇴임 직전 열린 포럼에서 특별강연자로 나섰다. 강연에서 오 원장은 중소기업정책 패러다임의 과감한 변화를 촉구했다. 중소기업정책 기조는 헌법 123조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에 근거하고 있다. 중소기업 보호·육성은 1980년 8차 개헌 때 헌법에 명시됐다. 40년 넘도록 중소기업은 지원과 보호의 대상이었고, ‘보호·육성’은 절대적 가치로 자리잡았다. 이런 노력으로 양적 규모는 커졌다. 중소기업수는 2만4000개(1966년)에서 771만개(2021년)로 늘었다. 지원사업도 급증해 2023년 기준으로 1646개다. 사업수와 내용이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질적으로는 매우 미흡하다. ‘2022년 기준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93.8%가 내수기업이다. 직접과 간접 수출기업은 각각 4.3%, 1.5%에 불과했다. 제조업의 경우 직
03.06
“과거 보수색이 짙었던 수원시가 달라진 건 염태영 시장이 집권하고 나서다. 그가 3선을 하던 지난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수원은 5개 국회의원 선거구를 모두 민주당이 휩쓸었다.” 최근 경기도 내 국민의힘 소속 모 기초단체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그는 “당을 떠나 같은 단체장 입장에서 봤을 때 시정운영을 참 잘한다고 생각했다”며 “기초단체장 업무는 대부분 현장에서 주민들이 바로바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단체장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체장이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일들을 직접 결정해 집행할 권한이 있고 이를 통해 도시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보다) 기초단체장이 체질에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국회의원 출신들이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그만큼 자치단체장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국회의원을 1부 리그, 자치단체장(광역·기초
03.05
독과점 기업의 횡포와 짬짜미(담합)를 견제하는 유일한 정부조직이 공정거래위원회다. ‘기울어진 경제운동장’의 균형을 잡아 시장경제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일을 더 신속히 잘 처리하란 뜻에서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는 전속고발권을 줬다. 판사 역할을 하는 9명의 공정위원에겐 3년의 임기와 신분도 보장하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탄생한 공정위가 근래 들어 많이 이상하다. 1년 반 전에는 대통령이 ‘화물연대가 문제’라고 하자 ‘독립성이 보장된’ 공정위원장이 주말 기자회견을 자처,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화물연대 조합원을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 법원 판례가 명확하지 않을 때였다. 1심 법원장 역할을 해야 할 위원장이 앞장서 ‘위법성’을 언급, 그는 결국 화물연대 검찰고발을 결정하는 전원회의에 불참해야 했다. 지난해 물가문제가 국민적 관심으로 떠오르자 ‘물가당국’이 되어 나섰다. 은행과 통신사, 신용카드사 가릴 것 없이 줄줄이 담합조사에 착수했다. 대통령이 ‘킬러문항’을 언급하자 일
03.04
국민의힘 공천의 열쇠말은 단연코 ‘현역 불패’다. 역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계열의 현역교체율은 30~40%대였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자 이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 표시’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해 온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22대 총선 공천에서 현역을 바꾸는데 인색한 모습이다. 이대로라면 현역교체율이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그동안 해왔던 ‘최소한의 성의 표시’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낮은 현역 교체율이 논란이 되자 정영환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은 “(현역에게) 감산해도 이게 벽은 있구나, 현역 메리트는 있구나 했다” “신인 후보자들이 득표율이 낮더라. 공을 들여서 1, 2년 정도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득력 없는 해명을 했다. 공관위가 △현역 하위 10% 컷오프 △영남 등은 당원 50%+국민 50%로 경선한다고 밝혔을 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미 “공관위가 물갈이 의사가 없다”라는 말이 나왔다. 일단 컷오프 규모가 너무 적
02.29
그린벨트·절대농지·군사보호구역 등 국토 전반의 규제가 역대급으로 풀린다. 보존가치가 떨어진 토지를 유용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건설시장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정부가 규제를 해제하기로 한 토지는 그린벨트 2429㎢, 농업진흥지역 2만1000㏊(210㎢), 군사보호구역 339㎢ 등이다. 여의도 면적 837배의 그린벨트와 117배의 군사보호구역이 해제되는 것이다. 여기에 절대농지로 묶인 자투리땅까지 포함하면 역사상 최대규모인 9억평의 규제가 풀린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풀린 땅이 어떻게 활용될지 의문이다. 정부는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배후주거·상업시설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문화·체육시설 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지방산업단지와 배후단지에서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산업단지 조성을 마친 곳 중 분양을 100% 채우지 못한 곳이 152곳(2023년 6월 말 기준)에 달한다. 특히 미분양 산
02.28
서울 동대문구 한 아파트단지에선 지난해 캠핑 행사를 열었다. 단지 광장에 집집마다 들고 온 텐트를 치고 함께 고기를 구우며 별을 감상했다. 앞서 이 단지에선 ‘이웃 간 인사 나누기’ 캠페인을 벌였다. 별 것 아닌 것 같던 인사 나누기는 주민갈등 해소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층간소음갈등이 현저히 누그러진 것이다. 이 단지엔 세대수에 비해 규모가 큰 유·초등생 돌봄시설 ‘우리동네키움센터’가 있다. 당초 적당한 공간이 없어 서울시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 시설은 5년 뒤 운영권을 시에 반납해야 한다. 때문에 처음에는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돌봄시설이 있어야 젊은 부부들이 이사 오고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아파트 가치가 오른다는 입주자대표회의 설득에 주민들이 동의했고 넓고 시원하게 만들어진 센터엔 신청자가 줄을 선다. 이 단지의 특별함이 돋보이는 행사는 ‘단지에서 새해 일출보기’다. 전망이 좋은 건물을 골라 옥상에서 주민들이 함께 해맞이 행사를 진행했고 단지 광장에선 200명이
02.27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홍보해왔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방안이 공개됐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일본 증시와 같이 상승할 수 있을까 기대에 부풀었던 시장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당초 시장 참여자들은 26일 밸류업 프로그램 확정안이 발표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5월 중 2차 세미나를 개최한 후 6월에야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세제 지원방안은 추후 발표할 계획으로 구체적인 발표 시기와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선언적 발표부터 하면서 인위적인 증시 부양에 나선 모습이다. 총선을 의식한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당국이 1월 초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원래 없었다. 하지만 불과 한달 전인 지난달 17일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불쑥 등장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증권업계 CEO
02.26
3연속 ‘입틀막’이 나왔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기념식장에서 강성희 국회의원이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 막힌 채 사지가 들려 나갔다. 의료개혁 토론회장에 들어가려던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 회장은 경호원들에게 입이 막힌 채 끌려 나갔다.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졸업생이 제3의 입틀막 피해자가 됐다. 대통령을 향해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라거나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 복원하라” 등의 ‘말’이 대통령 신변에 위협이 됐다는 설명이 붙었다. 모두 한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국민을 향해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지난 22일 이 관계자는 “경호안전 확보와 질서 유지를 위해서 법과 규정 원칙에 따라 이뤄진 정당한 조치였다”고,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와 “경호 매뉴얼에 따라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대한 신변보호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
02.23
“다친 것도 힘들었지만 간병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고 막막했습니다. 이제는 부담없이 재활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 든든합니다.” 교통사고 처리 중 후진하던 차량에 부딪혀 중상을 입고 입원 치료 중인 한 경찰관의 말이다. 범인체포 교통단속 사고처리 등 이른바 위험한 직무수행 중 경찰관이 중증 부상을 당하면 공무원연금공단은 치료비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 경찰관처럼 부족한 지원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경찰청이 나서 자체 예산과 기금을 활용해 별도로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살림살이가 빠듯한 경찰청 지원만으로 부족해 동료들이 모금을 하거나 경찰관 스스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그런데 정부가 ‘공상공무원 간병비·진료비 현실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자비 치료’는 대부분 사라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덕분에 30년 이상 장기 재직한 경찰관도 사후 국립
02.22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TV뉴스에서 그 영상을 보는 순간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인가 싶었다. 대한민국 최고 과학인재를 키워내는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대통령에게 큰소리로 의견을 냈다가 입이 틀어막히고 짐짝처럼 치워진 졸업생 얘기다. 아이러니하게도 덩치 큰 경호원들이 가냘픈 졸업생 입을 틀어막는 순간 대통령은 “대한민국 과학기술 퀀텀점프”를 역설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 퀀텀점프는 어떤 조건에서 일어날까? 대통령이 말한 퀀텀점프가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퀀텀점프는 일반적인 수준이 아닌 큰 진보와 발전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퀀텀점프가 일어나는 조건은 자유로운 연구, 한계를 두지 않은 연구, 실패를 용납하는 연구가 끊임없이 이뤄질 때다. 윤석열정부가 연구개발(R&D) 혁신으로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던 바로 그 연구환경이다. 하지만 이날 졸업생이 끌려나간 모습은 ‘자유’ ‘한계 없는’ ‘실패용납’ 등과는 완전히
02.21
현재 지역과 지방대학은 고사위기다. 인구는 줄고 인력과 기업은 서울 수도권으로만 몰리니 당연한 현상이다. 이를 살리기 위한 한 방안으로 정부가 내세운 게 라이즈(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사업이다. 정부가 틀어쥐고 있던 대학 재정지원사업 권한의 절반 이상을 지자체에 주겠다는 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지역에 주어질 예산만 2조원 이상이다. 지자체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지역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지역대학의 자생력을 높이고 나아가 기업을 유치하고 청년이 머무는 지역 가능성을 기대했다. 정부 역시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이 최종목표라고 밝혀왔다. 경쟁력 있는 지역대학을 육성하고 이 대학을 통해 지역도 살리는 두 마리 토끼 잡기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전국 7개 시범지역을 선정했고 체계 구축에 나섰다. 부산 경남 대구 경북 전남 전북 충북 등이다. 말 그대로 수도권과 먼 지역들이다. 시범지역 지자
02.20
2018년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이 위기를 예감하고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그렸다. 영화에서는 당시 청와대와 경제부처 고위공무원이 한은과 함께 위기에 대처해 나가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그리는 정도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당시 정책 책임자들은 위기의 징후에 무뎠거나 수수방관하면서 결국 외환위기를 불러왔다. 영화에서와 같이 당시 한은 내부의 한 팀장급 직원이 위기를 느끼고 정책결정권자에게 대책마련의 시급성을 전달하려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는 언론계의 증언도 있다. 옛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합쳐 만든 당시 재정경제원은 재정·금융·산업 등 사실상 전분야에 대한 정책결정권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중앙은행의 고유영역인 통화정책에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던 때였다. 오죽하면 한국은행을 재정경제원 ‘남대문 출장소’라고 불렀을까. 선진국클럽이라는 OECD에 막 가입해 기세등등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