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6
2025
14세기 중반 유럽 인구의 절반이 흑사병으로 사망하면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로 인해 더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이는 기존의 목재에서 석탄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인구증가와 도시화로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서 석탄이 주요 에너지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전환의 서막이었다. 20세기 초반 1차세계대전은 석유로의 전환에 불을 지폈다. 풍부한 석탄 자원과 철도망으로 무장한 파죽지세 독일군을 서부전선에서 멈춰 세운 것은 연료가 석유였던 영국제 탱크의 기동력이었다. 이어 항공모함과 전투기로 치러진 2차세계대전은 석유로의 전환 끝판왕이었다. 이후 인류의 삶은 화석연료 에너지를 통해 진화해왔으며 이는 더 유용하고 편리한 생활로의 진보를 의미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 화석연료로의 전환이 효율성과 편리함을 위한 ‘자발적
03.19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자원무기화 확산 등으로 인한 글로벌 물가상승이 정부와 기업은 물론 우리 가정의 일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 결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급해지면서 에너지안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에너지 자원의 약 95%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국제정세 변화로 인한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안보 전략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에너지안보는 적정한 가격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에너지안보 개념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돼왔다. 지금은 지정학적 위기에다 에너지전환 과도기에 발생하는 불안정성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주로 공급 측면에서 에너지원을 다변화하고 자원을 비축하며 해외 자원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을 펼쳐왔다. 사실 에너
03.12
미국정부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한국정부와 기업의 참여를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관심을 표명하기는 했으나 이는 미국의 관세부과 예외조치 등을 위한 협상카드 정도로 생각하는 차원인 듯하다. 언론들도 이 프로젝트에 대해 기업에게는 ‘득보다는 실’이 우려된다는 등 부정적 논조다. 주요 근거로 경제적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경제적 불확실성 면에서 액화천연가스 가격의 변동성이 심해 시황을 예측하기 어려운데 액화천연가스 터미널과 운반선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 면에서는 이 프로젝트는 대규모의 건설 비용과 장시간의 공사기간이 따르는데 트럼프 집권 4년 후 미국 에너지 정책이 바이든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천연가스와 트럼프정권이 한 시대의 주인공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둘 다 잠깐 왔다 가는 카메오 정도로 보고 있어 장기투자 상의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 가치가 있다고 확신
03.05
지난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에너지 3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여기서 3법이란 국가전력망확충법, 해상풍력촉진 특별법, 고준위방폐장 특별법을 말하는데 이미 지난 21대 국회에서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던 법안들이다. 그만큼 이 법안들은 기존의 이해관계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그에 상응해 입법의 필요성 또한 컸다. 산업화 시대의 틀에 갇힌 한국의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 제도적 변화가 필요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상풍력촉진법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의 활성화를 고무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법 제정이 일견 반갑다. 풍력발전 사업은 그간 지나치게 복잡하고 긴 시간의 인허가 과정으로 인해 극심한 정체 상태에 빠져 있고 연관 산업의 밸류체인조차 위기를 맞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러한 일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3법에 대해 일고 있는 비판적 지적은 앞으로의 법적 보완을 위해 새겨들을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대통령 탄핵정
02.26
#1. 재작년 1월, 영국의 유력 언론인 가디언(Guardian)이 자발적 탄소시장의 온실가스 감축효과의 허구에 대해 폭로했다. 열대우림을 보전할 경우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으로 보아 배출권을 지급하는 REDD+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중인데 막상 분석을 해보니 전체 배출권의 94%가 실제 감축효과가 없는 ‘유령 배출권’이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출고되자마자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동안 디즈니 구찌 쉘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REDD+ 배출권을 구매한 다음, “우리가 배출한 온실가스를 상쇄했다”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왔기 때문이다. 논란과 비판이 거세지자 배출권의 품질을 인증하고 판매를 중개해왔던 사업자인 베라(Verra)의 CEO는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신뢰도도 추락해버렸다. #2. 쿡스토브(Cookstove) 사업은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저효율 조리도구를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해 주는 프로젝트로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조리과정에서 나오는 매연을 줄
02.19
기후변화 대응 수단인 탄소중립의 성공은 본질적으로 청정기술의 확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취임 첫날 파리협정 탈퇴와 청정기술 지원 중지를 명령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과 편중되어 있는 청정기술의 중국 의존도가 다른 국가들의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경제안보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가운데, 국가별로 탈탄소 이행과 국가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청정산업정책이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저탄소 전환과 연관된 ‘경제·사회 발전 가속화와 전면적 녹색 전환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 친환경 산업규모를 2850조원으로 전망하며 비 화석에너지 소비비중을 전체 25%로 올리는 등 녹색전환을 기본으로 형성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이미 태양광 및 풍력발전 보급 목표를 6년 앞당겨 작년에 달성했고, 2035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도 10년 앞당겨 올해 달성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 성과의 핵심은 중국의 청정기술 활용 전략인데, 대부분의 청정기술
02.12
에너지믹스란 인구증가와 전력사용량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 석탄 원자력과 같은 기존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과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는 것으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고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전략이다. 국제에너지기구의 국가별 전력 생산 에너지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의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통해 많은 양의 전기를 얻고 있다. 그중 인도와 중국은 석탄발전 비중이 60~70%에 달하며 우리나라는 석탄 33%, 천연가스 29%, 원자력 28% 등의 분포를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비중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으며, 발전량으로 봐도 2024년 기준 세계 5위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탄소중립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에너지믹스는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
02.05
지난 1월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은 기후변화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2025년 1월 7일 로스앤젤레스 서부 해변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또한 동부 내륙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을 포함해 1월에만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약 2만3100여헥타르가 소실되었다. 특히 주거지까지 확산된 산불로 최소 28명이 사망하고 건물 1만7000여채가 피해를 입었다. 이번 화재는 역대 1월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화재 중 최대 규모였다. 캘리포니아 남부는 겨울철인 1월에 연중 강수량이 집중되므로 산불이 나기 어렵다는 기존 기후상식이 깨진 사건이다. 그런데 먼 나라 미국의 산불은 우리나라 대형 산불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기상예보를 통해 들려오는 동해안의 겨울가뭄 소식은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2000년과 2022년에 각각 발생한 동해안의 대형산불은 이번 미국 산불과 비슷한 규모였고 수천명
01.22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조선 말 황 현(1855~1910)이 망국을 통분해 스스로 절명하며 남긴 시 한 구절이 연말 내내 머리를 쳤다. ‘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천 년의 역사를 돌아보니, 이 난세에 배운 값하며 살기가 참으로 어렵구나.’ 배운 값하려고 발버둥 쳐 온 세월이 허망하고 자괴감이 차올랐다. 마침 아들 내외와 함께 안동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차디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병산서원 만대루에 올라 강 너머 설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옛날 선비들이 왜 세상을 등지고 이 두메산골에서 책을 읽고 살았는지 가늠이 되었다. 시골 고즈넉한 숙소 담 넘어 동네 아침의 평화로움엔 왠지 모를 분노가 치밀었고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시골장터 노포식당의 정겨움엔 목이 멨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런 혼란이 일어날 수 없는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국가에서 도대체 상상이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도 머
01.15
참담한 국내 정치 상황이 새해 들어서도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태평양 건너 미국에선 역대 최악의 겨울 산불이 일어나 LA 근교를 초토화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겨울엔 우기이던 날씨가 150년 만의 긴 가뭄을 겪으며 벌어진 전형적인 기후재앙이다. 이번 미국의 기상재해는 우리에게 정국의 혼란함 속에 잠시 잊고 있던 지구촌 위기의 심각성과 시급한 전환의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윤석열정권 하에서 위기에 처한 것은 민주주의만이 아니다. 후퇴한 우리의 기후보호와 에너지 정책,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 사회의 미래 또한 그러하다. 현 정부 들어 에너지전환 정책이 마냥 뒷걸음치는 사이 세계는 투자 자본의 그린 이동과 에너지전환 기술의 급속한 발전, 그리고 글로벌 산업과 경제의 탈탄소 재편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뒤처진 기후·에너지정책을 제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벌 기후 대응의 선도국으로 각국에 에너지전환 정책의 모델을 제시했던 독
01.08
홀로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쳤던 도널드 트럼프는 이제 세계 최고 부자이며 혁신기업가 일론 머스크, 상하원을 차지한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잠깐 나타났다 사라질 괴짜 정치인으로 여겨졌던 트럼프는 이제 시대흐름의 핵이 되었다. 트럼프 2기를 맞아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이러한 걱정과 우려들은 기후변화총회(COP) 행사의 내용과 규모의 변화를 보면 맥이 빠지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COP26에는 주요국 국가원수들이 참여했고 각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선언하는 역사적으로 큰 성과를 만들어낸 행사였다. 3년 후인 2024년 아제르바이젠에서 열린 COP29는 참가 등록자수가 적지 않았음에도 각국 주요 인사들의 참가는 적었고 언론의 주목은 이전만 하지 못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역행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유럽으로 번질 가
12.18
2024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던 사람이 미국의 기후·환경정책을 결정하게 되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인데 지금으로서는 트럼프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집과 선거유세시 발언, 그리고 최근 인선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협력 에너지 환경 분야별 정책을 전망해 볼 수밖에 없다. 국제협력·에너지·환경분야 퇴조 불가피 국제협력 분야에서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사회내 기후협력 약화는 불가피하고 트럼프와 동조하는 다른 국가들도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 직후 부산에서 개최된 유엔플라스틱협약이 성안에 실패한 것도 사우디나 러시아 등이 감축합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미국의 공백을 메우려는 중국 및 유럽연합(EU) 등의 기후리더십에 힘입어 트럼프 당선 후 첫 국제협상인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
12.12
악몽 같은 일주일이 지났다. 시대착오적인 대통령의 내란 도발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충격과 공포에 빠졌고 국정은 마비되었다. 내년도 예산안은 가까스로 통과되었지만 이번 내란 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와 사회가 받은 손실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무엇보다 내년은 중장기 기후 목표와 정책들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2035년 감축목표(NDC)를 당장 내년 2월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해야 하며,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행하기 위한 국회 기후특위도 설치해야 한다. 관련 법령에 따라서 우리나라 배출량의 73%를 차지하는 유일한 규제 수단인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도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무공해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배출기준 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8% 수준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애요인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인 혼란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이렇게 중요한 정책들이 소수의 관료들과 전문가, 산
12.04
퍼펙트스톰이 불어닥쳤다. 트럼프가 경쟁자 해리스를 물리치고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트럼프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은 미국 중산층의 경제적 박탈감이었다.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흑인과 히스패닉, 심지어 젊은 유권자들도 돌아섰다. 지난 30여년간 세계화의 흐름으로 미국 전통 제조업들이 황폐화된 결과다. 그러니 트럼프 2기 정부의 성공 여부는 경합주 중산층의 경제력 회복에 달려 있다. 트럼프 공화당이 쓰는 용어로 그간 외국에 빼앗겼던 일자리들을 되찾아와야 한다. 중국을 포함한 수입품에 관세를 대폭 물려서 미국산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원가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철강 자동차와 같은 러스트밸트 지역 전통 제조업들도 다시 부흥시켜야 한다. 트럼프가 바이든의 인플레이션감축법에 포함된 다양한 청정에너지 보조금 제도 중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폐기를 우선 들고나온 것도 그 이유가 분명하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이 포진한 디트로이트지역 중산층 유권자들을 의식해서다.
11.27
탄소시장이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탄소배출권이라는 도구로 상품화해 거래하는 특수한 시장을 의미한다. 탄소시장이 출현한 배경에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수단인 탄소가격제, 즉 정부 규정 또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온실가스 배출비용을 배출자에게 부과하기 위해서다. 탄소가격제는 탄소세, 탄소배출권거래제, 탄소국경조정제도, 탄소크레딧 메커니즘 등 다양한 행태를 가지며 대부분 정부 주도로 시행되고 있다. 세계은행의 ‘탄소가격제 현황과 추세 2024’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전세계 75개의 탄소가격제도가 있으며 전체 탄소 감축량의 24%를 커버하고 있다고 한다. 탄소세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배출원에 배출량만큼 일정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부과하는 ‘피구비안 세금’의 일종이다. 성공적으로 작동하면 획기적인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유도할 수 있으나 아직
11.20
지난 11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개최된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2015년에 195개 당사국이 합의했던 파리협약이 실효성을 잃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화석연료 수출을 국가의 주요 수입원으로 삼는 아제르바이잔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의장국이 될 때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알리예프 대통령은 의장국 대표로 기조연설을 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는 신의 선물”이라고 언급하며 화석연료 사용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탄소배출량과 관련한 보도를 거짓뉴스라고 비판하면서 “화석연료 생산과 관련해 관련 국가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시장이 여전히 화석연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2015년 파리협약에서 전세계는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1900년) 대비 1.5℃로 억제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그런데 지난 5일 세계기상기구는 2024년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5
11.13
“석유 천연가스 석탄의 생산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2024년은 지금까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고,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선을 처음으로 돌파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지난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 증가했으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권고한 2025년 배출량 정점은 요원해 보인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도미노 효과’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이전 트럼프 집권기처럼 파리협약에서 탈퇴하면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마저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 후퇴를 빌미로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늦출 것으로 우려된다. 이어서 다른 국가로 연쇄반응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근간이 흔들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북극해의 빙상이 더 빨리 녹아내리고,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폭염과 폭풍, 극심한 홍수와 가뭄의 빈도는 더욱 높아질
11.06
정부가 2년마다 수립하는 전력수급계획에는 수요전망, 전원구성(mix), 전력설비 건설, 온실가스 감축 등 정부의 전력정책이 집약되어 있다. 이중에서 원전 석탄 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전원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것이 계획의 핵심을 이룬다. 전원구성이 전기요금 수급안정 안전 환경 등 전력정책이 추구하는 다양한 목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1991년 이후 열다섯번 전력수급계획이 만들어졌고 그중 다섯번의 계획에서 전원구성(mix)에 커다란 변곡점이 있었다. 1995년, 2013년, 2017년, 2020년 그리고 2023년도 계획에서다. 1995년과 2013년도의 변화는 전력수급위기에서 비롯되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과잉투자 논란으로 발전소 건설은 축소된 가운데 경기호황 서울올림픽 등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하자 1990년대 초 전력예비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지는 전력수급위기가 닥쳤다. 이에 1995년 3차 장기전력수급계획에서 LNG발전 비중을 10%이상 늘렸다.
10.30
윤석열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에 도달함에 따라 그간의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가 다양한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산업사회의 대전환을 불러온 기후변화와 에너지정책에 대한 재검토는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어 그 중요성이 크다. 현 정부의 기후·에너지정책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미국의 경제·사회학자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최근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보낸 경고성 메시지에 주목해 보자. 그는 아직도 화석연료와 원전에 의존하는 한국경제가 경쟁력을 잃어갈 위기에 처했다고 단언한다. 눈앞에 다가온 화석에너지 종말의 시대에 ‘나 홀로 역주행’하는 에너지정책으로 인해 한국 기업이 에너지비용 면에서 뒤처지고 국제사회의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규제 움직임으로부터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리프킨의 이러한 경고를 비웃듯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배출량이 2022~2023년 연속 감소한 수치를 내세우며 지금의 기후·에너지정책을 한층 옹호하는 분위기다. 이달 발표된
10.23
환경 캠페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구들은 ‘한 등 끄기’ ‘폐품 재활용’이다. 이 캠페인 구호들은 유치원 때부터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다시 아이를 낳을 때까지 수십년에 걸쳐 들었던 것이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는 할머니 시대의 낡은 궤적 같은 느낌이 들지만 ‘한 등 끄기’와 ‘폐품 재활용’은 여전히 무언가 큰일을 해낼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우리 모두가 한 등 끄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구가 고통을 받는 것으로 믿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재활용을 위해 쓰레기 분리수거라도 제대로 해서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싶고 그렇게 함으로서 마음의 평안함을 얻었다. 오래된 캠페인은 사람들에게 믿음으로 자리를 잡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 믿음의 동심을 파괴하는 어른들의 현실주의가 존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 9월 미국의 석유화학 기업 액손모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짓된 광고로 소비자들이 안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