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
2024
지난 11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개최된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2015년에 195개 당사국이 합의했던 파리협약이 실효성을 잃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화석연료 수출을 국가의 주요 수입원으로 삼는 아제르바이잔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의장국이 될 때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알리예프 대통령은 의장국 대표로 기조연설을 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는 신의 선물”이라고 언급하며 화석연료 사용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탄소배출량과 관련한 보도를 거짓뉴스라고 비판하면서 “화석연료 생산과 관련해 관련 국가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시장이 여전히 화석연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2015년 파리협약에서 전세계는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1900년) 대비 1.5℃로 억제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그런데 지난 5일 세계기상기구는 2024년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5
11.13
“석유 천연가스 석탄의 생산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2024년은 지금까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고,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선을 처음으로 돌파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지난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 증가했으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권고한 2025년 배출량 정점은 요원해 보인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도미노 효과’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이전 트럼프 집권기처럼 파리협약에서 탈퇴하면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마저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 후퇴를 빌미로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늦출 것으로 우려된다. 이어서 다른 국가로 연쇄반응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근간이 흔들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북극해의 빙상이 더 빨리 녹아내리고,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폭염과 폭풍, 극심한 홍수와 가뭄의 빈도는 더욱 높아질
11.06
정부가 2년마다 수립하는 전력수급계획에는 수요전망, 전원구성(mix), 전력설비 건설, 온실가스 감축 등 정부의 전력정책이 집약되어 있다. 이중에서 원전 석탄 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전원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것이 계획의 핵심을 이룬다. 전원구성이 전기요금 수급안정 안전 환경 등 전력정책이 추구하는 다양한 목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1991년 이후 열다섯번 전력수급계획이 만들어졌고 그중 다섯번의 계획에서 전원구성(mix)에 커다란 변곡점이 있었다. 1995년, 2013년, 2017년, 2020년 그리고 2023년도 계획에서다. 1995년과 2013년도의 변화는 전력수급위기에서 비롯되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과잉투자 논란으로 발전소 건설은 축소된 가운데 경기호황 서울올림픽 등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하자 1990년대 초 전력예비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지는 전력수급위기가 닥쳤다. 이에 1995년 3차 장기전력수급계획에서 LNG발전 비중을 10%이상 늘렸다.
10.30
윤석열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에 도달함에 따라 그간의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가 다양한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산업사회의 대전환을 불러온 기후변화와 에너지정책에 대한 재검토는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어 그 중요성이 크다. 현 정부의 기후·에너지정책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미국의 경제·사회학자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최근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보낸 경고성 메시지에 주목해 보자. 그는 아직도 화석연료와 원전에 의존하는 한국경제가 경쟁력을 잃어갈 위기에 처했다고 단언한다. 눈앞에 다가온 화석에너지 종말의 시대에 ‘나 홀로 역주행’하는 에너지정책으로 인해 한국 기업이 에너지비용 면에서 뒤처지고 국제사회의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규제 움직임으로부터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리프킨의 이러한 경고를 비웃듯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배출량이 2022~2023년 연속 감소한 수치를 내세우며 지금의 기후·에너지정책을 한층 옹호하는 분위기다. 이달 발표된
10.23
환경 캠페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구들은 ‘한 등 끄기’ ‘폐품 재활용’이다. 이 캠페인 구호들은 유치원 때부터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다시 아이를 낳을 때까지 수십년에 걸쳐 들었던 것이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는 할머니 시대의 낡은 궤적 같은 느낌이 들지만 ‘한 등 끄기’와 ‘폐품 재활용’은 여전히 무언가 큰일을 해낼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우리 모두가 한 등 끄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구가 고통을 받는 것으로 믿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재활용을 위해 쓰레기 분리수거라도 제대로 해서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싶고 그렇게 함으로서 마음의 평안함을 얻었다. 오래된 캠페인은 사람들에게 믿음으로 자리를 잡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 믿음의 동심을 파괴하는 어른들의 현실주의가 존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 9월 미국의 석유화학 기업 액손모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짓된 광고로 소비자들이 안심
10.16
8월 29일 헌법재판소에서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졌다. 정부와 국회가 만든 탄소중립기본법이 헌법불합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 이후에 대해 정부가 감축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결정이다. 또한 이번 결정은 최초로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는 2020년 3월, 19명의 청소년들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후 무려 4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청소년들이 제기한 소송 이외에도 시민과 아기 등 다양한 주체들이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는데 그 성과가 지금 나타난 것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2026년 2월까지 탄소중립기본법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는 내년 2월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10.02
지난 7월 글로벌 컨설팅사인 EY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21개국 CEO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글로벌 CEO 중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향후 3년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즈니스 전략으로 ‘탈탄소화 및 넷제로 달성’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 CEO들의 경우 28%만 ‘탈탄소화 및 넷제로 달성’을 선택했고, 그마저도 매출확보 및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나 기술혁신 투자 등과 함께 선택해 비교적 우선순위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과 같은 초유의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글로벌 CEO들의 단기 전략 최우선순위가 재무수익이 아닌 탈탄소라는 것은, 기업의 탈탄소화가 재무수익과 직결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우리 기업의 경우도 두 가지 종류의 탈탄소 요구를 마주하고 있다. 첫번째는 과학적인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는 고객사의 요구이고, 두번째는 기업의 경영활동이 기후위기에 기여하지 않도록 배출감축을 강제하는 정
09.25
너무나 더운 추석이었다. 극심한 무더위와 급변하는 날씨가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면서 에너지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세계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써왔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생산 저장 전송∙분배 등 전력공급에 초점을 둔 단선적인 정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이라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잉여전력으로 인한 출력제한 문제는 재생에너지 도입에 앞장서던 제주도부터 시작해 호남 등 내륙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설치와 송배전망 확대가 논의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비용은 천문학적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탄소중립 정책은 주로 전력공급 부문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구체적으로 계획되고 실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에너지 소비 행태를 살펴보면 최종에너지 소비의 48%는
09.11
올해로 72년째 발간되고 있는 BP사의 ‘세계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석유매장량은 1조7000억 배럴을 초과하며 일평균 소비량은 9800만 배럴 정도다. 20년 전 매장량이 1조3000억 배럴이었고 그동안의 소비량을 약 5000억 배럴로 보면 지난 20년 동안 전세계 석유 매장량은 약 9000억 배럴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매년 막대한 양의 석유가 소비되면서도 매장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이유는 석유탐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발견 지역이 육상-해상-심해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초의 석유시추 탐사로 인정받는 에드윈 드레이크의 195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타이터스빌 시추는 1년 동안 30m를 굴착해 얻은 업적이다. 그 후 회전식 시추 방식, 이수 순환 시스템, 시추 전용 기자재, MWD 등과 같은 첨단 시추기술 등이 개발되면서 현재는 시간당 100m 굴착도 가능해졌다. 반잠수식 시추선 개발로 수심 300m에서도, 다이나믹 포지셔닝 시스템을 장착한
09.04
지난 한달간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집 밖을 나서는 게 두려웠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뭐냐고 묻는다면 한치 망설임도 없이 에어컨이라고 응답할 사람이 대한민국 인구수보다는 훨씬 많을 것 같은 여름이었다. 하지만 더위가 꺾이고 가을이 오면 거실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에어컨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극심한 무더위를 겪다 보면 농작물 작황도 나쁘리라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곡물작황이 나쁘지 않다. 비가 내려야 할 때 내려주어 작물이 잘 자란 덕분이다. 하지만 농부들에게 이런 상황이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자급자족 시대에 풍년은 기뻐할 일이지만 농사가 비즈니스인 시대에 셈법은 복잡하다. 시장 예상보다 더 많은 농산물이 생산되면 가격은 하락한다. 이걸 ‘풍년의 저주’라고 한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미국 농가의 순수익은 지난해보다 25%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해 이미 순수익이 16%나 줄어든 이후라 그 충격은 더 크다. 국내에서
08.28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주목하고 그에 따른 위험성을 공론화시킨 인물은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스크립츠 해양연구소장이자 기후과학자였던 로저 르빌이었다. 르빌은 40여년에 걸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기록한 찰스 킬링의 과학적 관측 결과에 확신을 가지고 1965년 존슨 대통령에게 기후변화 위험성에 대해 보고했다. 지구온난화가 정치적 의제로 등장한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당시 월남전을 치르기 바빴던 존슨도, 워터게이트 수렁에서의 닉슨도, 심지어 1970년대 세계 오일쇼크로 인한 대체에너지 발굴에 진심이었던 카터조차도 이 문제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는 그저 과학적 이론에 불과했다. 1960년대 후반 하버드로 옮긴 르빌로부터 영향을 받은 학생 중에는 앨 고어라는 인물이 있었다. 고어는 1984년 상원의원이 되자 기후변화 문제를 이슈화시키기로 하고 일곱명의 의원을 규합했다. 그중의 한명이었던 팀 워스 상원의원은 1988년 6월 기후변화와 온실가스의 영향을 논
08.21
얼마 전 한전이 ‘계통관리변전소’ 지정을 통한 신규 발전 관리계획을 발표했다. 계통안정을 위해 수용 접속용량이 포화 상태에 가까운 변전소를 대상으로 신규 계통접속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번 조처로 전국 205개 변전소가 계통관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지역의 반발이 심하다.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서는 계통확보가 필수조건인 마당에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발목을 잡는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망 확충은 에너지전환의 전제 조건 한전 발표에 따르면, 관리 대상 지역 태양광 사업의 경우 8월 31일 안에 신규 발전사업 허가를 받지 못하면 2031년까지 생산된 전기를 송출할 전력망을 갖지 못하게 된다. 즉, 현재의 계통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당분간 해당 지역에서의 신규 태양광 발전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호남과 제주의 경우 지역 내 모든 변전소가 계통관리 대상으로 지정돼 태양광 발전사업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특히 접속 중인 국내 태양광 설비의 39%가
08.14
럭비경기에서는 전진패스를 못하고 공을 뒤나 옆의 동료선수에게 보내면서 상대진영을 공격한다. 공이 전진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공을 들고 앞으로 전력질주하는 것뿐이며 수비는 공을 가진 공격선수만 태클해 방어를 한다. 공을 몸에 지니고 전진해야 하기 때문에 공격속도는 느리고 경기의 박진감은 떨어져 보인다. 보호장비 없는 몸으로 태클을 하면서도 본능을 억누르는 룰을 엄격히 지키는 스포츠여서 “축구는 불량배들이 하는 신사적인 스포츠이고, 럭비는 신사들이 하는 불량배적인 스포츠”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미식축구는 럭비에서 변형된 스포츠다. 미국인들은 럭비의 원시적 본능을 살리면서 더 역동적인 경기방식을 창조했다. 미식축구에서는 전진패스가 가능해졌고 공을 가지지 않은 상대편 누구든 태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럭비가 맨손 백병전 성격이라면 미식축구는 포격전이 혼합된 종합전투라 할 수 있다. 미식축구는 개인의 운동능력을 극대화하고 3차원적인 공격과 수비가 가능하도록 기존 경기룰을 파괴하고
08.07
말 그대로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우리 가족은 남해안을 피서지로 선택했는데 휴식은커녕 쏟아지는 햇살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그 와중에 찾은 해수욕장은 밀려드는 해파리 때문에 즐길 여유가 없었다. 서울은 조금 시원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이런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폭염특보가 발령되고 태백 지역의 고랭지 배추가 폭염으로 말라 비틀어졌다. 6일 현재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약 5000명의 질환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지역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극단적인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례적으로 지난 7월 말에 폭염을 경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수십억의 인구가 50℃의 온도에 노출되어 있으며 미국에서는 1억2000만명이 폭염경보에 노출되었다고 한다. 메카의 성지순례 기간에는 1300명의 순례자가 폭염으로 사망했고, 유럽에서는 관광명소
07.31
이달 7일 유럽연합(EU) 산하 중기 예보센터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최근 12개월(2023년 7월~2024년 6월) 지구 표면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64℃ 상승했다고 밝혔다. 파리협정상 방어선인 1.5℃를 이미 넘은 것이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에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에는 극심한 더위가 찾아왔고, 케냐와 중국 브라질 러시아 프랑스 등에서는 폭우로 홍수가 발생했다. 지난 4월 발표된 네이처 논문에서 과거 40년 동안 전세계 1600개 이상 지역의 일별 기온과 강수량 등 기상변동성을 고려해 경제성장과 그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한 결과, 기후위기로 인한 전세계 연간 피해액은 매년 38조달러라고 밝혔다. 특히 아프리카가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라고 전망했다. 흥미로운 점은 기후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경우 아프리카는 전세계의 2~3%만 배출할 뿐인데 이로 인한 영향에는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향후 아프리카의 기후대응 인프라
07.29
빌 게이츠가 존경하는 작가 비츨라프 스밀은 최근 저서 ‘대전환’에서 인류가 당면한 5대 과제로 인구전환 식량전환 에너지전환 경제전환, 그리고 환경전환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 모든 전환들이 서로가 얽혀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전환이다. 현재 우리나라 최대 현안은 저출산 문제다. 1960년대 5.95명이었던 출산율이 2023년 4분기에는 0.65명으로 떨어졌고, 이 추세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가적 재앙 수준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는 노동력 부족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 정도가 아니라 국가 존망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총리급 전담조직도 신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가 대전환의 일부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수도권 인구집중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진단했다.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인한 청년들의 경쟁 스트레스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최대 10배나 높
07.17
지난 6월 발표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화제다. 동해 포항 앞바다 심해에 가용한 탐사자료 해석의 결과로 도출된 탄화수소 집적구조에 탐사 자원량 기준으로 35억~140억 배럴이 부존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를 찾는 탐사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2050년에도 화석에너지 비중 절대적 올해로 72년째 발간되고 있는 BP사의 ‘세계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은 1조7000억 배럴을 초과하며 일평균 소비량은 9800만 배럴 정도이다. 20년 전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은 1조3000억 배럴이었고 그동안의 석유 소비량을 약 5000억 배럴로 보면,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은 약 9000억 배럴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통계에 따르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2050년 주요 에너지 수요 구성비 목표는 재생에너지 약 55%, 화석에너지 30%, 원자력/수력 15%였으나, 현재까지의 탄소중립 이행 추세를 고려한 예측은 화석에너지 약 67%,
07.10
지난달 마지막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UFRO) 제26차 총회가 있었다. 2년 전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던 세계산림총회(WFC)는 산림 분야 장・차관 등 행정가를 포함한 모임이었지만 이번 모임은 연구자들의 학술대회인 만큼 학문적인 논의 위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폐회식에 앞선 마지막 기조강연에서 흥미 넘치는 발표와 질문이 있었다. 강연자는 산림전문가가 아닌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의 한스 쉘른후버(Hans Schellnhuber) 소장이었다. ‘기후복원을 위한 산림의 변혁’이라는 제목 아래 “지구촌의 산림복원과 도시의 목재 중심 사회로의 복원(Reforesting the planet, Retimbering the city)”을 주장했다. 숲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한 나무를 도시에서 적극 활용하는 것이 기후변화의 해결책이라는 논리였다. 지구촌의 녹화가 추진되면서 많은 나무가 탄소통조림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목재는 시멘트나 철근보다 이
07.03
역대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6월 초여름이 지나고 그 깊이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길고 잔인한 여름이 바야흐로 시작되었다. 지난해 6월 이후 계속된 월별 세계 평균기온 기록은 이번 7월에도 경신될 전망이다. 인도의 수도 델리는 5월과 6월 사이 40℃가 넘는 날씨가 40일 동안 지속되었고, 중국 남부지방에서는 지난 4월 100년에 한번 내리는 수준의 폭우에 이어 6월에도 무자비한 폭우의 습격을 받았다.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할수록 인류가 경험하는 극한기상의 빈도는 잦아지고 세기는 강해진다. 저명한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적으로 연평균 48만9000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그중 1/4의 피해자는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했다. 폭염은 빈부를 차별하지 않지만 폭염에 의한 피해는 가난한 자에게 더 가혹하다. 높은 인구 밀집도와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이다. 란셋은 2022년 고온으로 인한 노동시간 손실이 4900억달러로 1991~20
06.26
지난달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가 오랜 고심 끝에 실무안을 발표했다. 작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올해 말로 예상되는 본안을 발표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듯 싶다. 전기본이 이토록 주목을 받는 이유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간의 어줍잖은 국가적 논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뿐 아니다. 국가가 전기본을 통해서 전력수급과 관련된 모든 계획들을 통제하다 보니 시장은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젠 이런 전기본이 계속 필요하기는 한 건가를 심각하게 짚어볼 때가 되었다. 1963년부터 시작된 국가 차원에서의 전력수급계획은 초기 300MW수준에 불과했던 전력공급 규모가 현재 140GW 이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관리해왔다. 처음 40여년은 산업화시대 경제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원개발이 주목적이었다. 2002년부터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의 결과로 경쟁시장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인 지구온난화 대응이라는 책무가 추가되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