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7
2025
미국의 거듭된 견제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과 전기차 태양광 등 신산업에서 중국의 굴기가 예사롭지 않다. 권위주의 체제의 강력한 동원력에 바탕한 국가주도형 불균형 발전전략에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경제에 인사이트를 제공하던 한국은 주력산업들이 중국의 위협에 시달리면서 자유시장경제의 강점이 무색해지고 있다. 중국이 미래산업에서 혁신의 역량을 보여주는 배경에는 사회주의 체제라는 외양과 달리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역사적 DNA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리학이 조선에서는 붕당정치의 이념적 토대가 됐으나 중국에서는 황권을 뒷받침할 관리를 선발하는 실용학문에 그쳤다. 19세기 서구 침략에 대항하는 변법자강 중체서용 양무운동 등이 공리공론에 머물자 미국 학자인 듀이의 실용주의를 배우는 학습열풍이 일어나고 5.4운동으로 이어졌다. 사회주의 중국에서도 실용의 정신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마오쩌둥은 소련의 도시노동자 중심 투쟁이 중국 현실과 괴리되자 농촌 중심의
03.20
올해 춘절 연휴를 전후로 중국에서 개발된 오픈소스 인공지능(AI) 대형 모델 딥시크(Deep Seek)가 국제사회의 커다란 주목을 받으며 중국 일반 가정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딥시크는 중미 간 인공지능(AI) 기술격차 축소에 크게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에 있어서 중국 자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5년에 들어와서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하이테크 대기업을 포함한 홍콩 항셍 과학기술지수는 30% 이상 급등했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은 ‘AI분야의 스푸트니크 사건’으로 평가했다. 이런 영향 외에도 딥시크의 인기가 갖는 보다 큰 의의는 중국 사회 전체의 AI에 대한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으며 나아가 중국 전반 산업과 영역에서 AI의 보급과 응용을 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딥시크가 주목받기 전 중국에서는 일부 개인과 기관이 AI의 중요성을 인식했지만 대부분이 관망하거나 회의적이었으며 심지어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딥시크의 인기를
03.13
11일 막을 내린 올해 양회는 향후 중국의 경제 및 기술 전략을 전망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특히 인공지능(AI)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며 산업과 경제 전환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제 AI는 단순한 유망기술을 넘어 글로벌 패권경쟁에서 중국이 사활을 거는 전략적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은 AI를 산업 및 경제 전환의 핵심요소로 공식화하며 AI 굴기를 본격화했다.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행정부가 대중국 기술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반도체와 AI를 비롯한 첨단기술의 자립을 더욱 강조했다. 연초 중국 AI 기업이 선보인 ‘딥시크-R1’ 모델은 실리콘밸리를 놀라게 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와 기술적 제한을 넘어서 세계적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개발 비용도 미국에 비해 1/10 이하에 불과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2025년 3월 8일자 기사)는 이를 “중국이
03.06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새로운 유라시아 지정학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러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될 경우 중러 밀착이 이완되고 미국은 중국 견제에 전념하는 안보지형 변화를 예측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에 따라 북극항로를 둘러싸고 잠재해 있던 지정학 갈등과 새로운 해양패권 경쟁이 부각될 전망이다. 2030년대에는 북극항로 물류가 상용화된다. 이에 대한 선점 경쟁은 이미 뜨겁다. 신 유라시아 패권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군사적 이합집산도 선명해질 것이다. 중러가 미국에 맞서 견고한 연대를 고수할지, 아니면 ‘리버스 닉슨(Reverse Nixon)’ 전략으로 ‘미국·러시아 대 중국’ 판도가 조성될지 관심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극이사회(AC) 활동이 중단되는 등 북극지역 국제기구는 사실상 붕괴되었다. 이에 러시아는 2023년 3월 북극항로 상용화를 외교정책 우선목표로 삼고 비북극권 국가에 북극지역 개발 참여의 우호적인
02.27
1월 발표된 중국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일반적인 예측보다는 높은 5.0%의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안정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룩했으며 정부가 세웠던 주요 경제발전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했다는 것이 중국의 자체 평가였다. 정말 그 평가대로 중국경제가 순항하고 있는가? 중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경제성장의 축인 소비와 투자가 부진했다. 외자유치금액도 대폭 감소했으며 실업률은 5%대로 고용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고 공업기업들의 이윤은 3.3%나 감소했다. 위안화 환율도 전반적인 평가절하 추세 속에 1달러당 7위안 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소비자물가는 0.2% 상승, 생산자물가(공장도)는 2.3% 하락으로 가히 디플레 수준이었다. 그나마 선전한 상품 수출 부문도 달러 기준으로 5.9% 증가했지만 사실 2년 전인 2022년 수준의 회복이었다. 이런 주요 경제지표들을 보면 중국이 5%의 순조로운 경제성장을 했다는 느낌보다는 여전히 어려운 국면이라는 생각을 지울
02.20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자마자 관세전쟁이 일어나고 국제정세도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무역주의 조치는 인접국인 캐나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대미 무역흑자국인 중국이나 일본 한국 등 동북아국가들에도 무역구조 재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이시바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대미투자 확대 약속 등으로 미국과의 관계 안정을 시도했다. 한편 이와야 외상 방중 외에도 자민당 및 공명당의 집권당 대표단,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일중경제협회, 상공회의소로 구성된 경제계 대표단 등을 중국에 파견해 정치 및 경제 차원에서 중국과 관계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시바 총리도 대중국 관계 개선 및 방중 의사를 밝혔으며 이에 따라 중일관계도 점차 회복· 발전할 추세다. 중일 양국 모두 미 무역흑자국이며 미국에서 오는 관세압박 등 보호무역주의 도전에 직면했다. 또한 경제 글로벌화가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 및 디리스킹 정책으로 인해 크게 위축되면서 그 대안으로 개방된 지역주의 혹은 지
02.13
중국산 저비용 고효율 인공지능(AI)인 딥시크의 충격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정부가 주도해 AI 빅데이터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에 인적·물적자본을 대거 투입한 노력의 결실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국가 주도의 대역사(大役事)에 익숙하다. 이민족 방어용 만리장성이나 남쪽 강물을 북쪽 건조지대로 보내는 남수북조, 세계 최대인 샨사댐이 그 예다. 서구가 로마제국 이후 소국으로 분열되고 장원경제 등 분절된 국정으로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적었던 것과 대비된다. 중국 고유의 정치체제도 대규모 국가사업 추진에 일조했다. 진시황 이후 중앙집권형 권위주의 국정이 지금의 공산당 일당 체제에 이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경기회복을 위해 4조위안(800조원)의 막대한 재원을 동원한 철도 도로 항만 공항 등의 인프라 투자는 막대한 부채 후유증을 남겼지만 세계적 불경기 극복에 기여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중국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한 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 관행이 최근 ‘인내
02.06
지난달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글로벌 AI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불과 80억원으로 개발된 R1 모델이 오픈AI의 챗GPT-4와 맞먹는 성능을 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이는 중국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대륙의 실수’라는 오명을 뒤집는 계기가 되었다. 이 성공은 중국 AI 산업의 잠재력과 혁신능력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 중국의 AI 개발 역량과 전략적 접근법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한다. 미국의 기술제재에도 불구하고 효율성과 창의성으로 이를 극복한 점은 중국 AI 산업의 적응력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딥시크의 경쟁력은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분석된다. 첫째, 희소모델(Sparse Model)을 통한 기술적 혁신으로 연산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둘째, 10억 이상 중국 인구의 실시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활용했다. 셋째,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뒷받침되었다. 이러한
01.23
모든 시대는 그 시대만의 고유한 가치관을 형성한다. 오늘날 집단적 가치관의 변화속도는 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몇년 동안 중국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은 큰 변화를 겪어 왔다. 아직 청년세대에 속하는 필자조차도 ‘Z세대’와의 세대차이를 크게 느끼게 된다. 전통적인 혈연 중심 사회와 달리 중국 젊은이들의 소셜네트워크 방식은 많이 다변화 세분화됐다. 젊은이들은 친인척들과의 왕래를 대폭 줄여 혈연 중심의 인적유대를 더 이상 중시하지 않는 추세다. 정서적 유대를 추구하면서도 가족 친척 등 전통적인 ‘강한 관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온라인 친구, 동호회 친구 등 ‘약한 관계’에서 더 많은 정서적 만족을 찾는다. 고민 상담이나 대화가 필요할 때 젊은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전문가를 더 선호한다. 젊은이들은 일상적인 사교활동보다 깊이 있는 대화와 가치공감을 추구하는 소셜네트워크로 전환하고 있다. 그들은 프라이버시와 경계감을 중시하며 지나친 정서적 투자와 복잡한 대인 관
01.16
지난해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설정한 북중 ‘우호의 해’는 마무리 공식 행사도 없이 냉랭하게 끝났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4년 새해 축전 교환과 함께 선포한 ‘우호의 해’는 자오러지(趙樂際)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4월 평양을 방문, 개막식에 참석하면서 막이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주목할 만한 행사나 고위급 교류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는 평년의 양국교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북한의 고위급 교류는 2023년 12월 박명호 외무성 부상, 지난해 3월 김성남 국제부장이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완전히 끊긴 상태다. 수교 기념일인 10월 6일에도 양국 지도자가 의례적인 축전을 주고받았을 뿐이며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 별도의 대형 축하행사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폐막식도 없이 해를 넘겼다. 중국과 북한은 2009년에도 수교 60주년을 맞아 ‘우호의 해’를 설정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북한의 2차 핵실험(5.25)에
01.09
지난해 12월 26일 중국의 경제매체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외자기업, 중국투자의 새 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라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에서 지난해 1~11월 기간 설립된 외자기업이 5만2379개사로 ‘역사상 가장 많았다’고 강조했지만 외자유치금액에 대해선 얼버무렸다. 코로나19 시기와 2023년의 신규 외자기업 수치(3만8000~5만3000개사)와 비교하면 많은 수치여서 그 기사만 보면 외자유치의 새로운 장이 열린 느낌을 준다. 그러나 유치액을 살펴보면 그림이 전혀 달라진다. 상무부에 따르면 11월까지 외자유치금액은 7497억위안(약 1055억달러)으로 무려 27.9%나 대폭 감소했으며 코로나19 시기의 유치액 1300억달러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진출 외자기업들의 고정자산투자는 11월까지 20%나 감소했고 이윤총액(제조기업 기준)도 0.4% 감소해 외자기업들이 현지 경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황은 중국경제가 상당히
01.02
지난해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 올해 경제운용의 최우선과제로 내수진작을 내세우며 재정투입과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음에도 새해 중국경제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전기차 배터리 로봇 등 신산업의 역동적 굴기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경기침체와 실업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양면성은 중국이 엄중한 대외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전시에 준하는 경제운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010년 일본을 넘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무렵까지는 민간기업이 부의 축적을 주도하는 시장경제 중심의 평시경제였다. 2008년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서구의 퇴조를 중국의 부활 계기로 인식하고 무역흑자와 내수진작으로 쌓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중국해 내해화 등 지정학적 영향력의 확장과 일대일로 등 지경학적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미국의 견제가 가시화되자 시진핑 주석은 2014년 중앙국가안전위원회 제1차 회의 이후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융합한 총력안보체제를 강조했다. 2016년 트럼
12.26
2024
2025년 세계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미중경쟁 속에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해져 글로벌 경제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은 ‘글로벌 샌드위치’가 될 위험에 직면해있다. 세계경제의 두 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한국의 입장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도 이어가야 한다. 전략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절실하다. 최근 중국의 경제둔화는 미중경쟁 양상을 바꾸고 있다.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이다. 4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세계경제 점유율이 감소했다. 2021년 18%로 정점을 찍은 후 지금은 약 16%로 떨어졌다. 2021년 부동산 붕괴와 2022년 코로나 봉쇄로 충격이 더해졌다. 국내 수요와 가계소비는 찔끔 반등했고 무역 불균형 심화와 국내 물가하락은 더 심각한 상황을 말해준다. 투자주도 경제 체제도 제약 요인이다. 글로벌 투자원 1위(약
12.19
최근 베이징에서 중앙경제사업회의가 개최됐다. 중앙경제사업회의는 매년 말 열리며 이듬해 경제정책 방향을 제정하는 중요한 회의로 주목을 받는다. 이번 회의에서는 2025년 9가지 중점 임무를 확정했다. 그 중에서 소비를 크게 진작하고 투자 효과를 제고하며 국내 수요를 전방위로 확대하는 정책이 가장 우선적인 임무로 선정됐다. 이는 수년간 강조돼 오던 내수확대 진력 정책으로부터 내수 전방위 확대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전방위라고 하는 것은 원자재 생산과 공급, 생산기술 제고, 고유자본과 사회자본 참여, 인재배양, 인구성장, 제품혁신, 전국적 통일 대시장 형성, 교통 및 물류 인프라 건설, 재정 및 화폐정책, 산업지원 정책, 취업정책, 대외경제협력 등 모든 영역에서 국내수요를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올 들어 중국정부는 일련의 내수 확대정책을 제정했으며 특히 소비영역에서 구제품을 신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정책으로 인해 가전 가구류 제품의 소비가 대폭 늘어났다. 소비의 점차적 증가로
12.12
트럼프의 귀환에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한마디에 글로벌 시장이 출렁인다. 노도(怒濤)의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중국은 누구보다 불안하다. 지난 1기와는 다르게 전개될 트럼프 리스크의 불가측성 때문이다. 트럼프 2기 외교방향은 국제 안전보장과 자유무역이라는 공공재 제공을 대폭 축소하는 신고립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즈는 이를 미국의 영광 재현(MAGA, Make America Great Again)이 아니라 ‘미국 리더십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거라고 진단한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은 전열 정비를 마친 상태다. 보편관세 이외 모든 중국 수입품에 60%의 보복관세, 그리고 펜타닐 단속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10% 추가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했다. ‘탈 달러’를 추진하는 브릭스 국가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발표는 트럼프식 일방주의의 하이라이트다. 외교안보팀도 반중(反中) 일색으로 구축됐다. 전통적 보수진영의 네오콘을 배제한 채 예스맨으로 채워졌다. 국가
12.05
“중국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은 관용구처럼 쓰이는 말이다. 중국정부가 민간부문을 억압하고 국유부문에 아낌없는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 말은 상당한 진실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 반대의 현실을 숨기기도 한다. 기업 차원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구조조정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 상반된 현상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중국의 산업을 바로 볼 수 있다. 먼저 보조금 혹은 국유부문을 강화하는 사례들을 알아보자. 중국정부는 그야말로 막대한 보조금을 활용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국가반도체기금일 것이다. 올해 5월 3440억위안으로 조성된 이 기금은 2022년 미국의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 약속한 530억달러에 버금가는 반도체 부문의 보조금이다. 이 기금은 주로 국유은행들로부터 조달되어 국유지분이 포함된 기업들에게 투입된다. 전형적인 국가주도 산업정책이다. 국유부문도 더 강화되고 있다. 일례로 중국정부는 2024년 9월
11.28
중국국가통계국이 자국 경제상황을 발표하면서 표제로 사용하는 어구들을 보다 보면 암호풀이를 하는 듯한 아리송한 느낌이 들곤 한다. 지난 10월까지 ‘전체적으로 안정’이나 ‘안정 속에 성장(穩中有進)’이란 표제가 주조였다. 그러나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보면 1분기 5.3%, 2분기 4.7%, 3분기 4.6%로 성장률이 지속적인 하락추세여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하반기 들어 지준율인하 금리인하 재정지출확대 등 적극적인 경제정책 실시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는 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10월까지 주요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중국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적지 않다. 10월까지 경제의 주요축인 소비 투자 모두 4% 이하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소매총액 증가율은 10월까지 3.5% 증가에 그쳐 상반기 3.7%보다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투자는 제조업분야 투자가 10월까지 9.3% 증가해 양호한 모습
11.21
최근 승용차를 구입하기 위해 중국 내 여러 브랜드 매장을 방문했다. 전통적인 외제차 판매점은 한산했지만 신에너지차 매장은 매우 인기가 높았다. 여기에는 젊은 소비자들의 승용차에 대한 인식이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나아가 중국 승용차 산업에서 거대한 변혁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독일제 BMW 벤츠 아우디(약칭 BBA)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고급차 브랜드는 중국의 중산층과 부유층 신분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수입제 혹은 외제차 브랜드 품질이 국산차보다 우수하다고 인식했을 뿐만 아니라 비싼 가격과 이미지는 그들에게 베블런(Thorstein B Veblen)이 말하는 ‘과시적 소비’의 가치를 가져다주었다. 최근 들어 비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던 BBA와 기타 외국제 호화차는 중국 시장에서 매출과 수익이 크게 떨어졌다. 3분기 중국 시장의 영업실적에 따르면 BBA의 매출 및 순이익은 최근 2년 동안 분기 기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BMW의 매출은 324억600만유로로
11.14
최근 한중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5월 리창 총리의 방한, 8월 당국간 한중차관전략대화개최, 10월 1.5트랙인 한중우호미래포럼 개최에 이어 이달부터 한국인 15일 무비자 중국입국도 시행되었다. 경색되었던 한중관계의 반전 속에는 중국이 처한 국내외 정세와 한반도 상황의 변화가 내재되어 있다. 중국과 한반도는 역사적 유대와 지정학적 연계가 깊다. 중국은 힘이 강할 때 한반도로 영향력을 확장했고 힘이 위축되면 한반도의 독자적 행보가 나타났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그치던 중국은 한중수교 이후 남북의 대중의존수요를 활용해 한반도 전체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북한은 핵 개발로 대북제재를 받자 중국을 체제유지의 후견으로 활용했고 한국은 중국에서 경제발전의 동력을 찾는 한편 북핵문제에 대한 협력도 요청했다. 남북 모두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면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중국의 한반도 문제 관여 역량이 예전 같지 않다. 무엇보다 러시아 이란
11.07
확대된 신흥국 그룹 ‘브릭스 플러스(BRICS+)’의 첫번째 정상회의가 지난 10월 22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렸다. 22개국 정상 및 정상급 인사 36개국 대표가 참석했다. 그런데 높은 관심에 비해 반향은 크지 않았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및 중동사태가 크게 부각된 까닭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늘어난 회원국 사이에서 일사불란한 실행계획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브릭스 9개 회원국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44.8%, GDP 규모는 전세계의 35.7%(PPP)에 달한다. G7의 GDP 규모 29%를 훌쩍 뛰어넘는다. 비(非)서방 이니셔티브 중에서 잠재적 영향력이 가장 큰 브릭스 플러스의 정체성과 미래 향배는 그래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미국 중심의 질서에 대항하는 반서방이냐 아니면 제3지대에서 중립을 지향하는 비동맹이냐가 그 요체다. 이번 정상회의를 주최한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완전 고립된 이미지를 벗어나 다수 중견국가를 파트너로 엮어내는 건재함을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