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9
2026
최근 10년간 풍수해로 인한 인명피해는 총 199명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60세 이상 126명인 63.3%가 고령층에 집중됐다. 홀로 사는 어르신은 재난문자를 제때 확인하지 못할 수 있고,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주민은 갑작스러운 대피가 쉽지 않다.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이나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은 같은 비가 내려도 훨씬 큰 위험에 노출된다. 올여름 정부는 취약계층 한분 한분을 자연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관계기관이 함께 여름철 기상전망과 과거 인명피해 특성을 토대로 자연재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올해 대책은 취약계층 보호와 재해취약시설 안전관리를 한층 강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먼저, 폭염 대책을 살펴보면 취약노인과 쪽방주민은 거동 불편자 등 고위험군 중심으로 주기적 예찰을 강화하고 냉방용품을 보급한다. 또한 야외 노동자 보호를 위해서 폭염 취약사업장의 시원한 물 비치, 적정 휴식시간 제공 등에 대한 점검과 감독을 철저히 하고 이동식 에어컨
07.07
우리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해외건설 강국으로 성장시켜 왔다. 이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사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접근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글로벌 인프라 시장은 사업 기획 단계부터 투자와 금융, 운영을 함께 고려하는 투자개발사업(PPP)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공항 철도 항만 에너지 도시개발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다양한 주체가 초기부터 참여해 사업 구조를 함께 만들어간다. 해외건설의 경쟁력이 시공 기술력뿐 아니라 사업을 발굴하고 투자까지 연결하는 종합적인 역량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어려움은 초기 투자 부담이다. 해외 투자개발사업은 사업 초기부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투자 회수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수한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를 갖추고도 자금 부담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는 기업들을 현장에서 적지 않게 만나왔다. 이러한
07.06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참교육’이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정조준하며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학교를 대립의 공간으로 박제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잠재적 괴물’로 취급하는 듯한 시선은 불편하면서도 극 중 ‘교권보호국’이 보여주는 통쾌한 응징에 씁쓸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수십 년 전 필자가 고등학교 교사로 첫 발령을 받았을 때, ‘폐품 수집’과 ‘수업계’를 담당했다. 중장년층이라면 신문지와 빈 병을 들고 등교하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창고에서 전교생의 폐품을 정리하는 일은 고되었고, 수업계를 맡아 전교의 시간표를 수기로 짜고, 매일 상황에 따라 시간표를 변경하느라 분주했다. 주 25시간에 이르는 과중한 수업으로 고단한 나날이었지만 교권 침해도 날 선 민원도 거의 없이 사제 간의 정이 흐르던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사이 학교에는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가 있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가 강화된 것은 의미있는 진전이지만 때로는 학교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방향으
07.02
피지컬AI는 단순히 로봇에 AI를 붙이는 기술이 아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언어와 지식을 다루던 생성형AI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피지컬AI는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작업을 계획해 행동 궤적을 생성하고, 실패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재시도해 목표를 달성하는 ‘자율 행동 시스템’이다. 이 변화의 기반은 파운데이션 AI 모델이다. 챗GPT가 언어와 지식의 패턴을 학습해 문제를 풀듯이 피지컬AI는 사람의 행동과 로봇의 조작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환경에서도 실시간으로 복합 임무를 수행한다. 피지컬AI의 경쟁력은 네 가지 축에서 결정된다. 첫째는 임무를 세부 작업으로 분해하고, 순서를 계획해 상황에 따라 행동을 수정하는 ‘인간 수준의 행동 지능’이다. 둘째는 접촉과 힘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행동 실행 모델’이다. 셋째는 초저지연·저전력 추론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AI 반도체’이고, 넷째는 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와 내구성’이다. 피지컬AI의 평가지표는 명확하
07.01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화제다. 많은 국민이 이미 공교육의 위기를 현실의 문제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은 불행하고, 학부모는 불안하며, 교사는 무기력하다. 지난 십여 년간 권리만 강조되고 책임은 약화된 교육이 오늘날 교실의 위기를 키웠다. 정치권과 교육감들이 앞다퉈 교권보호국 설치를 제안하는 것도 교실의 위기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대책은 사건이 발생한 뒤 내놓는 사후적 처방에 머물렀다. 교권보호의 핵심은 예방-조기개입-사안 대응-책임-후속지원이 하나로 연결된 국가책임형 보호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예방이 미흡하면 사건을 막을 수 없고, 조기개입이 늦으면 피해가 커진다. 책임이 뒤따르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후속지원이 없으면 피해는 장기화된다. 다섯 단계는 하나의 유기적 체제로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체제가 갖춰져야 교권침해는 줄어들고, 교사는 제도적으로 보호받는다는 신뢰를 갖게 된다. 교권을 존중하는 문
06.30
인공지능 대전환(AX) 시대다. 격동기엔 새로운 문제가 출몰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성과급 문제도 개별기업 노사간 논란을 넘어 사회적 충격파를 일으켰다. 인공지능(AI)이 만든 ‘초과’는 누구의 것인가. 초과이익, 초과세수까지 쉽지 않은 질문이 공론화를 기다린다. 사실 초과의 원조는 금융이다. 실물경제를 넘어, 또 서민경제와 동떨어진 ‘성과급 잔치’ 뉴스는 주로 금융권에서 나왔다. 얼마전 부동산 호황에도, 최근 주식투자열풍 속에도 은행은 사상최대이익 기록을 새롭게 만들어왔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감사직에 응모해 면접을 보는 자리였다. 그동안 캠코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면접관들께 되물었다. 금융이 그 자체로 성장한다는 것, 특정한 기법과 프로젝트에 성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라의 산업, 서민들의 삶, 지역의 번영에 밀접히 연관되고 서로 성공과 실패를 나누지 않는다면 금융이 무슨 쓸모인가. 서민들이 경험하는 금융은 ‘잔인한 금융’이거나 담장 너머 그들만
06.29
경남 창원시에 소재한 국립창원대가 시끄럽다. 얼마 전부터 종합 국립대를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주장이 학내에 떠돌더니 급기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경남지사 후보가 창원대의 과학기술원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기까지 했다. 구성원 동의 없이 이를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되자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부산·경남 지역에 과학기술원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무분별한 과학기술원 설립은 인재 과잉공급만 유발할 뿐 지역사회 균형발전과는 동떨어진 방향이라는 문제 제기도 뒤따랐다. 물론 급격한 인구·산업 구조 변동으로 과학기술 분야 신규 인력이 크게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는 과학기술원 부족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이 많다. 이공계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과 의대 쏠림 현상에 따른 이공계 기피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여년간 해외로 나간 이공계 인력이 크게 늘었고, 4대 과학기술원에서도 의대 진학
06.25
담대한 정책은 늘 중앙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방향은 변방에서 먼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생활인구, 복수주소제 같은 말도 그렇다. 지금은 이재명정부 국정과제 언어가 됐지만 그 씨앗은 인구 2만명 선이 흔들리던 강원 양구군에서 먼저 움텄다. 2022년 양구군 인구정책TF가 마주한 현실은 단순했다. 사람이 줄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전입지원금과 출산장려금만으로는 더는 부양할 수 없는 감소였다. 접경지역, 군부대 개편, 일자리 한계, 청년 유출이 함께 겹쳤다. 누군가에게는 현실이었지만 양구에는 존립의 문제였다. 그때 TF가 바꾼 것은 예산 항목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누가 양구로 주소를 옮길까”가 아니라 “누가 양구와 관계를 맺을까”였다. 이 질문 하나가 정책의 방향을 바꿨다. 양구는 사람을 주민등록표 안에만 가두지 않았다. 양구를 찾아오는 사람, 며칠 머무는 사람, 대학 수업으로 지역문제를 배우는 청년, 기부로 지역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시민까
06.24
대금 연주자로 무대에 서서 땀 흘리던 청년 시절부터, 대학에서 전통 음악의 미래를 고민하던 교육자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삶의 중심에 늘 국악을 두었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 전통 예술의 종가(宗家)라 할 수 있는 국립국악원의 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지난 2년여 간의 수장 공백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현장과 강단, 정책과 행정을 두루 경험한 사람으로서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우리 음악의 미래를 넓혀가겠다는 큰 뜻으로 국립국악원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선, 국악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일상에서 향유하는 ‘우리 모두의 국악원’을 만들고자 한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 속에서 소중한 전통문화를 지켜왔지만 한편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문화마저 훼손될 위기를 겪은 아픈 기억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국악은 오랫동안 전승과 보존이라는 절박한 사명 아래, 수많은 국악인이 시대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음악의 맥을 잇기 위해 헌신
06.23
대한민국 의료의 가장 큰 강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이다. 국민 누구나 집 가까운 곳에서 필요할 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비교적 짧은 대기시간 안에 의사를 만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의료 접근성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바로 일차의료다.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차의료는 의료체계의 가장 낮은 단계가 아니라 가장 넓고 중요한 기반이다. 감기나 몸살 같은 질환의 치료는 물론, 만성질환 관리, 예방접종, 질병의 조기 발견과 상급병원으로의 적절한 연계까지 담당하는 국가 의료체계의 토대인 셈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일차의료의 중요성은 더욱 절대적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해 고령인구 비중 20%를 넘어서며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의료의 중심은 단순한 질병 치료에서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 유지로 이동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은 수술이나 첨단 장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동네에서 환자를 20년
06.22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바로 ‘치매머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약 124만명이며,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약 154조원에 달한다. 앞으로 고령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면서 2050년에는 치매환자가 397만명, 치매머니 규모는 48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노후 빈곤이 가장 큰 사회적 과제였다면 이제는 또 다른 고민이 치매 환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질환이 아니다. 금융거래와 계약, 투자 판단, 재산 처분 등 경제적 의사결정 능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평생 모은 재산이 정작 본인의 노후를 위해 사용되지 못하거나 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이 커진다. 치매 환자의 재산 피해는 단순한 금전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재산이 사라지면 의료비와 요양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이어
06.18
“그래서 정숙한 사업을 하시는 거죠?” 한 여성 펨테크 기업 대표가 들려준 말이다.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를 빗대어 펨테크를 여성 속옷이나 성 관련상품 정도로 오해한 말이었다. 펨테크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떤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대조차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펨테크(Fem-Tech)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와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기술·상품·서비스를 통칭한다. 이 산업의 가치는 단순히 소비재 시장의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장기화된 저성장, 저출생과 고령화, 돌봄부담이 커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가 키워야 할 전략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펨테크 산업육성은 단순히 개별기업 몇 곳을 키우는 문제가 아니다. 올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정부 최초의 펨테크 산업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25개 기업모집에 298개사가 지원했고
06.17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제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으로 규율하는 법적 기반은 아직 충분히 정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우리 과학기술 연구개발 법체계는 ‘과학기술기본법’과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국내 연구개발을 전제로 설계된 구조라는 특징을 가진다. ‘과학기술기본’은 국가 차원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법으로서 과학기술 국제협력에 대해 포괄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원칙적·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 특별법’,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 등 다른 개별 법률에서도 과학기술 국제협력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지만 각 분야의 특수성을 반영한 단편적 규정일 뿐이다. 또한 연구개발 사업의 공모, 선정, 협약, 평가 등 전 과정을 체계화하는 데 기여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역시 과학기술 국제협력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별도의 규율체계를 포괄
06.16
올해 5월 정부는 처음으로 재생에너지의 중장기 정책 방향을 담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까지 확대하고, 2035년에는 우리가 쓰는 전기의 3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약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의 도약이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목표가 아니라, 국민의 소득과 일자리 구조를 바꾸는 경제 전환 계획이기도 하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 혜택이 국민에게 직접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보급은 대부분 사업자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발전 이익이 그 지역의 주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는 매우 취약했다. 이번 계획은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태양광·풍력 발전단지 인근 주민은 협동조합 방식 등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직접 투자하여 발전 수익을 나눠 받을 수 있고, 송전망 건설에 주민이 투자자로 참여해 수익을 얻는 구조도 만든다.
06.15
최근 세계 각국의 MZ세대들은 K팝 아티스트들의 연습실과 드라마 촬영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한국의 골목골목을 직접 걷는다. 세계인은 이제 상품이 아니라 이야기와 경험, 문화와 정체성을 소비하기 위해 한국을 직접 찾는다. 콘텐츠가 태어난 땅, K스토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을 직접 걸으며 그 문화적 원형을 체험하려는 것이다. 일종의 문명 발상지 순례다. 이 같은 흐름은 세계 팝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얼마 전 미국 LA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는 수만 명의 관객을 열광시키며 글로벌 차트를 뒤흔든 팝그룹이 무대에 올랐다. 멤버들의 국적은 미국, 필리핀, 가나계 등 다양했고 노랫말은 영어였다. 하지만 이들을 발굴하고 트레이닝하며 독자적인 세계관을 기획한 운영체제는 다름 아닌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었다. 국적과 언어를 넘어 한국형 제작 시스템이 세계 대중문화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시대를 움직이는 힘은 문화이며 그 확산의 방식과 영역도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고대 문명이 강을 따라
06.11
사진을 찍을 때 아웃포커싱(Out-Focusing)이라는 기법이 있다. 피사체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배경의 심도를 의도적으로 흐리는 기법이다. 지금 대한민국 제조업이 서 있는 자리도 이와 닮아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산업을 '현재의 업종'으로 정의해 왔다. 조선은 배를 만드는 산업이고, 자동차는 차를 만드는 산업이며,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만드는 산업이었다. 산업의 경계는 명확했고 기업들은 그 안에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경쟁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 그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압도적인 생산능력과 투자 규모를 앞세워 제조업 전반에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과거처럼 기술 우위만으로 격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다. 가격 경쟁력도, 생산량 경쟁도 쉽지 않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은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때 TV와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던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세계 최고의 OLED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시장의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대규
06.10
바야흐로 정원의 시대다. 지방선거에서 ‘정원도시’를 표방하는 공약이 전국을 휩쓸었다. 각기 명칭은 달리 표현되었지만 100~150개가량 지자체에서 정원도시를 내세웠다. 이 정도면 ‘생활밀착형 자연친화 여가 인프라’는 하나의 시대정신이다. 8년 전 필자가 ‘힐링도시’를 들고 초선 구청장 선거에 취임하던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최근의 정원도시 열풍이 시대정신으로 ‘격상’된 이유는 여럿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과 쉼의 재발견, 대한민국 국민의 생활 수준과 행정에 대한 높은 요구, 순천만 국제 정원박람회 등 메가이벤트의 흥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정원정책의 업그레이드를 촉진했다. 최근 도시설계, 조경 등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도권 또는 대도시의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분석할 때 정원도시 정책만큼은 노원이 ‘압도적인 선두’”라는 평가를 자주 받는다. 이를 대표하는 성과로는 전국 유일의 ‘대한민국 국토대전’ 5년 연속 수상, 전국 휴양림 업계를 뒤흔든 ‘수락휴’의 센세이션
06.09
미국의 대외 군사행동이 중동을 넘어 확산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쿠바가 다시 국제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정에 불과하다고 넘기기엔 국제정치는 언제나 예상을 앞질러 움직여왔다. 만약 쿠바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현실화된다면 그 충격은 지정학을 넘어 현지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쿠바 강경 조치가 정치 일정과 맞물린 ‘선거용 변수’일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그 여부와 무관하게 현장의 고통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쿠바는 전쟁이 아니어도 전쟁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베네수엘라발 원유 공급이 끊기면서 전력난은 일상이 되었고생필품 부족과 물가 급등은 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수도 아바나에서는 차량 운행이 줄고 쓰레기 수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연료 부족이 도시 기능 자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멕시코 대사 재임 시 쿠바를 겸임하며 여러 차례 현지를 방문했다. 특히
06.08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때 우리는 화면에 보이는 버튼과 결과만 본다. 그러나 그 뒤에는 수많은 서버 데이터 보안체계 운영시스템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사용자는 불편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만나는 행정서비스 뒤에는 수많은 공무원의 판단과 조정, 집행과 책임이 있다. 공직사회는 늘 전면에 보이지는 않지만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국가를 작동시키는 핵심 기반이다. 그 기반이 활력을 잃으면 국정도 무거워진다. 공무원이 감사와 징계 부담 때문에 필요한 결정을 미루고, 성과를 내도 성장 기회가 부족하며, 현장에서 헌신해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면 행정은 소극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국민이 기대하는 유능한 정부는 공무원에게 책임만 요구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인사혁신처가 공직사회 활력 제고와 공직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
06.04
이재명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환경의 날(6월 5일)을 앞두고 교통·환경 시민단체 4곳은 공동으로 정부의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 핵심 정책을 평가했다. 일단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대중교통 요금 할인 확대 등 예산이 집행 중인 정책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출발은 한 셈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고 수송 전동화를 실질적으로 앞당길 정책들은 아직 기어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 강화는 연구용역 단계에 머물러 있고 탈내연기관 로드맵 수립은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언급만 있었을 뿐 정부안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두 정책의 연간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은 각각 27만톤, 102만톤으로 추산된다. 감축 잠재량이 가장 큰 정책은 유류세 인하 폐지다. 연간 227만톤으로 수송부문 주요 정책 중 감축 기대효과가 가장 크다. 하지만 2021년 ‘6개월 한시 조치’로 시작된 유류세 인하는 지난달 말 21번째 연장을 맞았다. 전쟁발 국제 유가 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