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0
2024
“내가 낸 세금이 얼만 줄 알아?” 얼마 전 도봉구에서 진행된 악성민원 대비 모의훈련에서 민원인 역할을 맡은 직원의 메소드연기가 기억에 남아있다. 공무원으로서 자주 들어본 말이기에 실제 상황인 듯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모습이 현장에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그동안 얼마나 많이 힘든 상황을 경험했을까 싶어 안쓰럽기도 했다. 악성민원 등에 시달리는 공직사회 최근 많은 기사를 통해 민원·갑질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한 공무원, 과중한 업무와 박봉으로 높아지는 공무원 이직률과 매년 낮아지는 공무원 시험경쟁률 등 서울시 구청장으로서 안타까운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사실 구청장의 자리는 시민의 선택을 받은 정무직 공무원이자 직원의 근무환경을 책임지는 기관의 장이기도 하다. 필자는 우리 직원의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구민들에게도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취임 초기부터 직원복지와 안전한 근무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먼저 직원 마음건강과 힐링교육, 휴양소 지원,
05.16
노인인구 1000만 시대.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니 노인은 이제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세대가 됐다. 그러나 사회가 노인을 한 사람으로 존중하며 이들의 진정한 필요를 공감하며 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노인에 대해 언급할 때 흔히 4고를 말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빈고’, 건강상실로 고통과 질환을 겪는 ‘병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소외 또는 상실로 갖게 되는 ‘고독고’, 직업 또는 사회적 역할이나 상실에 따른 ‘무위고’가 그것이다. 노년기가 되면 다른 세대에 비해 이 4가지 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이 큰 것은 맞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편이라 노년기에 경험하는 위기와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실제 그 비율은 높은 편이다. 노인빈곤만 보더라도 2021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43.4%)를 차지했다. 따라서 노인의 삶의 힘듦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대책 마련은 매우 중요한
05.14
우리나라 무역의 99.7%를 지탱하는 해운업과 국민의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는 수산업은 최근 심각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매년 해양·수산계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약 1700여명의 젊은 해기사들이 양성되고 있으나 졸업 후 5년 사이 약 70%가 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 구인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해양·수산업계의 심각한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유연하게 해기사를 양성하고 배출된 해기사들이 장기적으로 안정된 승무를 할 수 있도록 인력양성 경로 다변화, 소득세 감면, 근로조건 및 환경개선 등 ‘선원일자리 혁신방안’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오션폴리텍 양성과정 주목 이러한 배경 속에 최근 바다를 꿈꾸는 비(非)해양·수산계 일반인들도 해양산업분야 전문직인 해기사가 될 수 있는 오션폴리텍(Ocean Polytech) 양성과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1991년부터 시작된 오션폴리텍 과정은 취업이 절실한 육상의
05.13
정치의 본질은 민생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가와 사회, 가정과 개인 모두 존속할 수 없다. 먹고 살려면 먹거리를 구해야 한다. 따라서 먹거리를 구하는 일자리가 민생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일자리가 위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 탈세계화 등 세계적 요인과 함께 불평등과 저출생 노인빈곤과 지역소멸 등 압축성장이 낳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민생의 요체는 결국 일자리 이런 복합위기시대를 맞아 민선 8기 광산구는 역점 시책으로 ‘지속가능 일자리 특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첫번째 성과물로 지난 4월 ‘광산구 지속가능 일자리 특구 조성을 위한 연구’ 최종보고서가 나왔다. 연구 용역을 맡은 전북대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채준호 교수)은 지난해 8월부터 8개월간 1800여명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또 제조업과 서비스업, 노인 일자리와 교육 등 다양한 일자리 이해관계자 23명에 대해 표적 집단면접을 실시해 광산구의 지속
05.09
과거 대규모 순환 정전과 여름철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를 넘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래 전력수요 증가의 대부분은 산업용 전기소비량 증대에서 기인한다. 그 요인 중 하나는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전력 수요다.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시설로 IT인프라의 중추적 기반이자 디지털 전환의 핵심 동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데이터센터 전기소비량이 2026년 약 1000TWh에 이르러 2022년 소비량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도 2022년 1.8GW에서 2029년 49.4GW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급증은 전력부족이 AI 산업 성장의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높인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이 적용되는 산업에서도 전력은 중요하다. 첨단산업은 특수한 환경에 고도의 기술을 적
05.08
2024년은 대한민국 국립한글박물관 건립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글’을 정체성으로 삼는 세계 유일의 국가박물관, 그 10년 성장의 길을 되짚으며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시면서 품었던 아름다운 철학 - 스스로 자유로운 나라, 사랑하는 백성, 삶에 도움을 주는 실천 - 을 생각합니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성들을 위해 바른 소리를 어우르는 바른 글자를 창조한다.” 이 위대한 뜻에도 기득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음을 알고 있습니다. 대왕의 번민과 고독, 그리고 정치적 용기에 한없는 존경과 찬사를 올리며, 천명하셨던 창제정신을 잇고자 국립한글박물관의 소명을 다짐드립니다. 국가안위와 공동번영의 국제협력자 국립한글박물관은 문화·학술·교육기관입니다. 또한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책임지는 안보기관이자 지구촌 평화와 공동의 문명사적 번영을 위해 헌신하는 국제협력자입니다. 언어와 문자는 특정 민족이 공동체 인식을 함유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이자 문명을 창조
05.07
우리나라 경제발전은 무역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2022년 기준 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수출 40.9%, 수입 43.7%에 달한다. 중동사태 등 불안한 국제 정세에도 올해 4월 7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며 전년 대비 14% 가까이 증가한 수출은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 무역통상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 경제안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디지털 등 우리 기업이 대응해야 할 통상규범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중견기업은 내부 혁신뿐만 아니라 혁신 스타트업과의 개방형 혁신 즉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술 및 시장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협업은 대기업 등 기존 기업에게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 분야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스타트업에게는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해외 시장 동반 진출과 성장의
05.02
전기통신금융사기(일명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현금수거책 역할을 맡은 만 17세 미성년자를 배제한 채 그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고 할 때 그 청구에 실익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최근 판결의 흐름을 보면 좀 더 신중히 고민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민법 제755조 제1항은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 자녀가 저지른 범행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그 부모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미성년부모 상대 손해배상청구사건 증가 그런데 대법원은 위 민법 조항에서 더 나아가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 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참조
04.30
최근 아는 후배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장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서 들어 보았다. 규모도 크고 향후 큰 투자가 계획되고 있었다. 2016년부터 본격화된 태양광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제도는 2021년부터 일몰됐고 ESS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REC 정책을 시행했고 다시 일몰시켜서 더 이상 ESS가 살아남지 못하도록 만들었을까? 그 출발은 중국의 전기자동차 보조금에 있다. 2014~2015년쯤에 중국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전기차를 활성화하려 했다. 이 보조금만 받으면 전기차 시장에 빠르게 진입을 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삼성과 LG는 중국 공장을 확장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보조금 주는 조건은 100℃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배터리 만드는 것은 한국이 앞서지만 한국이 집중한 전지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였고 중국은 LFP(리튬인산철) 였다. 한국도 LFP 전문 회사가 등장을 했다가 모두 망한 후였다. 한국정부는 전기차 보급이
04.29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 넓디넓은 대로를 자동차들이 점령한 도시. 그러한 도시는 도시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사람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도시라고 볼 수 없다. 서울시는 10분만 걸어가면 공원이 있는 도시, 사람들이 정원 같은 도시 속에서 푸르름을 항상 볼 수 있는 서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송파구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송파대로 명품화 사업’은 ‘정원도시, 서울’을 상징하는 사업이 될 것이다. 서울의 상징 ‘송파대로 명품화 사업’ 추진 송파구에는 많은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석촌호수공원이 있다. 평일에도 몇만명씩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고, 벚꽃 축제 기간에는 300여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기왕에 석촌호수에 모이는 사람들에게 송파대로 쪽으로 수준 높은 볼거리, 즐길거리를 마련함으로써 더 오래 머무르게 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석촌호수공원에서부터 가락시장 사거리까지 1.5km의 송파대로 인도를 7~8
04.25
왜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주가는 기업 이익이나 가치가 동일한데도 선진국, 심지어는 개발도상국 기업의 주가에 비해 낮게 평가될까. 중앙일보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상장기업 주식가격이 40% 혹은 50% 이상 저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일본 상장기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 대만 상장기업 PBR은 2.4배다. 반면 우리나라는 1배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이슈보고서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상장기업 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로 분석대상 45개국 중 41위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주주환원 결여, 수익성과 성장성의 부족이다. 그 다음 중요한 요인으로는 기업지배구조 취약성, 회계 불투명성,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이었다. 단기투자 성향과 지정학적 위험 등 외부에서 많이 언급되는 요인은 큰 영향이 없는 것으
04.24
“내 집에서 100살까지 살아야제.” 86세 어르신의 말씀이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극심한 두통과 무릎 통증, 치아 소실 등으로 집에서 누워만 생활하던 어르신이 지역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삶의 희망을 찾았다. 이런 사례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의료돌봄통합시범사업 지역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1000만 노인시대를 앞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인구 1/3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세대가 곧 후기 노령기인 75세에 이른다는 것이다. 먼 미래가 아니다. 어르신들에게 통합돌봄 절실 초고령사회로의 진전으로 가정 내 돌봄 부담도 커진다. 돌봄을 가족 책임으로만 돌릴 순 없다. 산업사회 속 핵가족으로 분화된 현실은 가족이 돌봄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안되지만 돌봄으로 인한 가족 갈등과 경제적 부담, 특히 일자리 위협으로 이어지는 복합적 문제를 낳는다. 3월 26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공포는 한국보건복지인재원장으
04.23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 기후변화 자원부족 인구고령화 등으로 우리 농업은 더 높은 파고를 마주하고 있다. 이전에는 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이면 대처 가능했던 문제가 요즘엔 분야를 뛰어넘는 집단지성이 움직여야 실마리가 잡히는 경우가 많다. 농업 연구에서 협업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공공기관은 농업 분야의 지속가능성 환경보호 공공성 등을 고려해 문제해결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제시하고 민간기업은 개발한 기술을 상업화해 시장에 적용한다. 협업은 연구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현장에서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더 빠르게 제공하게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현재 민간기업과 손잡고,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화훼 분야에서는 도심 속 미적 자원으로 공공 화훼를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주요 종묘회사와 함께 만든 열대풍 거리화단 모델은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도 잘 자라는 열대성 식물로 거리를 풍성하게 꾸미는 것이 핵심이다. 20개 정부기관, 지자체와 현장에서
04.22
지방이 소멸하고 있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여년간 대한민국의 시대적 화두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가균형발전이었다. 그동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하나같이 국가균형발전을 외치며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 나름의 노력을 해왔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100대 기업 본사의 86%가 수도권에 위치한다. 이러한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결코 선진대국시대로 나아갈 수 없다. 궁극적 목표는 지방도 잘 사는 것 국가균형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방도 잘 살자는 것이다. 지방이 살려면 첨단산업 재배치가 필수적이다. 첨단산업이 지방으로 내려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하늘길과 철길을 여는 것이다. 대구시장 취임 이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TK신공항 건설이다. 현재 우리나라 항공화물의 98.6%를 인천공항이 독점한다. 첨단산업이 수도권 이남으
04.18
1993년 5월 10일 오후 4시 즈음 태국 나콘 파톰(Nakhonpathom)주에 있는 한 공장에서 불이 났다. 담뱃불에서 시작한 불은 삽시간에 번졌다. 봉제인형을 만드는 이 공장에 천과 솜, 플라스틱 등 불에 타기 쉬운 재료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케이더 그룹(開達集團)은 마텔과 같은 외국 회사의 주문을 받아 디즈니 캐릭터나 심슨 봉제 인형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 화재로 188명이 목숨을 잃었고, 469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참사로 60여명의 아이가 고아가 됐다. 188명 희생자 가운데 186명이 여성이었다. 하루 125바트(약 4000원)의 저임금으로 노동을 시키는 공장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가난하고 어린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일하는 여성들이 인형을 훔쳐갈 수 있다며 공장 문을 외부에서 잠궈 탈출하기 힘들었다. 담배로 불을 낸 직원은 징역 10년형을 받았지만 공장문을 걸어 잠근 공장주와 관계자들은 벌금형에 그쳤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996년 4월 28일,
04.17
필자가 기억하는 첫 여소야대는 1988년 13대 총선이다. 당시 여당 노태우의 민정당은 125석 41.8%로 과반수에 실패했다. 1987년 6월항쟁의 독재와 반독재 구도가 대선까지 이어졌지만 야당의 분열로 대선에서는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었다. 하지만 곧이어 치러진 1988년 총선에서도 독재와 반독재, 민주와 반민주에 지역당색이 결합해 여소야대가 만들어졌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과정에 노동이슈는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6월항쟁이 열어놓은 공간에 노동이 터져나왔다. ‘7,8월 대투쟁’이라 불리는 폭발적 노동조합 설립과 노조 민주화 열기로 전국을 덮어버렸다. 1988년 총선에서는 노동이슈들이 민주화 요구와 함께 부상했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노동자의 요구가 담긴 노조법, 노동쟁의조정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금의 지방자치를 가능케 한 지방자치법, 국정감사권이 부활하고 노태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맞서 총리 해임 건의 등 국회 권한을 풀파워로 사용했다. 당시 5공 청문회
04.16
지난 3월에 발표된 ‘도시공간·거주·품격 3대 혁신방안’은 뉴빌리지(공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거주), 문화예술로 도시품격 제고(품격)를 다루었다. 먼저 ‘뉴빌리지’ 사업은 마치 2020년대 버전의 새마을 운동이 제시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 1970년대의 지역사회 개발운동인 새마을 운동(New Village Movement)과 이름부터 비슷하다. 종전과 달리 뉴빌리지에서는 노후 주거지의 개선방법으로 재개발 재건축이 배제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노후지역의 생활인프라 구축에 더욱 비중을 둔다. 전반적인 내용은 기존의 도시재생사업에서 지적된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앵커시설이나 마중물사업 등의 이름으로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막상 주민들은 체감되는 것이 없다면서 차라리 진입로 등 도로를 넓혀달라거나 재개발을 허용해달라는 의견이 나왔던 지역 등의 사례를 보면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 마을꾸미기 벽화사업 등에 대한 지적도 유사한 맥락이다.
04.15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년이 넘었다. 작년 1년을 돌아보면 아쉬움도 크다. 가장 큰 아쉬움은 ‘과열 경쟁 우려’로 지자체의 특색을 살릴 홍보와 모금이 제한되어 운영된 점이다. 지자체가 지역의 문제를 모금으로 해결하는 제도임에도 지자체장의 권한은 제한되었고, 홍보와 모금 방식 또한 획일적인 방식으로 강제되었다. 지역경제의 선순환 가능성 체험 광주 동구가 다른 지자체와 달랐던 점은 전문성 있는 민간과 협업을 통해 홍보와 모금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지자체가 하지 않는 지역 문제를 지정기부로 발굴해 모금을 진행했다. 9억원 조금 넘게 모금했고 답례품 비용으로 3억원 가까운 금액이 지역의 답례품 제공업체에 돌아갔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지역문제 해결의 종자돈 마련은 물론 지역경제의 선순환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했다. 일본은 2023년 고향세 모금액이 1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민간플랫폼 이용과 답례품 비용은 4조원에 달한다. 지자체마다 차이가
미국과 일본, 필리핀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3자 정상회의를 열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앞으로 상호방위조약에 준하는 군사협력을 할 것을 결의했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맞서는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 사업의 일환으로 필리핀에는 ‘루손 회랑’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덕분에 필리핀은 철도 항만 등 기초적인 사회간접자본으로부터 청정에너지, 반도체 공급망까지 폭넓은 인프라건설의 기회를 얻었고,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경제동맹의 맹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미국 역시 필리핀을 새로운 우방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기존의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오커스(AUKUS)와 함께 중국의 해양진출을 가로막을 또 하나의 방어선을 갖게 되었다. 미·일·필리핀, 대중 견제 위한 군사동맹 미국의 동맹 구축은 비단 ‘국가 대 국가’ 간 관계 형성에 머물지 않는다. 미 정부는 최근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인 대만 기업 T
04.11
지구상 가장 가벼운 원소이자 주기율표 첫번째 자리에 있는 수소는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다. LG경제연구원 리포트에 따르면 수소의 질량당 에너지 밀도는 휘발유의 4배 수준이다. 어디에나 풍부하고, 효율도 좋고, 게다가 무공해이다. 수소가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탄소중립에 필수불가결한 에너지 수소에너지는 탄소중립 구현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하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전세계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해 이행중이다. 탄소중립 구현을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전력 생산 방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환경과 날씨 등의 변수에 취약해 이른바 기저전력이 될 수 없다. 현 상황에서 화력발전을 대신할 기저전력은 수소와 원자력뿐이다. 때문에 수소에너지는 탄소중립의 열쇠다. 하지만 여기에도 역설이 있다. 수소를 만들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소는 무색의 기체지만 산업적으로 수소는 여러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