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는 ‘명품 숲세권’ 중구에서 산다
숲을 품고 있는 대도시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 곳곳이 폭염 홍수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많은 도시들은 도심 속 자연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는 숲과 대규모 정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천연’ 숲 남산을 품고 있는 서울은 운이 좋다. 그러나 정작 서울의 중심에 거주하는 중구민에게는 쉽게 찾아가기 힘든 동네 뒷산이었다.
남산자락숲길 드디어 중구민과 연결
큰 마음을 먹어야 오를 수 있었던 남산이 올해 4월 남산자락숲길을 통해 드디어 중구민과 연결되었다. 지난 2년 동안 금호산, 매봉산 등을 하나의 녹색길로 연결한 결과다. 최근 연구들은 도심 속 자연과 사람이 연결되면 건강 정서 사회적 관계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보다 많은 중구민을 천연숲과 연결해 드리고 싶었다. 그 결과 남산자락숲길에는 계단이 없다. 데크길을 만들고 자연 흙길을 평평하게 다졌다. 임산부와 노약자, 어린아이들은 물론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도 남산자락숲길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남산자락숲길의 데크길은 색다르다. 군데군데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 자연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주민들의 마음을 담아 나무가 자란 모양대로 데크 바닥에 구멍을 뚫었기 때문이다.
숲길을 만들며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대신 숲길을 조성하며 오히려 꽃과 나무 6만주를 추가로 심었다.
남산과 북악산, 북한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새소리로 가득한 치유숲길, 아이들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유아숲체험원, 어르신들의 건강을 책임질 맨발 황톳길을 갖춘 남산자락숲길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10월 마지막 구간이 완공되면 남산둘레길과 서울로 7017까지 연결되어 중구 동쪽의 신당동에서 서쪽의 중림동까지 이르는 동-서 보행 녹지축이 완성된다. 중구 어디에서든 ‘15분 숲세권’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한 발자국 다가선다.
중구 곳곳에서 남산에 이르는 남산자락숲길을 올레길처럼 코스화할 예정이다. 중구민뿐만 아니라 서울시민 누구나 남산을 더 쉽고 친근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대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천연숲을 신기해하며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숲과 도시와 사람이 하나 되는 멋진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남산자락숲길은 힙당동, 힙지로, 장충동, 동대문 등 중구의 지역 명소들로 관광객들을 자연스럽게 유인할 것이다.
남산, 중구민의 소중한 자산
중구 숲세권은 남산자락숲길 조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중구민의 30년 숙원이었던 남산 고도제한 완화로 노후화된 남산 주변의 주택들을 정비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남산은 더 이상 규제의 대상이 아닌 주민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중구민의 소중한 ‘자산’이다. 낙후되었던 거주환경이 개선되면 중구는 남산을 둘러싼 ‘명품 숲세권’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주민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준 정책’ 1위 남산자락숲길에서 만난 주민들의 환한 미소가 참으로 반갑다. 기후변화로 일찍부터 시작된 폭염에 지친 주민들의 땀을 식혀줄 시원한 휴식처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 도심 한복판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단 15분이면 푸른 자연의 품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남산자락숲길이 중구민에게 든든한 자부심으로 남기를 바란다.
서울 중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