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노인을 위한 주택은 5
주서령 경희대 주거환경학과 교수
“노인주택은 정든 집에서 살다 생 마감하는 종점”
노인 87% 평소 살던 곳 선호 … 공공이 토지 매입해 지역별 사회주택처럼 공급 필요
노인실태조사(2023년)에 따르면 노인의 87.2%는 평소 살던 곳에서 살다 생을 마감하길 원한다. 8.1%는 거주환경이 개선된 다른 집으로 가고자 했고, 4.7%는 식사나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노인전용주택으로 이사를 희망했다.
노인 대부분은 익숙한 환경에서 생활하고자 하는 선호가 강하다. 주거이론에서는 AIP(Aging In Place)로 불린다.
하지만 희망과는 다르게 노인들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기는 어렵다. AIP를 실현하려면 많은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 사는 곳에서 매끼니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고 병을 직접 간호해줄 가족이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이 맞지 않으면 결국 요양원으로 가야한다.

제25대 주거학회장을 지낸 주서령 경희대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해법으로 작은 공동체주택을 제시했다. 주 교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규모로 토지를 매입해 민간 운영자에게 임대해 주고 그곳에 노인을 위한 전용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현재 살던 지역에 소규모로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 있고 운영사는 여러곳을 관리할 수 있어 경제적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이 다가구주택이나 도심형생활주택 등 소규모 주거단지를 매입해 운영사에 위탁을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는 일종의 사회주택이기도 하다.
요양원 등 노인주거시설을 전문으로 연구했던 주 교수는 본인도 90대 노부를 모시면서 스스로 생활이 힘든 노인의 주거실태를 경험했다고 한다. 주 교수는 국내 상황을 분석해 해법을 제시했고 해외사례를 연구해 보고했다. 국내 시니어주택 연구 분야 선구자로 꼽힌다. 주 교수는 현재 안식년으로 정부의 시니어주택 관련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3월 27일 주 교수를 만나 중산층을 위한 시니어주택 해법을 들어봤다.
●2050년이면 노인인구가 전체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노인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인데 주거환경은 더 열악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전국 공공임대아파트 입주자의 50% 이상이 노인이다. 조사를 해보니 특정 지역 임대아파트의 경우 80%가 노인인 곳도 있다. 일반 아파트단지 입주민도 점차 고령화하고 있다. 별도의 노인주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반 주거시설에 노인들이 사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주택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노인이 거주한다는 전제로 주택 공급도 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AIP를 지적했는데 현재 인구 분포를 보면 수도권이 절반이다. 이들이 원하는 AIP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내가 살던 곳(주택)에서 자립해서 사는 것이 가장 좋다.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면서 아플 경우 장기요양보험 수혜를 받으며 살던 곳에서 안전하게 사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완전한 의미의 AIP는 어렵다. 그래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옮겨 거주할 수밖에 없다. 서울에 살던 사람이 느끼는 심정적 AIP 범위는 수도권까지로 파악된다.
●수도권 노인복지주택은 비싼 보증금과 생활비 때문에 중산층이 입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해소할 방안이 있다면
공동체주택을 확대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땅과 주택을 매입해 운영사에 저렴하게 임대해주면 된다. 임대조건부 실버주택인데 일본을 보면 서비스제공형 고령자주택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위해 사들이는 매입임대주택 형식일 수도 있다. 지역별로 다세대주택 등을 사서 노인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운영사는 다수의 노인주택을 운영하면서 운영비를 줄일 수 있고, 입주자는 저렴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호나 30호 등 작게 지어 운영하면 된다. 지역별로 이런 주택이 늘어나면 노인 주거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고가의 노인복지주택으로 갈 수 있지만 노인 빈곤율이 높은 상황에서 선택지는 요양원밖에 없다고 한다.
현재 노인가구 중 자녀와 거주하지 않고 부부만 사는 가구가 70% 정도다. 이들은 아프거나 식사 제공이 어려워지면 요양원(요양병원)으로 가야한다. 노년생활에 필요한 것은 자금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자로 편입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유한 부동산 재산을 어떻게 유동화해 노후 주거자금을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노인들이 살던 아파트나 주택을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맡겨서 임대운영수익을 내고 이를 노인들이 주거자금으로 활용한다. 우리는 주택연금이 있는데 이는 사실상 주택을 매도하는 것으로 아직은 우리 정서와 맞지 않다. 수도권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이는 주택을 팔아서 연금을 받고자 하는 것보다 주택을 임대해 운영수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더 많다.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주거시설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세대공존형 노인주택이 가능한가.
주택을 짓는 것은 단편적인 대책이고 중요한 것은 운영이다.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대규모 주거단지면 운영이익이 난다. 하지만 수혜자 입장에서는 소규모여야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사회주택 개념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용인의 한 공공주택단지에서 입주자 대면 조사를 해봤다. 거기는 노인과 청년, 신혼부부 등의 다양한 세대를 비율에 맞춰 입주시켰다. 노인과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생각보다 서로간에 부정적 시각이 없었고 신뢰가 깊었다. 이제는 공공이 의심없이 노인주거환경에 나서면 된다고 본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