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9
2026
1조달러 스타트업 시대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원조격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상장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오픈AI는 연내, 앤트로픽은 10월 중 나스닥상장이 목표다.기업가치는 상장 시점에 트릴리온(1조달러) 클럽이 예상된다. 실제로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인간친화적 인공지능이 가능할까. 둠스데이(세상의 종말)를 앞당기는 것 아닐까. 여기에는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튼은 말했다. “지금은 오펜하이머 모먼트이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자. 1945년 7월 16일 인류 최초의 핵실험 트리니티 테스트가 이뤄진 현장. 주인공의 독백이 흐른다. “이제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인도의 고대 경전 한 대목이다.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수 있다는 두려움과 회의감에 주인공은 고뇌한다. 바로 ‘오펜하이머 모멘트’이다. 클로드를 출시한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상대적 낙관론자다. 오픈AI에서 챗GPT를 개발했다가 상업화에 반기를
07.08
우리나라는 장마에 들었고 세계에서는 월드컵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32강에도 오르지 못했으니 관심을 가지기는 힘들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스포츠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카보베르데라는 생소한 나라의 축구팀이 디펜딩 챔피언과 연장전 승부를 펼치는 장면은 인간 승리의 드라마였다. 꼭 이겨야 드라마인가, 이 정도면 충분히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면서 개개인의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이들의 성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필자는 창발성에 주목한다. 창발성이란 각 요소들이 따로따로 가지지 못하지만 합쳐졌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특별한 성질을 말한다. 생명의 기본 분자 중 하나는 물이다. 물이 없으면 생명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들이 모여 있을 수도 없고 활성을 가질 수도 없다. 외계행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으려 할 때 물의 존재를 추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세히 보면 물 분자 하나는 수소 두 개와 산소 하나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아주 단순한 물
07.07
민주주의의 미래는 국민의 신뢰 위에 서 있으며 그 신뢰의 밑바탕은 다름아닌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에서 나온다. 따라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든 국민 모두가 결과를 신뢰하고 수용할 수 있는 선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국가적 중대 책무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각종 재보궐선거를 돌아보면 민주 절차상 중대하게 우려되는 바가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음모론으로 규정하는 고질적 풍토다. 문제는 의혹의 진위 여부가 아니라 선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지속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증폭일로에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 것이다. 국민이 선거 결과를 믿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선거는 사회 통합의 기능을 잃고 갈등과 분열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도 그랬다. 선거 후에
07.06
미국 정치지도자들은 ‘언덕 위의 도시’라는 말을 즐겨 쓴다. 존 F.케네디는 대통령 당선자 시절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우리(모든 정부 기관)는 항상 ‘언덕 위의 도시’와 같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말은 청교도 지도자 존 윈스롭이 1630년 영국에서 아메리카 대륙 뉴잉글랜드로 떠나는 아라벨라호 갑판에서 “저 건너 새로운 언덕 위에 세상이 우러러보는 빛나는 도시를 세우자”고 설교한 데서 비롯됐다.‘언덕 위의 도시’는 신약성서 마태복음의 ‘산상수훈’에서 유래했다. ‘언덕 위의 도시’는 미국 예외주의의 은유어로 쓰인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차별성을 지닌 특별한 나라라는 의미다. 이 은유가 현대 정치 수사로 널리 쓰인 데에는 레이건의 영향이 크다. 레이건은 이 표현을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 도덕적 리더십의 본보기라는 정치적 메시지로 확장했다. 다른 나라들은 이를 ‘미국 우월주의’로 해독하기도 한다. 4일(현지시간) 독립 250주년을 맞은 미국은 ‘언덕 위의
07.02
국토교통부가 6월 29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화성 동탄구, 용인 기흥구, 구리시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15 대책에서 지정된 규제지역들을 확장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이른바 ‘풍선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부터 앞섰다. 자료를 검색하면서 먼저 눈에 들어 온 뉴스가 있어 읽는데 소름이 돋는다. 서울 성북구의 한 뉴타운에서 1순위 청약 국민평형(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16억원 초반에서 17억6000만원까지로 책정되었다는 것이다. 2022년 같은 뉴타운에 있는 초기 분양단지의 같은 평형대 분양가가 9억원대였다. 4년 만에 9억원대에서 17억원대로 분양가가 올랐다. 그것도 상대적으로 비인기지역(시장에서는 2급지 혹은 하급지로 불린다)으로 분류되는 서울 강북지역이다. 분양가 상승은 하급지의 매매가격 상승을 정당화해 시장이 그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수용할 것이고, 이는 다시 상급지 가격을
07.01
‘명청대전(明淸大戰)’이라는 조어(造語)를 볼 때 국내 정치에 깊이 간여할 일이 없는 보통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문자로 보면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대결한다는 뜻인데 권력이 최고조에 있는 취임 초기 대통령이 고작 여당 대표와 싸운다는 게 말이 되느냐 싶은 것이다. 얼마 뒤 민주당 지지층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는 ABC론과 뉴 이재명 그룹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도 뜨악한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누구를 겨냥하고 무얼 말하자는 건지 다소 모호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문조털래유’ ‘한강새똥돼주길’이라는 기괴한 조어가 등장하면서 여권 내부의 갈등구도는 차라리 명료해졌다. 앞의 조어는 5명, 뒤의 조어는 7명의 이름 또는 별명을 한 글자씩 따서 만든 줄임말로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AI에게 물어보면 12명이 누군지 왜 그렇게 분류됐는지 설명이 나온다. 정치 고관여층이 아니어도 조금만 관심 가지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
06.30
월드컵 32강 탈락으로 온 국민이 부글부글하고 있다. 이럴 때 누가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라고 얘기했다고 하자. 그가 기업인이면 불매운동에 시달릴 것이고, 그가 정치인이면 다음 선거에 출마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그렇게 말했다면 누군가와 싸움이 붙어 쫓겨나기 십상이다. 그런 말하는 사람은 애국자가 아니거나, 정치적으로 반대진영에 속한 꼴통이거나 둘 중 하나다. 필자는 물론 그런 말을 할 리 없다. 필자도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하고 싶은 얘기가 끝이 없지만 떠오르는 대로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자. 중학교 때 체육선생님은 첫 수업시간에 단언했다. 축구는 아담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돼지 방광에 바람을 불어넣어 발로 차기 시작했다고. 1970년대 초 고등학생 시절 교환학생으로 서독에 간 적이 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남한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고 월드컵 8강에 올랐던 북한 축구팀만 기억했다. 체육수업에 들어갔더니 축구를 한다고 했다. 편을 나눈
06.29
일본계 반도체 장비회사에 다니는 30대 초반의 청년 C씨는 얼마 전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과 임금협상 결과가 보도되면서 그의 성취감은 단숨에 무너졌다. 성과급과 위로금을 합한 삼성전자 직원의 최고 연봉이 4억~5억원 선에 달한다는 소식은 청년에게 ‘내가 흘린 땀방울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실존적 혼란을 안겼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그는 대기업 임원 출신의 멘토를 찾았다. 하소연을 들은 멘토는 “수평적으로 타인과 비교하며 불행을 자초하지 말고, 수직적으로 자신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면서 성취감을 얻으라”고 조언했고 겨우 위안을 얻은 청년은 일터로 돌아갔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모든 청년에게 이처럼 맞춤형 조언을 해줄 멘토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급여격차가 부른 나비효과는 이미 단순한 위화감을 넘어 위험한 사회적·경제적 단층선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화성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잇는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의 부
06.25
민주당의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김민석 총리의 국회 복귀에 이어 정청래 대표가 24일 사퇴했다. 여기에 송영길 전 대표도 참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 대표의 사퇴의 변은 곧 출사표였다. 의미심장한 부분이 눈에 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을 열거하며 민주당 DNA를 강조한 것이다. 자신이 민주 진영의 적통이라는 것일까. 어쩌면 김 총리의 국민승리21과 송영길의 소나무당을 염두에 둔 듯 보인다. 모두 이 대통령과의 교감과 친분을 내세운다.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당·정·청 한목소리에 자신이 적임자라는 거다. 서로 ‘친명’이라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서로 칼끝을 겨눈다. 권력의 파이를 자르는 칼자루를 쥐려는 거다. 바로 국회의원 공천권이다. 선거가 불과 2년 앞이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도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유럽순방 출국과 도착 때 공항 풍경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그렇다. 오가는 말도 예사롭지 않다. 정 대표는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
06.24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가 의미심장하다. 국민 참정권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더불어민주당이 12곳, 국민의힘이 4곳을 각각 승리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당의 압승이다. 그러나 이 숫자 뒤에는 승패를 떠나 깊이 되새겨볼 민심 지형이 그려져 있다. 하나는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 원칙이다. 다른 하나는 내란세력에 대한 심판이다. 전자는 민주당의 서울시장 선거 패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4석 상실로, 후자는 민주당의 12석 광역단체장 확보로 말해 준다. 여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동시에 그 힘을 견제했다. ‘이기고도 진 선거’인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특별히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정치와 민심의 중심을 잡아주는 계기판과 같다. 한국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자화상이자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선거 결과를 깊이 성찰해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재명정부 집권 1년의 국정 성과와 ‘내
06.23
1983년 2월 8일, 삼성의 ‘반도체사업 진출’ 선언은 비장했다. ‘우리는 왜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선언문 제목부터 그랬다. “오늘을 기해 VLSI(초고밀도집적회로) 사업에 투자하기로 한다”는 선언은 그러나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됐다. 미국 인텔은 삼성을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비웃었고, 일본 미쓰비시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국내 여론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반도체사업은 실패할 게 뻔하고, 그래서 삼성에 위기가 오면 취약한 국내 경제 전반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에 퍼졌다. 그럴 만도 했다. 당시 가전제품용 고밀도집적회로(LSI)를 겨우 만들던 회사가 VLSI에 도전한 것은, 자전거 회사가 곧장 자동차 생산에 나서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삼성의 반도체사업은 첫걸음부터 철벽에 부딪쳤다. 라디오용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것 외에는 아무 기술도 없던 터라
06.22
2026 북중미 월드컵 주제가는 ‘DNA’(유전자)다. 멕시코시티 개막 공연에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가로 유명한 이 재가 세계적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함께 불렀다. 노랫말 중 “또 넘어져도, 난 또다시 일어나”를 한국어로 부르며 칠전팔기 투혼을 월드컵 DNA로 강조해 세계인을 열광시켰다. 한국어 가사는 이 재가 직접 썼다. 월드컵은 태평양 건너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열리는데 개막식과 주제가 가창, 결승전 하프타임쇼 등 빅 이벤트마다 K-팝 가수들이 무대에 오른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또다른 개막 경기에서 월드컵 사운드트랙 ‘골스(GOALS)’를 불렀다. 방탄소년단(BTS)은 7월 19일 뉴욕에서 진행될 결승전 하프타임쇼에 출연해 피날레를 꾸민다. 월드컵의 시작과 끝을 K-컬처가 장식하는 셈이다.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체코와의 1차전에서 국가대표 선수 오현규가 38도 고열을 이겨내고 역전골을 터뜨렸다. 4년 전 카타르대회에서 등번
06.18
6.3 지방선거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지방선거 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여권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등 핵심지역과 부산 북구 등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여파다. 국민의힘은 완패에도 불구하고 장동혁 대표가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핑계삼아 사퇴를 거부하며 ‘전면 재선거’를 주장해 난장판이다. 불행중 다행으로 이란전쟁은 종전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다급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실상 이란 요구를 전면 수용한 ‘묻지마 종전’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란에 대한 전쟁 배상금 450조원마저 우방국에게 떠넘기며 수용할 정도다. 이럴 거면 뭣 하러 세계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면서 전쟁을 시작했는지 의문이다. ‘미국 패권시대’의 종언만 크게 앞당겼다는 게 국제사회의 냉엄한 평가다. 이런 와중에 84세 고령에도 밑바닥 민심을 읽는 촉각은 살아있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야 정치권에 머잖
06.17
“낡은 것은 사라지지 않았고, 새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다양한 병적 증상들이 활개를 친다.” 그람시(Antonio Gramsci)가 파시즘의 위협에 직면한 1920년대 모국 이탈리아의 위기를 경고했던 말이다. 꼭 한세기 후 오늘의 세계와 한국을 두고 한 말처럼 들린다. 국제정치적으로 미국의 패권은 퇴조하고 있지만 새로운 질서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국내정치적으로는 반공 극우 세력들이 평화와 민주주의의 안착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지난 정권의 폭정과 내란에 책임있는 인사들이 선거를 통해 국회와 지방정부에 진출한 것 역시 이런 병증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입김이 갈수록 완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중국을 겨누는 ‘단도’로 표현하며 한국을 미중갈등의 최전선으로 몰아가고 있다. 북방에서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북러 관계가 밀착되고 있는 가운데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06.16
대한민국은 지금 지방소멸이라는 가혹한 현실 앞에 서 있다. 인구감소와 청년층 유출은 지방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국가적 과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의 권한 일부를 16개 시·도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노동행정 분권화’ 논의가 제도화 단계에 들어선 것은 의미가 크다. 과거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 노동행정으로는 지역마다 다른 고용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지역마다 주력산업도 다르고 고용불안의 양상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독점해 온 노동감독과 고용지원 기능을 지자체에 이양해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요구는 이제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 됐다. 실제 변화도 시작됐다. 지난 3월 노동부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중앙지방정책협의회 결과에 따라 정부는 중앙과 지방이 함께하는 ‘노동감독 원팀’ 체계 가동에 착수했다. 지방고용노동청이 전담하던 임금체불 예방, 근로계약서 미작성 단속, 최저임금 위반 점검 등 현장 밀착형 근로감독 기능과 일부 사법경찰권을
조선 말기 이제마가 창시한 사상의학은 개인별 건강 특성과 질병 양상의 차이에 주목한 독창적인 의학체계였다. 사람의 체질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에 맞춰 질병을 예방·치료하려 한 선조들의 통찰은 인간을 고유한 개체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오늘날 정밀의료 및 예방의학이 지향하는 철학적 본질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현대 정밀의료가 유전체와 환경, 생활습관 등 검증가능한 생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면, 사상의학은 오랜 경험적 직관의 산물이다. 이제 우리는 경험 영역에 머물렀던 사상의학의 통찰을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 기반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 한국인 고유의 유전체 정보와 세계적 수준의 건강검진 데이터와 임상기록을 스마트 기기의 라이프로그와 융합하는 지식체계를 통해서다. 한국은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강력한 바이오헬스 데이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뱅크의 유전체 등 정보는 생명과학 연구의 출발점이 되고, 높은 수검률을 자랑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주
06.15
기립박수는 42초 동안 계속됐다. 미국 시카고 필드박물관 인근의 대형전시장.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 행사장에서 췌장암 종양의학자 수백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수도 모자라 환호가 터졌고, 휘파람이 이어졌다. 단상 뒤 화면에는 췌장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기존 치료보다 60% 낮췄다는 그래프가 떠 있었다. 의사들을 일어서게 한 약물 이름은 ‘다락손라십’. ASCO 연례행사는 매년 5월 말쯤 열린다. 세계의 종양학자 수만명이 몰려든다. 암은 인류를 가장 많이 죽이는 질병. 그래서 ASCO는 여느 학회가 아니다. 암 연구와 치료의 최전선을 확인하려는 의학자들의 열기가 폭발하는 곳이다. 한국에서도 서울대병원 종양 의사 등 많은 사람이 거의 매년 찾는다. 올해 ASCO의 주인공은 췌장암 신약 다락손라십이었다.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연구책임자는 하버드대학교 브라이언 월핀 교수. 그는 ‘게임 체인저’ ‘패러다임 전환’과 같은 단어를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췌장암은
06.11
‘응답하라’ 시리즈가 있다. tvN이 2012년부터 방영한 드라마이다. ‘응답하라 1997’이 시작이다. 이어 1994, 1988로 바통을 넘긴다. 줄여서 ‘응칠’ ‘응사’ ‘응팔’로 불렀다.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에서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다. 숫자가 상상력을 자극했다. 1997년은 IMF외환위기로 기억되는 시대 아닌가. 1994년은 북한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성수대교가 무너진 해다. 이듬해에는 삼풍백화점이 붕괴됐고. ‘응팔’은 88서울올림픽이 개최된 해다. 그야말로 희비 곡절의 시대가 배경이다. 하지만 시대적 특수성은 그저 무대였을 뿐이다. 연출자 신원호PD는 단지 재미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연도가 주는 시대적 기억을 공유하며 열광했다. 만일 ‘응칠’이 1987이었다면 어땠을까. 박종철에 이어 이한열까지 아스팔트 위 열사의 시대가 아니던가. 군사독재에서 민주화의 물꼬를 튼 역사의 변곡점이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운
06.10
2026년 6월,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열린다. 4년을 기다린 선수와 축구팬의 가슴이 설레는 순간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지난 4월 플레이오프 토너먼트 연장전 끝에 승리해 5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정말 힘든 과정으로 본선에 진출한 이 팀의 시련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전지훈련의 일환으로 스페인 남부의 한 도시에서 6월 9일 열릴 예정이었던 칠레와의 평가전 경기가 취소되었다. 그 이유는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지카 바이러스 등이 큰 걱정거리였다. 모두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고 모든 것에 인간이 문제다. 해결도 인간의 몫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의 치명률은 아주 높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익숙해진 우리는 높은 치명률이 낮은 전파율을 의미함을 알고 있고, 에볼라 바이러스 문제는 국지적으로 끝날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와는 달리 에볼라 바이러스는 직접 접촉으로만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06.09
지방선거가 끝났다. 새로 선출된 광역·기초단체장들은 이제 냉엄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그 현실의 이름은 ‘인구감소’다. 청년은 떠나고, 아이는 태어나지 않으며, 지역은 늙어간다. 많은 단체장들이 인구 늘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지만 인구감소시대에는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2023년 경상북도의 의뢰를 받아 제자들과 함께 인구감소 대응 전략을 연구했다. 1년간의 연구 끝에 우리가 제안한 핵심은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이 아닌 관점의 전환이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더 중요하고, 그 출발점은 세 가지 관점의 전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첫째, ‘인구’에서 ‘인재’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지방정부는 여전히 인구 숫자에 집착하지만 대한민국의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리 지역만 인구를 늘리겠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낮다. 이제는 인구가 아닌 인재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