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
2026
소수 언어를 배우는 일은 고단하다. 그래도 언어의 끈을 놓지 않는 까닭은 세상에는 이면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란 거주 5년의 흔적은 몇 마디 말로 남았다. 이미 이란 생활도 만으로 8년이 되어간다. 그사이 미국 서부에서 거주한 기간도 3년이 들어있다. 누군가는 그만큼 현지어를 구사하느냐고 묻는다. 필자는 모국어인 한국어와 제1외국어인 영어와 제2외국어인 페르시아어 사이에서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다. 얼마 전 한해에 한번밖에 없는 한국외대 특수외국어능력평가에 응시했다. 물론 페르시아어였다. 때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일찌감치 접수를 했지만 막상 시험날이 다가오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오랜 시간 테헤란에 거주한 탓에 상대적으로 말하기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평가 영역은 듣기와 읽기다. 듣기 50문제와 읽기 50문제를 120분간 쉬지 않고 풀어야 한다. 영어로 치면 토익(TOEIC) 시험과 유사하다. 고군분투한 보람은 있었다. 성적표를 받아보니 시험 결과는 받을 수 있는
07.09
‘장대한 분노(Epic Fury)’라는 이름으로 개전 24시간 만에 폭격기 200대를 출격시켰던 미국의 대이란 전쟁이 일단락되었다. 지난 6월 15일 합의된 양국간 14개 합의문 이행을 둘러싼 신경전이 만만찮은 교전으로 표출되고 있지만 작금의 중동사태를 끝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비교적 뚜렷해 보인다. 퓰리처상 2회 수상자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잔혹한 전쟁’이라고 비판했듯이 미국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했는지 여전히 판단키 어렵다. 트럼프는 이란 핵위협의 가시화를 상당 기간 후퇴시켰다는 근거로 ‘표면적으로는’ 핵활동 중단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현실적인 비핵화를 달성했다는 자화자찬에 빠져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17일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재회한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의 끈을 놓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개발에 대한 과거의 대응 과정이 아쉬웠다”는 점을
07.08
구글 메타 아마존이 건설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내부에서는 수천 가닥의 광섬유를 묶은 초고밀도 광케이블이 인간의 신경망처럼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전달한다. AI의 ‘신경망’이라 불리는 이 핵심 인프라를 공급하는 주역이 바로 ‘전선3사’이다. 이들 기업들은 기존의 전선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AI 데이터센터 광통신 전동화인프라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첨단 인프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융합과 다각화’, 스미토모전기의 도전 1897년 전력 케이블 제조업체로 출발한 스미토모전기는 지속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현재는 환경·에너지, 정보통신, 자동차, 일렉트로닉스, 산업소재 등의 사업을 운영하는 종합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했다. 자동차 사업에서 창출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AI 인프라와 같은 미래성장 분야에 지속적으로 재투자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력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환경·에너지 사업에서는 AI 메가 데이터센터에 기가와트급
07.07
# 장면 1 : 우크라이나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던 세니아 칼무스 플로리스트는 전쟁으로 드론 제작사 CEO로 변신했다. 러시아 침공 전 몇개였던 드론 제작사가 수백 개를 넘어섰다. # 장면 2 : 영국 스타머 총리는 우크라이나전쟁을 ‘드론전쟁’으로 규정하면서 새 ‘방산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총예산 150억 파운드(30조9300억원) 중 50억파운드(10조3100억원)를 드론에 투자한다. 2022년 푸틴 러시아가 침공해 발발한 우크라이나전쟁이 전쟁 양상을 확 바꾸어 놓았다. 전쟁터가 혁신무기 연구터가 된 것이다. 약소국이 군사강국에 밀리지 않는 새 무기와 전술이 나왔다. 저렴한 드론이 수십억 가격의 러시아 폭격기와 전차를 파괴했다. 미국·유럽은 우크라이나전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시간 연구하고 있다. 특히 값싼 드론과 최첨단 인공지능(AI) 로봇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되었다. AI와 드론이 바꾼 전쟁의 공식 지난해 우크라이나는 약 250만대 드론
07.06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뜻밖의 곳에서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애플 같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기업까지 제품 가격인상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AI 데이터센터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저장장치를 빨아들이자 소비자 전자업체가 부품 조달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 상승으로 애플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구매력을 가진 전자제품 기업 중 하나다.그런 애플까지 가격인상을 언급했다는 점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 단순한 부품업계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제품 가격으로 번지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최근 애플의 행보에 대해서는 메모리 3사(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높은 가격 부담을 제어하기 위한 부품 공급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07.03
성서 요한묵시록에는 임금들이 최후 결전을 치르기 위해 아마겟돈(Armageddon)으로 집결하는 모습이 나온다. 아마겟돈은 요란한 번개와 천둥과 지진이 일어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오늘날 아마겟돈은 파멸적 위기나 기존 질서를 허무는 대격변의 의미로 쓰인다. 최근 정보통신(IT) 업계에 ‘라마겟돈(RAMageddo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메모리 반도체 램(RAM)과 아마겟돈을 결합한 말이다. 인공지능(AI) 시대로 진입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메모리 공급난과 산업 전반의 대격변을 상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AI데이터센터는 메모리 블랙홀 미국의 IT전문매체 CNET은 최근 ‘라마겟돈이란 무엇인가; 노트북과 스마트폰 가격 올리는 AI’라는 기사를 실었다. CNET은 “램 값 상승의 공포가 IT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면서 “새로운 공포에 걸맞는 극적인 이름이 바로 라마겟돈”이라고 전했다. 램은 ‘디지털 시대의 원자재’다. PC와 스마트폰 서버 로봇 전자기기 등
07.02
지난 22일, 미 연준 역사상 가장 큰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10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케빈 워시 신임 미 연준 의장이 공식 취임 후 첫 FOMC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직후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린스펀 전 의장의 영원한 퇴장과 새로운 미 연준 수장인 워시 의장의 등장이 겹친 극적인 우연 앞에 월스트리트는 묘한 기시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트럼프행정부 및 자산 시장은 곧바로 케빈 워시를 향해 그린스펀 시대와 같은 또 한 번의 경제부흥을 주문했다. 그린스펀은 1987년 8월부터 2006년 1월까지 18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미 연준을 이끌었다. 그의 재임기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비롯해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 2001년 9.11 테러 등 굵직한 세계 경제의 충격이 연이어 발생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이러한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위기를 방어하며 1990년대 미국의 전례 없는
07.01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가 공개되자 이스라엘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네타냐후 총리만의 반응이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 국민의 92%가 이번 MOU를 ‘이란의 승리’로 해석하며 전쟁 지속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물론 연립정부에 참여한 강경 극우정당의 비판도 거세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바나나 공화국’이 아니며, ‘나쁜 협상’의 결과에 구속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레바논 남부에서는 무력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위협 관리’, 이스라엘은 ‘제거’ 문제의 본질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생각하는 ‘종전의 기준’이 다르다는 데 있다. 미국은 조속한 종전, 핵협상 별도 추진, 중동 안정, 중국 견제라는 글로벌 전략에 무게를 둔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능력 제거, 미사일 전력 제한, 대리세력 위협 해소라는 직접적 안보 목표에 집중한다. 결국 미국은 ‘위협의 관리’를 선택했고, 이스라엘은 끝까지 ‘위협의 제거’를 원했다. 이번 MOU
06.30
일반 소비자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높은 기술장벽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있다. 하마마쓰 포토닉스가 AI의 ‘눈’을 만들고, 앤리츠가 AI의 ‘신경망’을 검증하며, 일본가이시(NGK)가 AI의 ‘골격’을 지탱한다면, 이들 세 기업은 모두 AI 혁명을 뒷받침하는 숨은 인프라 챔피언이라 할 수 있다. AI 혁명이 지속될수록 이들 기업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빛의 거인’ 하마마쓰 포토닉스 회사는 ‘빛의 거인’으로 불릴 만큼 ‘빛’이라는 단 하나의 기술 영역에서 세계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광전자증배관(PMT, Photomultiplier Tube)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90%에 달하며, 의료·라이프사이언스·반도체·계측·양자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매우 약한 빛까지 검출하는 초고감도 광센서로서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체 제품이 동일한 성능을 구현하기
06.29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몇몇 인공지능(AI) 모델이 경제 전체의 가치를 독식하게 둘 수는 없다”며 값비싼 최첨단 모델 중심으로 치닫는 미국 AI 업계의 경쟁방식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기업이 모든 업무에 가장 비싼 AI를 사용할 필요는 없으며 용도에 맞는 저렴한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기업용 AI 에이전트 ‘코파일럿 코워크’의 비용을 낮추기 위해 중국 딥시크 V4를 자체 서버에서 운영하도록 미세조정하거나 다른 개방형 모델을 저가 선택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델라가 직접 딥시크 채택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오픈AI와 앤스로픽 모델을 사용하는 코파일럿 코워크에 값싼 모델을 추가하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모델을 수십~수백 차례 호출해 토큰 사용량과 비용이 급증하자 단순한 업무에는 저가모델을 배치하려는 것이다. 토큰값이 가르는 승부, A
06.26
한국 증시가 미국 나스닥을 흔드는 일이 벌어졌다. 통상 코스피는 전날 밤 뉴욕 증시의 흐름을 따라 움직인다. 미국 기술주가 오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르고, 엔비디아가 흔들리면 한국 반도체주도 약세를 보이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순서가 뒤집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급락으로 코스피가 폭락하자 일본과 유럽을 거쳐 미국 기술주까지 매도세가 번졌다. 주식시장 내부의 작은 상품 구조가 대형 종목과 글로벌 지수를 흔드는 이른바 ‘웩더독’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 23일 한국 증시는 반도체주 급락에 10% 가까이 밀렸다. 한국 증시 마감 이후 열린 미국 시장에서도 충격은 이어졌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2% 넘게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대 급락했다. 마이크론과 AMD 퀄컴 인텔 등 미국 반도체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한국 증시가 단순히 지역 시장의 변동성에 그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거래 전체를 흔든 것이다. 방
06.25
동부 아프리카 케냐에 빅토리아 호수가 있다. 호숫가를 따라 수백 개의 작은 촌락들이 형성돼 있고 주민들은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생활한다. 전기가 들어오는 촌락이 별로 없지만 이들은 열렬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팬들이다. 마을 한 쪽에 선술집 펍이 있고 유일하게 전기를 쓸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주민들이 모여 TV로 경기를 시청한다. 지난달 중순 아스널이 프리미어리그 승자가 됐을 때 이 펍은 함성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 케냐 대통령도 소셜 미디어에 아스널의 승리를 축하했다. 과거 식민지였다고 해서 영국 프로축구에 열광하는 게 아니다. 영국의 1부 프로축구 EPL은 수출품이다. 유엔 회원국 193개국 가운데 191개국이 이 경기를 시청한다. 평균 시청자수도 7억명으로 미국이 자랑하는 미식축구 최종 결승전 슈퍼볼보다 3배 정도 많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 축구 클럽 간의 빈익빈 부익부도 점차 커지고 제재도 상위 클럽에 관대하다. 우수
06.24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세계 금융 대통령’으로 통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세계 경제의 혈액’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를 조절하는 권한을 지녔기 때문이다. 연준 의장이 기침을 하면 세계경제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연준 의장들, ‘경제대통령’ 권한 휘둘러 월가에는 역대 연준 의장의 힘을 보여주는 전설들이 여럿 전해 내려온다. 최장수 연준 의장인 윌리엄 마틴(1951년 4월~ 1970년 1월 재임)은 “파티가 무르익을 때 펀치볼(술 단지)을 치우는 것이 연준의 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연준이 경기과열 조짐에 브레이크를 거는 악역을 떠맡아야 한다는 말이었지만 그만큼 막강한 권한을 지녔음을 시사하는 말이기도 했다. 중동 오일쇼크 와중에 연준 의장 자리에 오른 폴 볼커(1979년 8월~1987년 8월)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무려 20%까지 끌어올렸다. 1981년 6월의 기준금리 20%는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금리로 기록돼 있
06.23
세계가 인공지능(AI) 열풍에 휩싸여 있다. AI의 수혜주로 불리는 ‘삼전닉스’의 수직 상승 덕분에 코스피도 얼마 전까지는 꿈이었던 9000대를 손쉽게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나라 전체의 실질 GDP도 전기 대비 1.8% 성장했다.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부문을 중심으로 파업에 돌입할지 모른다고 온 나라가 걱정하던 게 딱 한달 전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로 노사가 타협해 한 시름 덜었지만 이번엔 반도체부문의 성과급이 1인당 6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온 사회가 몸살을 앓았다. 한번 앓고 만 것으로 치부하지 않으려면 그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문제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는 짚어두어야 한다. 배고픔보다 배아픔이 더 하다고, 파업을 볼모로 엄청난 보상을 따낸 삼성 노조에게 많은 사람들이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다. 경제를 후퇴시키고 자본주의를 파괴한다고 노조 혐오를 숨기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 짝을 이루는 많은 관계가 그러하듯 노사관계도
06.22
종전을 위한 14개 항목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개전 106일 만이다. 앞으로 60일간 양측은 안건별로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하나하나 만만찮은 의제들이다. 의제 설정은 상황 파악의 척도다. 그 점에서 미국이 우위라 할 수 없는 양해각서다. 미국이 요구했던 기준점에서 상당히 물러난 모양새고, 오히려 이란의 의지가 관철된 의제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란을 선제타격했던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체제 교체에 사실상 실패했다. 바라던 시민봉기도 없었다. 이란 해군과 미사일 자산 등 재래식 전력 역량을 약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란 비대칭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드론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고, 무엇보다 호르무즈의 실질적 봉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번 양해각서 14개 항목을 찬찬히 살펴보면 미국은 도대체 이 전쟁을 왜 했을까 갸웃하게 된다. 4월 10일 일시 휴전하고 협상을 타진해 온 양측의 핵심 논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이란의 농축우라늄, 호르무
06.19
5월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대만문제는 중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가 총체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 상태로 들어가 중미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한다”는 말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틀을 무너뜨리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잘 처리한다”는 말은 미국이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하고, 대만과의 공식관계를 격상하지 말며, 무기판매를 신중히 하고, 대만을 중국 견제 카드로 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을 열거하자면 이렇다. 첫째,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것이다. 대만의 유엔 가입이라든가 독립국가 승인은 있을 수 없다. 둘째,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빈껍데기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급 인사가 대만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셋째,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군사협력을
06.18
#1. 지난 2일, 캘리포니아에서는 주지사 후보를 비롯한 주 단위 예비선거와 로스앤젤레스 시장 예비선거가 치러졌다. 그러나 선거 뒤에도 개표는 며칠 더 이어졌다. 사실 캘리포니아의 개표·검증절차 지연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이 주는 모든 등록 유권자에게 우편투표지를 보낸다. 선거일인 6월 2일까지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지가 각 카운티 선거당국에 6월 9일까지 접수되면 집계대상에 포함된다. 물론, 추가 서명확인과 보완절차도 거친다. 투표권 보장과 검증을 우선하는 제도가 개표시간을 늘리는 셈이다. 그런데 그 시차는 정치적 의혹의 빈틈으로 바뀐다. 우편투표 집계 이후 앞서가던 후보의 순위가 뒤바뀌자 트럼프와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다시 조작과 부정선거 의혹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절차상 필요한 지연이 조작 정황처럼 소비되고, 행정의 신중함마저 의혹의 근거로 제시됐다. 2026년 미국 선거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정상적인 행정절차마저도 불신의 상황으로 바뀌는 현실이다. #2.
06.17
일본기업의 대미투자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과거의 미국 투자는 자동차 공장을 세워 무역마찰을 피하고 현지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에너지 전력망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철강 반도체소재 광섬유까지 미국 산업기반의 핵심부에 들어가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미투자의 성격이 ‘공장 진출’에서 ‘산업동맹’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미 상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일본의 대미 직접투자 잔고는 8192억달러로 미국 내 투자국 가운데 6년 연속 1위였다. 2025년 미국 내 신규 외국인 직접투자에서도 일본은 505억달러로 독일의 267억달러, 캐나다의 235억달러보다 앞섰다. 미 산업기반 핵심부 3개 지역에 집중 일본기업의 대미투자를 지역별로 보면 세 개의 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첫째는 남동부와 중서부의 자동차·배터리 벨트다. 켄터키 인디애나 앨라배마 테네시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에는 도요타 혼다 닛산 덴소 등 완성차·부품기업이 밀
06.16
중국의 반도체 자립(반도체 굴기)을 상징하는 양대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가 모두 2026년 하반기 내 증시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증권거래소 과창판(科創板, STAR Market)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번 IPO를 통해 약 295억위안(약 6조5000억~7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며, 이는 과창판 역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60조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YMTC와 CXMT의 상장 추진은 단순한 기업공개 뉴스가 아니다. 이것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권력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는 신호다. 1980년대 일본이 미국을 추월했고, 2000년대 한국이 일본을 밀어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중국이 한국·미국 중심의 메모리 질서에 도전하는 3번째 메모리 빅뱅의 초입에 서 있다.
06.15
일본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늘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평가다. 하지만 저출생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 지방대학이 생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도쿄 소재 대학의 신입생 정원 규제를 두고 논란이다. 일본 정부는 2027학년도를 끝으로 10년 한시적 조치의 연장 여부를 두고 논의에 들어갔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는 “학생들의 학습기회가 제한된다”며 규제 해제를 요구했다. 지역 소멸위기, 지자체 대학 살리기 일본 문부과학성은 최근 전국 47개 광역 자치단체별 ‘자기지역 대학 진학률’이 상승 추세라고 발표했다. 이 통계는 각 지자체 소재 고등학생이 지역내 대학에 얼마나 입학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자기 지역 대학 진학률은 약 45%로 2002년(약 40%)에 비해 증가했다. 직전 조사인 2016년에 비해 진학률이 상승한 곳은 47곳 가운데 34개 지역에 달했다. 홋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