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5
2024
“전쟁이 국가를 만든다.” 미국의 정치사회학자 찰스 틸리가 명쾌한 분석력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유럽의 1000년 정치사를 훑어본 뒤 단언한 국가기원론이다. 오늘날 절대 다수 나라들의 정치체계가 국가라는 유형으로 수렴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1000년 동안 끊이지 않았던 전쟁이 있었다고 했다. 전쟁 속에서 나라들이 살아남고 승리하기 위해 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다른 국가들을 흉내내다 보니 오늘날 다른 유형의 정치체계는 사라지고 오로지 국가만이 남게 된 것이다. 전쟁을 수행하기에는 재정과 군대, 즉 세금을 거두고 상비군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가 다른 유형의 정치체계보다 월등하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민족 형성의 기존 사례와 다른 베트남 “전쟁이 민족을 만든다.” 베트남의 지난 1000년 역사를 뒤돌아보면 이 나라의 민족과 민족주의를 만든 것은 바로 전쟁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학자들은 19세기 이후 민족과 민족주의의 탄생을 흔히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동반한
09.03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달 23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금리인하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방향은 명확하며 금리인하 시기와 속도는 경제 데이터, 전망, 리스크의 균형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를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3%로 1년 넘게 유지해온 연준은 마침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연준 인사들은 경제를 냉각시키고 이를 통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높은 금리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되고 고용시장이 흔들릴 조짐을 보임에 따라 연준은 더 이상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관심은 9월 금리인하 폭이 얼마나 클 것인지, 그리고 연준이 향후 몇달 동안 차입 비용을 얼마나 빠르게 낮출 것인지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명확한 윤곽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고용시장이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할 경우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하기보다는 빠르게
08.30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이 한마디로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을 꺾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부시 대통령은 냉전 종식과 걸프전 승리 등의 업적으로 한때 89%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경기침체와 만성적인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재선에 실패했다. 당시 클린턴의 이 말 한마디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선거에서도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고 있다. 과연 카멀라노믹스(Kamalanomics)는 첫 흑인여성 미국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카드가 될 수 있을까? 카멀라노믹스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이름과 경제(이코노믹스)를 합친 말이다. 카멀라노믹스의 윤곽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주 롤리에서 발표한 ‘취임 100일 경제구상’에서 드러났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나는 중산층의 경제적 안정
08.29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 동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선출하면서 막을 내렸다. 민주당 출신 전현직 대통령들을 비롯 수십명의 저명한 민주당 인사와 유명인사들, 심지어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까지 무대에 올라 해리스 후보에 대한 지지 연설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단결과 화합을 과시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소외된 그룹이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들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소외된 아랍계 미국인 전당대회에 참석한 민주당 대의원 30명은 이른바 ‘지지하는 후보 없음(Uncommitted)’ 운동을 이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군사행동 지원에 대한 항의로 지지 후보가 없다고 투표하는 ‘언커미티드 운동’은 지난 2월 미시간주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그후 이 운동은 전국으로 번져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70만 표 이상을 얻어 30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이 대의원들이 민주당 지도부에
08.27
‘나라 곳간이 비어 있다.’ 지난달 4일 총선에서 하원 의석 650석 가운데 411석을 얻어 압승을 거둔 노동당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여기저기에서 보수당의 유산이 발목을 잡는다. 노동당의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은 지난달 29일 하원에서 정권교체로 물러난 보수당이 원래 예산보다 219억파운드, 약 37조8000여억원을 더 써서 정부 예산에 구멍이 났다고 발표했다. 초과 지출 액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0.8% 정도나 된다. 돈 쓸 곳은 많지만 세수나 경제성장률은 따라주지 않아 14년 만에 어렵게 정권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의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공무원 임금인상이 초과 지출의 절반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인 리브스는 취임하자마자 재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초과 지출한 219억파운드의 절반은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 근로자 임금인상에 쓰였다. 지난해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3%다. 반면 공공부문 근
08.23
몸을 움직이고 잠을 푹 잔다. 한국에 오고 처음 맞이한 여름휴가 때 세운 원칙이다. 이번 휴식의 가장 큰 목적은 지난 6개월을 되돌아보고 다가올 6개월을 기획하는 것이었다. 귀국한 지도 어느새 반년이 지났다. 2024년 상반기는 새로운 루틴(routine)을 만들기 위해 공들였던 시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할 때는 출근하기 전 눈뜨면 노트북부터 챙겨 밖으로 나갔다. 눈뜨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았다. 보통 오전 5시반 정도였지만 6시를 넘긴 날도 많았다. 가끔 이른 새벽에 깰 때가 있었다. 그때는 차를 몰고 테슬라 공장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갔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스타벅스는 새벽 3시부터 문을 연다. 그 시간에 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테슬라 공장으로 출근하는 직원이었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미래차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느낌을 주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노동자들이 새벽부터 기가프레스 공법으로 생산된 차체를 조립하고 있었다. 한국에 오고
08.22
미국 시카고에서 진행되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면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출정식이 모두 마무리된다. 9월 10일 예정된 2차 TV토론에서 대선의 향배를 결정하는 대격돌이 벌어질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3개월의 짧은 캠페인으로 백악관을 차지할 수 있느냐가 이 한판의 토론에 달려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두번째 백악관 탈환의 성패를 가르는 마지막 관문이 된다. 11월 5일 투표일까지 정확하게 두달 반이 남았다. 지금은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기억되는 6월 27일 1차 TV 토론 이후 미국 대선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쳐 왔다. 7월 13일 트럼프가 오른쪽 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지도 않은 채 펄럭이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흔들며 “싸우자!”를 외칠 때 많은 사람은 이번 경주가 끝났다고 보았다. 그런데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가 흐름에 급변을 가져왔다. 민주당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81세 현직 대통령의 출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눌
08.20
트럼프 후보 암살 시도, 공화당 전당대회,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정치신인 JD 밴스를 선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이 모든 일이 불과 열흘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이번 미국 대선은 여러 의미로 신선하고 미국 역사적으로도 흥미로운 기록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무게 추가 살짝 트럼프 후보에게 기울었던 것도 잠시, 해리스 후보가 살짝 유리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대선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이렇게 결과가 예측할 수 없는 양상으로 가면서 이제 서로에 대한 각 선거진영의 비난의 칼날이 매서워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 경제정책을 두고 양당 후보 모두가 공개적으로 한목소리를 낸 신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양당 후보 모두 한목소리 낸 경제정책 문제의 정책은 ‘팁에 대한 연방세금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6월부터 라스베이거스의 한
08.13
지난 6월 초 치른 유럽의회 선거를 통해 720명의 유럽의원이 선출되었다. 이들은 2029년까지 민의를 대표해 유럽연합(EU) 입법에 중추적인 몫을 담당할 예정이다. 임기 5년으로 선출되었으나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프랑스와는 달리 유럽의원은 임기를 끝까지 채울 것이다. 좋건 싫건 유럽연합은 향후 5년 동안 이번에 선출된 정치세력으로 27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정치체제를 끌고 가야 한다는 의미다. 유럽의회의 첫번째 임무는 5년 동안 EU를 주도해 나갈 지도부를 선출하는 일이다. 유럽의회는 지난 7월 2019년부터 5년간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을 다시 선출했다. 폰데어라이엔은 기독교 민주주의 세력을 대표하는 리더로 유럽선거에 나섰고, 기민 세력을 대표하는 유럽국민당(EPP, European People’s Party)이 이번 선거에서 최다 의석(188석)을 차지했기에 자연스럽게 집행위원장에 재선된 셈이다. 폰데어라이엔, 녹색당세력 지원으로 재선
역대급 폭염이라는 뉴스가 연일 계속되고 있음에도 파리에서 들려온 소식이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식혀줬습니다. 젊은이들의 땀과 노력의 이야기입니다. 올림픽은 젊음의 축제이자 평화의 상징입니다.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올림픽 기간이 되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마음속 올림픽은 ‘영원한 희망’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1988년 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을 여러 단계 업그레이드시켰으며 전세계를 향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향해 있고 세계는 우리 안에 있습니다. 기업 경영도 세계를 향해 있습니다. 세계시장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그 방향성과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면 올림픽에서의 젊은이처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화의 시대가 저물고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구시대가 가고 새시대가 오기에는 상당한 시
08.12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5년 3월 미국을 방문했다. 이때 오바마 대통령은 만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의전상 결례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네타냐후는 미의회에서 이란과의 핵협상이 이스라엘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미 행정부를 비난하는 연설을 강행했다. 이것은 미국내 유태인들의 강력한 영향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쩌면 이란과의 핵협상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나왔을 수도 있고 네타냐후의 국내정치를 의식한 정치적 도박일 수도 있었다. 이 연설의 성과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의 과감하고 당당한 행동은 같은 동맹국이지만 한국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서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우리도 오래 전에는 미국과 협의 없이 반공포로를 석방했고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미국에 덤벼들다시피 한 적이 있었지만 그 후 미국과 목소리를 제대로 내면서 협상한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조금이라도 한미간에 이견이 나오면 정치권과 언론 일각은 반미정부라고 비판하거나 외교가
08.08
206개국 1만500명이 참가한 2024 파리 올림픽 잔치가 끝나가고 있다. 모든 잔치는 후유증을 남긴다. 올림픽 후유증은 ‘밸리효과(valley effect)’로 불린다. 올림픽 이후 개최국이 겪는 경기침체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개최국들은 올림픽 경기를 치르기 위해 경기장과 선수촌, 도로 등 기반시설을 짓는다. 외국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도시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꾸민다. 막대한 돈이 투입되면서 단기간에 경기가 상승세를 탄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는 경우가 많다. 북적거리던 인파들이 빠지면서 소비가 줄어든다. 거대한 시설물들은 썰렁하게 방치되기도 한다. 여러 올림픽 개최도시들이 경제둔화와 자산가격 급락, 부채 부담 등 이른바 ‘밸리효과’에 시달렸다. 유치도시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경제악화로 이어지는가 하면, 정치 불안과 환경파괴를 낳는 경우도 있었다.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파리는 과연 ‘올림픽의 저주’를 벗어날 수 있을까?
08.06
미국 민주당은 오랫동안 젊은층 흑인 히스패닉 유권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많은 민주당 전략가들에게 유일한 질문은 ‘이 유권자들이 투표할 것인가’이지 ‘투표할 경우 민주당을 선택할 것인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 당연시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3개월 남짓 남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다시 민주당 연합을 결집해야 한다. 해리스에겐 특히 바이든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의 재선 캠페인에는 소극적이었던 젊은층의 열정이 필요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틱톡에 자신의 계정을 개설하고 “나 혼자 여기에 올 줄 알았다”고 말한 동영상을 올렸다. 8초짜리 이 게시물은 6시간 만에 580만회 조회수를 기록했고, 해리스 부통령은 11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틱톡은 미국에서 페이스북보다 사용자수가 적지만 35세 미만 젊은층 이용자는 훨씬 더 많다. 퓨 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
08.02
캐나다가 이르면 올해 말 고준위 방사능폐기물 매립지를 최종 선정한다. 2002년 핵연료 폐기물법을 제정한 지 22년 만이다. 캐나다핵폐기물관리기구(NWMO, Nuclear Waste Management Organization)는 2010년 5월부터 핵 폐기물 매립장 부지 선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9단계로 나눠 진행해 왔다. 초기 22곳을 후보지로 올렸는데, 최근 2곳으로 압축됐다. 그 가운데 1곳은 7월 초 열린 주민투표에서 이미 방폐장 유치에 찬성의견을 모았다. 2022년 기준 캐나다의 원전 규모는 설비용량을 따져 미국(94기가와트·GW), 프랑스(61GW), 중국(52GW) 등에 이어 세계 7위(13GW)다. 한국은 24GW로 한 계단 앞선 6위다. 하지만 원전을 보유한 국가 가운데 사용후 핵연료 폐기물 영구처리장을 만든 곳은 핀란드가 유일하다. 그만큼 고준위 방사능폐기물 매립장 후보지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최근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08.01
7월 28일 이스라엘 점령지인 시리아 골란고원의 작은 마을 마즈달 샴스(Majdal Shams) 축구장에 로켓이 떨어져 어린이와 10대 청소년 12명이 죽고 19명이 다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공격 당일 40발 이상의 로켓이 레바논에서 골란고원으로 날아와 대부분은 공터에 떨어졌으나 한발이 축구장을 때렸다고 밝혔다. 골란고원은 시리아 영토인데 1967년 6일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해 1981년 자국 영토로 편입했지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불법 점령지다. 마즈달 샴스 주민 대다수는 드루즈(Druze)교인이다. 이번 폭발로 희생되거나 부상당한 어린이와 청소년도 드루즈교인이다. 드루즈교는 11세기 초 이집트 카이로에서 시작된 종교다. 이슬람교 이스마일리 시아파에서 파생되었지만 이슬람교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드루즈교는 이슬람교와 마찬가지로 유일신 신앙이지만 인간이 죽는 순간 영혼이 갓 태어난 아이의 몸으로 옮겨가 환생한다고 가르친다. 드루즈교인은 개인이 전생을
07.30
미국 남부 테네시주 내슈빌은 컨트리음악의 본고장으로 ‘음악도시(Music City)’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수십곳의 컨트리음악 공연장과 세계 최대 규모 음악박물관 중의 하나인 ‘컨트리음악 명예의 전당(Country Music Hall of Fame)’, 워너뮤직 등 초대형 음반사들과 레코드 스튜디오들, 주요 음악단체 사무실이 내슈빌에 몰려있다. 카우보이 복장을 한 관광객들이 라이브 뮤직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한 이 도시에 최근 뜻밖의 이유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로 백인우월주의 네오나치단체 회원 수십명이 지난 몇주 동안 내슈빌 시내에 공공연히 집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6일 네오나치그룹 ‘애국전선 (Patriot Front)’ 회원들이 내슈빌의 대표적인 관광객 밀집 지역 브로드웨이에 나타났다. 비록 소수였지만 남부연합기를 흔들고 나치식 경례와 나치 슬로건을 외치면서 시내 한복판을 행진하는 모습은 충분히 사람들의 우려를 살 만했다. 남부연합기는 남북전쟁 당시 노예해방에 반
07.26
북극곰은 주로 얼음판 위에서 사냥한다. 북극해의 해빙 위에서 눈처럼 하얀 털로 위장해 잠복해있다가 얼음판에 있는 숨구멍으로 숨을 쉬러 나온 물범이나 물개 같은 해양 포유류를 사냥한다. 해양 포유류들은 몸도 유선형이고 앞발과 뒷발, 꼬리가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발달해 물고기를 잡을 정도로 빠르다. 북극곰도 헤엄을 잘 치지만 물속에서 이들 해양 포유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물범이나 물개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얼음 위에서 사냥한다. 얼음판 위에서 잘 드러나지 않도록 털도 흰색으로 진화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 물범이나 물개가 얼음판 위로 숨을 쉬기 위해 나올 일이 없어진다. 해양 포유류도 계속 물속에만 있지 않고 바닷가로 나오지만 땅에서는 북극곰의 위장술이 통하지 않는다. 하얀 털이 너무 눈에 띄어 사냥에 성공할 확률이 뚝 떨어진다. “북극곰 80년 이내에 멸종” 먹이가 부족해진 북극곰들은 점점 더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온다. 알래스카에
07.25
부에노스아이레스의 7월9일대로(Avenida 9 De Julio) 중심에 위치한 복지부 건물 외벽에는 마이크를 잡은 에바 페론(Eva Peron) 형상의 대형 조형물이 걸려있다. ‘에비타’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에바 페론의 이름과 이미지는 100페소 지폐, 관공서, 공공시설, 소설, 연극, 영화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녀가 사망한 지 70년이 지났지만 아르헨티나 사회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아르헨티나 팜파스의 시골마을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에비타는 배우로 활동하다 후안 페론(Juan Peron)과 결혼해 영부인의 자리에까지 올랐고, 남편인 페론과 함께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치운동인 페론주의를 창설했다. 여성운동가로 그리고 노동자와 하층민의 어머니로 33년의 짧은 생을 살다간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은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졌고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하여 울지 말아요(Don’t Cry For Me Argentina)’라는 노래는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07.24
1995년의 픽사와 2024년의 픽사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의문을 품은 채 영화관으로 향한다. 영화관에 걸린 ‘인사이드 아웃 2’의 포스터를 유심히 살핀다. 디즈니와 픽사 로고가 똑같은 크기로 나란히 붙어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 1995년에 개봉한 ‘토이스토리’의 포스터를 검색한다. ‘월트디즈니 픽처스가 제공하는 토이스토리’라는 문구가 보일 뿐 픽사 로고는 없다. 다시 옛날 포스터를 샅샅이 훑는다. 왼쪽 바닥 한구석에 픽사 로고가 사실상 숨어 있다. 왜 그럴까.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픽사의 시작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픽사의 전신은 조지 루카스 감독이 설립한 영화사 ‘루카스필름’의 컴퓨터그래픽 기술 담당 부서다. 1979년 7월 신설된 부서 ‘그래픽스 그룹’은 몇년 지나지 않아 매각 대상으로 시장에 나온다. 조지 루카스가 이혼 소송에 휘말리면서 비용을 충당하느라 현금이 될 만한 사업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1984년 루카스필름이 ‘그래픽스 그룹’을 매각하
07.23
불과 일주일 사이에 미국 선거 지형은 급격하게 큰 변화를 겪었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고, 4일간 진행된 공화당 전국 전당대회(Republican National Convention)에서 부통령 후보로 J.D. 밴스라는 정치신인이 발탁되었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발표까지 이어졌다. 필자가 매달 미국 선거와 관련된 글을 기고하면서 이번 대선은 막판까지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지난주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트럼프 후보에 무게추가 다소 기울어진 상황이다. 물론 미국 사회에 정치 양극화가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 트럼프 후보가 완벽한 승기를 잡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소 여유가 있는 공화당 선거 진영과 비교하면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 이후 많은 것들을 다시 결정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여버렸다. 2년 전 이미 전당대회 장소 결정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는 이번 전당대회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다양한 미디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