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올림픽의 저주’ 피할 수 있을까

2024-08-08 13:00:01 게재

역대 개최국 대부분 재정적자 등 경기침체 시달려… “최초의 친환경 대회” 주목

206개국 1만500명이 참가한 2024 파리 올림픽 잔치가 끝나가고 있다. 모든 잔치는 후유증을 남긴다. 올림픽 후유증은 ‘밸리효과(valley effect)’로 불린다. 올림픽 이후 개최국이 겪는 경기침체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개최국들은 올림픽 경기를 치르기 위해 경기장과 선수촌, 도로 등 기반시설을 짓는다. 외국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도시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꾸민다. 막대한 돈이 투입되면서 단기간에 경기가 상승세를 탄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는 경우가 많다. 북적거리던 인파들이 빠지면서 소비가 줄어든다. 거대한 시설물들은 썰렁하게 방치되기도 한다. 여러 올림픽 개최도시들이 경제둔화와 자산가격 급락, 부채 부담 등 이른바 ‘밸리효과’에 시달렸다. 유치도시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경제악화로 이어지는가 하면, 정치 불안과 환경파괴를 낳는 경우도 있었다.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파리는 과연 ‘올림픽의 저주’를 벗어날 수 있을까? 화려한 올림픽 잔치 뒤에 찾아오는 무거운 빚잔치를 피할 수 있을까? 당초 기대한 대로 경제활력과 관광특수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다른 올림픽보다 돈 덜 쓴 파리 올림픽

비즈니스 인사이더(BI)와 CNN방송 등 외신들은 파리 올림픽을 조명하면서 올림픽의 비용과 경제성을 비교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BI는 재정정보분석 사이트인 월릿허브(WalletHub) 자료를 인용해 올해 파리 올림픽 개최 비용을 82억달러로 추산했다. BI는 “일부 다른 기관에서는 100억달러 정도로 평가하기도 한다”면서 “그럼에도 이번 파리 올림픽은 다른 하계올림픽에 비해 비용을 훨씬 적게 쓰는 대회”라고 평가했다.

마켓워치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올림픽 개최 비용은 2020 도쿄 올림픽이 200억달러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2012 런던 올림픽이 171억달러로 2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156억달러로 3위였다.

CNN방송은 지난 5월 발표된 옥스포드대학의 한 연구자료를 인용해 “파리대회를 포함한 최근 5개 올림픽(하계 및 동계) 모두 100% 이상의 비용 초과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마저도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도로나 철도 공항 호텔 등 도시 인프라 개선에 쓰인 간접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미스대학 스포츠 경제학자인 앤드류 짐발리스트(Andrew Zimbalist)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썼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알고 싶다면, 직간접의 모든 비용을 다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짐발리스트는 올림픽 공식예산에 간접비용이 포함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직접운용 비용도 장부에서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총 22억4000만달러의 비용으로 치러졌으며 52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BI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실제 비용이 그보다 10배 이상 많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7일 파리올림픽 마라톤경보 혼성계주에 참가한 선수들이 에펠탑 근처를 지나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올림픽 개최도시 재정적 낭패 겪어

인류 최대의 잔치인 올림픽은 점점 ‘빛 좋은 개살구’ 취급을 받고 있다. 미국 홀리크로스대학의 빅터 매터슨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올림픽이 처한 현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유치를 원하는 도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회를 개최한 도시들이 재정적으로 낭패를 겪고 있다. 장기적으로도 수지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IOC가 올림픽의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IOC위원장에 취임한 토마스 바흐는 이듬해 대대적인 개혁안을 제시했다. 2014년 12월 모나코에서 열린 회의에서 IOC는 ‘올림픽 어젠다 2020’이라는 전략 로드맵을 채택했다. 40개 항목으로 이뤄진 ‘올림픽 어젠다 2020’은 “신뢰와 지속성, 젊음(Credibility, Sustainability and Youth)”이라는 3대 지향점을 내걸었다. IOC는 ‘올림픽 어젠다 2020’에 부합하는 첫 올림픽으로 파리 올림픽을 꼽았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역사상 최초의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했다.

CNN은 파리 올림픽 조직위가 탄소발자국(온실가스 발생 총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경기장 신규 건설을 2곳으로 최소화했다. 시설물은 건축 과정부터 목재와 같은 바이오 소재를 썼다. 전기 공급원으로 지열과 태양열 등 청정에너지를 활용한다. 숙소와 셔틀버스에는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선수촌의 침대는 골판지로 만들었다. 식단은 탄소배출이 적은 채식 위주로 구성했다.

올림픽의 위기는 비단 경제와 환경적인 요인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다. 국내외 정치적 갈등이 올림픽 무대를 오염시켰다. CNN은 “40여년 전 이미 올림픽은 기로에 서 있었다”면서 “1968 멕시코 올림픽과 1972 뮌헨 올림픽은 폭력으로 얼룩졌다”고 상기했다.

1968 멕시코 올림픽의 경우 개막식 전날 멕시코시티의 틀라텔롤코 광장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수백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경찰의 유혈진압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1972 뮌헨 올림픽 때는 팔레스타인 테러단체인 ‘검은 9월단’이 선수촌에 잠입해 인질극을 벌였다. 이스라엘 선수와 스태프 등 11명이 인질로 잡혔다. 인질구출 과정에서 범인들은 모두 사살되거나 체포되었지만 인질 전원과 경찰 한명이 사망했다.

CNN은 “1976 몬트리올 올림픽은 이전 두 대회 참사의 영향으로 경계를 대폭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로 인해 보안 비용이 엄청나게 커졌고 결국 몬트리올 올림픽은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몬트리올 올림픽은 몬트리올시에 막대한 빚을 안겼다. 몬트리올시는 올림픽 부채를 갚는 데 30년 넘게 걸렸다. 몬트리올 경제는 침체되기 시작했고, 캐나다 최고도시 자리는 토론토로 넘어갔다.

1988 서울 올림픽도 심한 후유증을 남겼다. 올림픽 후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붕괴됐다. 1986년부터 1988년까지 우리 경제는 이른바 저금리・저환율・저유가 등 이른바 3저호황에 올림픽 특수까지 누렸다. 그러나 그 다음해부터 국제수지 흑자가 쪼그라들고 수출도 둔화되는 등 경제가 급전직하로 추락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은 그리스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아테네 올림픽 경비는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140억달러나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2011년 그리스 재정은 디폴트 위기까지 몰렸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대통령의 탄핵과 리우데자네이루 주정부의 파산을 불렀다. 브라질 경제는 올림픽 유치 전에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무리해서 월드컵을 개최한 것이다. 결국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올림픽을 3개월 앞두고 탄핵을 당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국가원수 없이 올림픽을 치러야 했다.

2036년 올림픽 유치 희망하는 서울

그러나 올림픽은 여전히 아름다운 유혹이다. 인류 최대의 축제인 올림픽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제활력과 관광진흥과 사회 인프라 정비 등 종합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희망한다. 중국 칭다오, 인도 아마다바드-뉴델리, 튀르키예 이스탄불, 독일 베를린, 이집트 카이로, 멕시코 과달라하라-멕시코시티, 폴란드 바르샤바 등도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흑자 올림픽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88 서울 올림픽과 2002 월드컵 때 만든 시설과 지자체와 대학교, 민간의 스포츠시설을 이용함으로써 시설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2036 하계올림픽을 남북한이 함께 유치하면 어떨까? 남한의 잠실올림픽주경기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 북한의 김일성경기장과 능라도경기장 등에서 함께 올림픽 잔치를 열면 어떨까? 올림픽에서 민족화해와 세계평화의 메시지를 쏘아 올리면 어떨까? 그야말로 세계평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일 아닐까?

박상주 칼럼니스트 지구촌 순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