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습지 탄소저장 기능 위협한다
내륙습지 평가 체계 미비, 정확한 흡수량 산정 시급
온난화로 유기물 분해 가속화, 탄소배출 악순환 우려
‘습지는 탄소흡수원일까 배출원일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습지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습지는 산림 못지않게 자연기반해법(NbS)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자연기반해법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면 결과적으로 인간 참살이는 물론 생물다양성 보전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법이다
9일 류종성 안양대학교 해양바이오공학과 교수는 “습지는 갯벌과 내륙습지를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구조이지만 내륙습지는 물이 고여 있는 환경이므로 작용 원리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내륙과 해안의 습지 생태계와 같은 물에 잠긴 토양은 산소가 부족한 혐기성 상태(물 또는 흙 속에 분자 상태 산소가 고갈)로 탄소 저장 능력이 뛰어나다. 대부분 지하에 탄소가 저장되며 미생물 분해 작용 능력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습지의 탄소 저장 과정은 생물다양성이나 전지구적 탄소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습지에 대한 정의나 분류는 기관별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습지보전법’에서 습지는 담수 염수 기수가 영구적 혹은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는 지역으로 정의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는 습지를 연중 혹은 일시적으로 물로 포화되거나 물이 고여 있는 지역으로 정의한다. 람사르협약에서는 습지를 연안습지 하구습지 하구형습지 등으로 나눈다. 습지의 점진적인 침식과 손실을 막기 위한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은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된 뒤 1975년 12월 발효됐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172개국(7일 기준)이 가입했다.
류 교수는 “IPCC에서 갯벌이 탄소 흡수를 하는지는 아직 인정을 하지는 않았고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인 단계”라며 “다만 갯벌에 있는 특정 서식지에 저장된 탄소가 블루카본으로 인정을 받아 탄소흡수원으로 평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탄소가 포함된 환경에 따라 블랙카본 그린카본 블루카본 등으로 분류된다. 블루카본은 해안생태계와 해양생태계에 흡수돼 저장된 탄소다.
◆내륙습지 탄소저장 능력 평가 제한적 =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최대한 모든 자원을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내륙습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의 ‘습지의 생태계서비스와 탄소중립 달성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습지는 유기물 부패로 발생하는 메탄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주로 인식되어 왔지만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연구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기능이 있지만 내륙습지는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목록)에서 배출원으로 산정해 왔다”며 “내륙습지에 대한 구체적인 면적과 지역별 유형별 현황과 관련한 공식적인 자료부터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국가 온실가스 목록 산정에 사용되는 내륙습지 면적은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지적통계에 기반해 인위적으로 관리되는 구거(인공 수로 등) 유지(저수지 등) 양어장 등만을 포함하기 때문에 배출 및 저장고에 대한 평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체계에서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초본과 목본, 토양이 잘 발달된 우리나라 내륙습지 특성을 반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내일신문 2024년 9월 9일자 환경면 참조>내일신문>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내륙습지 부문의 실제 현황을 고려한 정확하고 투명한 배출·흡수량 산정을 위해 산정방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2026년 연안습지 탄소저장 통계체계 및 평가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2027년에는 내륙습지 면적의 국가 공식 통계자료를 지정할 계획이다.
◆습지 생태계 유기물 분해 능력 중요 =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습지 보전을 위해서는 습지 생태계의 유기물 분해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 실제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습지 생태계의 유기물 분해 능력에 변화가 생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에 실린 논문 ‘티백을 이용한 전지구 습지의 토양 내 분해 연구: 생태계와 유기물 특성에 따른 기후 영향(Climate Effects on Belowground Tea Litter Decomposition Depend on Ecosystem and Organic Matter Types in Global Wetlands)’에 따르면, 전지구 온도 상승으로 습지 유기물 분해 속도가 가속화하며 그 정도는 생태계 유형과 유기물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유기물 분해가 느릴수록 토양에 탄소가 더 오래 저장된다. 또한 유기물 분해 속도가 적절할 때 영양분 순환이 원활하다.
연구팀은 28개국 180개 습지(총 연구 지점 196개)에 녹차와 루이보스차 봉지를 묻어 최대 4년간, 다양한 시간 간격으로 해당 지역들이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했다. 각 연구 지점에서 최소 1m 떨어진 2개 구역을 선정해 토양 10~15cm 깊이에 표준화된 녹차와 루이보스차 봉지를 구역당 각각 2개씩, 총 8개를 묻었다. 녹차는 쉽게 분해되는(불안정한) 유기물(수용성 화합물 높음)을, 루이보스차는 분해가 어려운(안정적인) 유기물(리그닌 함량 높음)을 대표한다.
전지구 온도가 10℃에서 20℃로 상승 시 안정적인 유기물 분해율은 1.46배 증가했다. 또한 2050년 불안정한 유기물은 1.8% 더 빨리 분해될 것으로 예측됐다. 안정적인 유기물은 3.1% 더 빨리 분해된다고 분석됐다.
물론 이 연구는 북극 아한대 건조 온대 기후대의 표본 수가 부족하고 해양대형조류 생태계는 2개 지점으로 분석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미래 토양온도 대신 대기 온도를 기반으로 예측을 하고 염도 등 지역 규모의 환경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성도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