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영장 나올 사람이 경호처 지휘해도 되나”
불법 내몰린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 강경파 김성훈 차장에 반발
윤건영 의원 “윤, 칼이라도 휴대하라 무기 사용 재차 언급”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 시도가 임박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경호처 직원들에게 무력사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폭로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호처 내에선 강경대응을 주도하고 있는 김성훈 경호차장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며 동요가 심해지는 분위기다. 김 차장이 경찰 출석 요구에 세 차례 불응하면서 체포영장까지 신청되자 경호처 내부에선 김 차장의 지휘자격을 문제삼는 의견도 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호처 중간 간부들이 전날 오전 과·부장 회의에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강경대응을 주도중인 김 경호차장에게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체포영장 나올 사람이 경호처를 지휘해도 되느냐는 말도 나온 걸로 안다”면서 “윗선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분위기의 경호처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김 차장이 사퇴할 것,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관저에서 근무하는 비상 체제를 평시 체제로 바꿀 것 등의 요구도 나왔다고 한다. 결국 김 차장의 사퇴 등을 촉구한 경호처의 한 부장은 결국 대기 발령 조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차장에 대한 내부 반발은 ‘무력 충돌 절대 불가’ 방침을 밝혀온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완전 무장’ 입장인 김 차장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계속 쌓여온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박 전 처장이 경찰에 자진출두한 지난 10일에도 두 사람은 큰 소리를 내며 부딪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이 계속 쌓여가던 차에 윤 대통령의 무력 사용 검토 지시까지 내려오자 경호처 간부들이 사실상 공개 반발할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13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호처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의 무력사용 검토) 지시는 한차례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보에 따르면 1월 12일 (윤 대통령이) 경호처 간부 5, 6명과 오찬을 하면서 다시 한번 무기 사용을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체포하려고 접근하는 경찰들에게 총은 안 되더라도 칼이라도 휴대해서 무조건 막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이고 차마 믿기 힘든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겨레신문을 통해 현직 경호처 관계자가 윤 대통령이 최근 김 차장 이하 3급 이상 간부들을 관저로 불러 격려하는 취지의 오찬을 하면서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무력 사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를 놓고 경호처 수뇌부의 강경 대응과 중간간부들의 저항이 겹쳐지면서 하급 직원들의 동요도 심해지고 있다. 현직 경호처 직원의 가족은 내일신문에 “윗선들은 정권과 운명을 함께 할지 몰라도 계속해서 공무원으로 일해야 하는 직원들은 입장이 다르지 않느냐”면서 “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고, 조직 내에서 비겁한 사람으로 찍힐까봐 별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러겠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비상근무가 이어지면서 경호처 직원들의 근무 여건도 상당히 악화됐다고 한다. 경호처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한남동 관저는 경호관들이 제대로 쉴 데도 없어서 바닥에 앉아 잠시 눈 붙이거나 쉬는 정도라고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내부 갈등에 관한 잇따른 보도에 대해 경호처는 “확인드릴 것이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재집행과 관련해서는 “경호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를 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반복중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