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첫해 입시결과, 예상과 달랐다
지역인재전형, 수시 이월 인원 예상 밑돌며 선전 … 고교 수능 위주 전형 교육과정 악영향 우려
2025 대입에선 의대가 화두였다. 정원이 약 1500명 늘면서 대입 지형 전반에 파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최상위권 재학생과 졸업생의 의대 쏠림 현상 심화,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 미충족인원 증가에 따른 정시 이월 인원 증가, 서울 주요 대학 자연 계열 지원 감소 등이 예측됐다.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 정시 원서 접수가 끝난 시점인 만큼 정확한 합격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시 최초 합격자 등록 포기 비율이나 정시 이월 인원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는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추가 합격 및 정시 이월 인원이다. 예상과 달리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졸업생의 강세와 평이했던 수능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2025 의대 입시의 특징과 예비 수험생이 유의할 점을 짚어봤다.
2025 대입에서 의대 증원은 최대 화두였다. 정원이 약 1500명 늘면서 대입 지형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됐다. 최상위권 재학생과 졸업생의 의대 쏠림 현상 심화,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 미충족에 따른 정시 이월 인원 증가, 서울 주요 대학 자연계열 지원 감소 등이 점쳐졌다. 정시 원서 접수가 끝난 현 시점에서 보면 일부 예상은 적중했으나 일부는 빗나갔다. 특히 우려했던 지역인재전형 이월 인원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고 졸업생들의 지원은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역대급 졸업생 증가, 의대증원이 견인 = 의대 증원의 가장 큰 영향은 N수생 규모 확대였다. 의대 증원이 확정된 후 6월·9월 모의평가부터 졸업생 응시자 수가 역대급을 기록했고 2025 수능에서 정점을 찍었다. 2025 수능에 지원한 N수생(검정고시 포함)은 18만1893명으로, 2024 수능보다 3951명 늘어 2004학년(19만8025명)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 수능 전체 지원자(52만2670명)의 34.8%에 달하는 수치다. 2023년 고3 학생 수가 3만명가량 줄어 재수생 자원이 적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주목할 만한 증가세다.
박희윤 전북제일고 교사는 “비수도권에서는 지역인재전형을 겨냥한 직장인의 지원도 상당했다”며 “내신 1등급 초반대의 성적을 활용해 교과전형의 수능 최저를 맞추려는 전략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4학년 의대 신입생들도 정부와 의료계 갈등으로 인한 수업 파행으로 반수를 통해 더 높은 합격선의 의대로 옮기려 재도전한 인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수시모집 결과를 보면 총 3118명 선발에 7만2351명이 지원해 전년(5만7192명) 대비 26.5%(1만5159명) 증가했다. 2018년 의학전문대학원에서 학부 선발로 전환된 이후 최대 지원자다. 다만 정원이 늘어난 만큼 경쟁률은 30.6:1에서 24.04:1로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추가 합격 인원이다. 서울대는 추가 합격자가 없었지만 연세대 의예과는 37명으로 지난해(25명)보다 12명 늘었고 고려대 의과대학은 3차까지 74명이 추가 합격했다. 4차까지 더한 최종 인원은 3월에 공개될 예정이나 지난해(86명)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수도권 대학 의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부산대(87명) 연세대(미래, 30명) 제주대(46명) 충북대(120명) 등 4개 대학이 총 283명을 추가 합격시켜 전년(117명)의 2.4배를 기록했다. 약대 치대 한의대의 상황도 유사했다. 이번 의대 증원은 비수도권 대학의 수시 지역인재전형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2025학년 지역인재전형 모집 인원(1913명) 중 80.97%(1549명)를 수시에서 선발했다. 수시 모집 결과 전년(8369명)보다 1만1000여명 많은 1만9423명이 지원해 평균 13: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지역인재전형을 중심으로 수시 최저기준 미충족에 따른 이월 인원이 다량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의약학계열의 높은 최저기준과 지역별 수능 성적 격차가 그 근거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4학년 수능 성적 분석 결과 서울 지역 학생은 국어 수학 영어 모두 1·2등급 비율이 가장 높았다. 국어 1등급은 서울 4.8%, 경기 3.0%, 대구 2.9% 순이었으며 수학 1등급은 서울 5.1%, 경기 2.5%, 대구 2.4% 순이었다. 영어 1등급도 서울 6.7%, 세종 4.5%, 대구 4.1%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뒤엎었다. 일반전형 기준 전체 의대의 이월 인원은 78명이었고 그중 비수도권 26개 대학 지역인재전형 이월 인원은 36명에 그쳤다. 대학별로는 부산대가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남대(7명) 건국대(글로컬, 6명) 대구가톨릭대(5명) 연세대(미래, 3명) 인제대(2명) 순이었다.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계명대 등 많은 대학이 이월 인원 없이 선방했다.
◆2026 이후 입시 변화 주목해야 = 2026학년도 의대 입시는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전형의 다양화가 눈에 띈다. 강원대 가톨릭관동대 건양대 건국대(글로컬) 경북대 계명대 동국대(WISE) 등 7개 대학이 정시에서도 지역인재전형을 실시할 예정이다. 단국대(천안)는 충청권 학생 대상의 지역메디바이오인재전형을 신설한다.
최저기준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가톨릭관동대는 일반전형은 국수영탐(2) 중 3개 합 5 이내, 지역인재전형은 3개 합 6 이내로 완화했다. 경희대 의대는 네오르네상스전형에 최저기준을 신설했고 조선대 의대는 지역기회균형전형과 농어촌학생전형의 기준을 3개 합 6 이내로 조정했다.
진수환 강릉명륜고 교사는 “지역인재전형의 최저기준 완화로 지역 재학생의 의약학 쏠림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중상위권 대학 특정 구간에선 지원자와 합격자 자원이 모두 부족해질 수 있어 일반학과 지원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장에서는 의대 증원이 고교 교육과정 운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인재전형은 교과전형 비중이 56.35%(1078명)로 높아 과목 선택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설이태 광주 서강고 교사는 “의대 증원 발표 후 예비 고2, 3의 과목 신청에서 물리학Ⅰ·Ⅱ 선택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최상위권 학생조차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신청자가 많고 덜 어려운 과목에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고교 신입생 대상 교육과정 편제표를 보면 현재보다 10~15% 정도 과목 수가 적게 편성된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비수도권 교사들은 “자율전공 선택권 확대까지 더해져 중상위권 학생들이 진로나 흥미보다 성적에 더 무게를 두고 과목을 선택하는 추세”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어도 의미 있게 운영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의대를 비롯한 의약학계열 지역인재전형에서 종합전형 선발을 확대하거나 자율전공 입학생의 선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대 증원의 영향은 서울 주요대학 자연계열 지원양상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특히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간의 중복합격 패턴이 예년과 달라졌다. 서울대 의예과는 추가 합격이 한명도 없었고 자연계열 전체 추가 합격자도 175명으로 전년(200명)보다 줄었다. 반면 연세대는 자연계열 수시 지원자 중 1046명이 추가 합격해 전년(801명)보다 240여명 증가했다.
입시전문가들은 “비수도권 내신 최상위권 수험생이 서울대보다 의약학계열에 집중 지원하면서 의대와 서울대 자연계열 중복 합격자가 줄어든 반면, 서울대 자연계열과 고려대·연세대 자연계열 중복 합격자는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의대 증원의 영향은 치의예과 한의예과 약학과 등 의약학계열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들 학과도 추가 합격 인원이 전년 대비 심하게 증가했다. A대학 치의예과의 경우 추가 합격 인원이 전년 15명에서 올해 27명으로 B대학 약학과는 23명에서 42명으로 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의약학계열 내 이동이다. C대학 입학관계자는 “올해는 의대 합격 후 더 선호하는 의대로, 약대 합격 후 의대로 이동하는 등 수직적 이동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교육과정 운영 현장의 목소리 = 교육과정 운영 현장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우려가 제기된다. D고교 교사는 “일반선택 과목인 물리학Ⅰ의 경우 2023학년도 4개 반에서 2024학년도 2개 반으로 줄었고 진로선택 과목인 물리학Ⅱ는 아예 폐강될 위기”라고 전했다. 또한 일선 학교에서는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작성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E고교 교사는 “의대 지원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의 경우 세특에서 의학 관련 활동이나 관심을 부각하려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현장 교사들은 개선방안도 제시했다. “의약학계열 지역인재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늘리고 진로선택 과목의 이수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율전공 입학 후 의약학계열 진입 시에는 특정 과목 이수를 필수로 지정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의 영향은 예상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지역인재전형은 선전했지만 교육과정 운영의 왜곡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대두됐다. 향후 의대 증원이 고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기수 기자 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