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해리스와 민주당 젊은층의 정치적 존재감

2024-08-06 13:00:00 게재

미국 민주당은 오랫동안 젊은층 흑인 히스패닉 유권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많은 민주당 전략가들에게 유일한 질문은 ‘이 유권자들이 투표할 것인가’이지 ‘투표할 경우 민주당을 선택할 것인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 당연시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3개월 남짓 남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다시 민주당 연합을 결집해야 한다. 해리스에겐 특히 바이든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의 재선 캠페인에는 소극적이었던 젊은층의 열정이 필요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틱톡에 자신의 계정을 개설하고 “나 혼자 여기에 올 줄 알았다”고 말한 동영상을 올렸다. 8초짜리 이 게시물은 6시간 만에 580만회 조회수를 기록했고, 해리스 부통령은 11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틱톡은 미국에서 페이스북보다 사용자수가 적지만 35세 미만 젊은층 이용자는 훨씬 더 많다. 퓨 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 1억7000만명 중 1/3 이상이 정치 및 정치 이슈에 대한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틱톡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해리스의 틱톡 계정 개설은 온라인 활동에 활발한 젊은 청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주 17개 청년단체가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지지했다. 그 단체 중 하나인 ‘내일의 유권자’ 모임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젊은 유권자들이 핵심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며 “여러분의 투표가 당연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1997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 해리스가 30세 미만 등록 유권자들 사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20%p 가까이 앞서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시에나 칼리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35세 미만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악시오스-제네라티 온 랩 여론조사도 비슷한 추세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태도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전에도 민주당원들 사에에서 바이든의 인기는 하락세였다. 이후 가자지구 전쟁이 구체화되면서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그의 초기 태도는 민주당 연합 내에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젊은 유권자들이 앞장섰지만 이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2022년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가장 젊은 성인들이 팔레스타인들에 대해 가장 따뜻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이들 중 61%가 팔레스타인에 대해 호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30세에서 49세 사이의 젊은이 55%가 그렇게 느꼈다.

12월이 되자 젊은 민주당원의 절반 가량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바이든행정부의 대응에 반대했다. 다른 민주당 지역구들도 반대운동에 나섰다. 흑인 성직자 연합은 신문에 양국의 휴전을 촉구하는 광고를 냈다. 노동조합들은 많은 조합원들의 압력을 받아 비슷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감리교 감독교회의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정부의 가자 전쟁을 “대량 학살”이라고 규탄하면서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재정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시간주에서는 아랍계 미국인 민주당 의원들이 바이든과 당원들에게 미시간주가 노선을 바꾸지 않으면 총선에서 트럼프에게 뒤집힐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졌다. 3월이 되자 민주당원의 75%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행동에 반대했고, 다수의 민주당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인도주의적 원조만을 제공하기를 원했다. 가자 전쟁에 대한 바이든의 단호한 지지는 그를 민주당의 가장 젊은 집단으로부터 소외시키고 고립시켰다.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 이슈에 대해 대통령의 편에 서기는커녕 이스라엘의 행동에 반대하고 여론변화에 주목하거나 이를 주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초기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의 추가 군사원조 요청에 반발했고, 네타냐후 총리의 의회 연설에 민주당 의원 최고위직인 펠로시와 제임스 클라이번, 그리고 해리스를 포함해 대략 130여명의 상하원들이 불참했다.

해리스는 바이든행정부의 가자정책에 관련돼 있지만 민주당 내에서 변화하는 이스라엘 정치를 다뤄야 한다. 그녀는 바이든과 민주당 풀뿌리 사이에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야 한다.

그녀는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에 항의하기 위해 하마스 깃발을 휘날리고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성조기를 불태운 시위대를 규탄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그녀의 “확고한 헌신”을 확인했다. 그런 동시에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고 그것을 어떻게 이행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도 “지난 9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은 파괴적이며 우리는 이러한 비극 앞에서 외면할 수 없다.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뉴딜을 둘러싼 미묘한 입장 차이

2019년 당시 해리스 상원의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앞으로 10년 동안 전력망을 100%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깨끗한 공기와 물, 건강한 음식을 기본적인 인권으로 선언하는 그린뉴딜 결의안을 공동발의했다. 또한 그녀는 2019년 뉴햄프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대회에서 “기후변화는 실재하고, 우리 인간에게 실존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권한 내에 있다”며 그린뉴딜을 공개 지지했다.

2020년 바이든이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을 때 그녀는 그린뉴딜과 거리를 뒀다. 이제 젊은 기후활동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진보적인 과거를 되새길 것을 바라고 있다. 청년들이 주도하는 기후단체 ‘선라이즈 무브먼트’의 대변인 오핸런은 “회원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2020년 공약을 되풀이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오핸런은 “그녀가 그린뉴딜을 지지했다는 사실로부터 도망쳐 봐야 소용없다. 공화당원들은 그녀를 공격할 것”이라며 “그녀는 그것을 방어하고, 정의하고, 그것이 어떻게 노동자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계획인지 이야기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정부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화석연료 프로젝트의 개발을 허용함으로써 때때로 환경운동가들을 좌절시켰다. 미국은 지난해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했으며, 천연가스의 주요 수출국이기도 하다. 이제 해리스는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고 노력하면서 민주당정부의 기후정책을 방어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많은 민주당 의원들, 심지어 그린뉴딜을 옹호하는 의원들조차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정부에서 이룬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2년 해리스 부통령은 균등하게 양분된 상원에서 압도적인 표결을 통해 광범위한 기후 및 세법을 통과시켰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은 청정에너지 생산에 3700억달러 이상의 세금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태양광패널, 풍력터빈, 전기자동차 배터리 및 충전소에 약 4880억달러의 민간투자를 이끌어냈다. 해리스 부통령의 선임고문 아이크 어비는 인플레이션감축법을 시행하는 데 선거 캠페인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진영은 초기 그녀의 검사 경험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적문제를 대비하면서 온건파 유권자들을 안심시키고 트럼프의 책임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형적인 스윙보터들을 안심시키는 것은 젊은층 흑인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는 어느 정도 충돌할 위험이 있다. 해리스는 이들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잡기를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