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건강권 보장

시각장애인 25만명에 저시력클리닉 의사 5명

2024-12-03 13:00:04 게재

운동하고 싶어도 방법 모르고 할 장소 없어 … “정책수가 도입, 맞춤운동 개발 전파해야”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중 건강이 좋다고 느끼는 비율은 18.9% 정도이다. 전체 인구의 36.2%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건강이 나쁘다고 느끼는 비율은 47.2%로 전체 인구 18.8%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시력상실로 인해 이동 제한 뿐만 아니라 신체활동과 운동 경험이 부족해 체력 저하와 만성질환발생 위험이 높다. 그동안 시각장애인의 건강권에 대한 충분히 논의와 정책추진이 되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장애인건강법이 시행된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각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건강관리와 재활 운동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맞춤형운동프로그램 개발도 더디다. 관련해서 지난달 28일 ‘시각장애인 건강권보장을 위한 공청회가 국회서 열렸다. 시각장애인 건강을 위한 의료이용과 운동에 대한 문제점을 짚고 대안 찾기를 논의했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으로 등록된 약 25만명 가운데 92%가 후천적으로 장애가 생겼다. 이 때문에 시력 악화를 예방하고 신체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저시력클리닉과 생활운동 등이 매우 중요하다. 저시력은 잔존시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비전맹)를 말한다.

하지만 국내 저시력클릭닉 활동하는 의사는 5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 운동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거나 안전하게 할 공간도 마땅찮다. 관련해서 시각장애인 진료를 위한 정책수가를 도입하고 맞춤운동법을 개발 전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응수 중앙대의대 안과학교실 교수는 “저시력진료수가가 병원 기준으로 5만5000원인데 진료하려면 보통 한시간 정도 걸린다”며 “이런 수가로 진료하기가 어려워 결국 현재 저시력자들을 진료하는 안과의사는 전국에 5명 뿐”이라고 말했다.

최선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팀장은 “안과 건강검진을 강화하면 좋겠다. 현재 시력 시야 안압 등 기본적인 조사에 그치고 있다. 시각장애를 예방해 줄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이어 “시각장애인 건강검진 지원이 필요하다. 시작장애인은 대부분 직장의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김응수 중앙대광명병원 안과 교수가 저시력자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 김응수 교수 제공

◆활동보조기기 급여 현실화 필요 = 2022년 등록장애인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은 25만0767명이다. 전체 장애인 중 9.5%에 해당되며 18.5%가 심한 장애를 겪고 있다. 55세이상이 75.6%를 차지하는 등 후천적 발생 특징을 보인다. 시각장애의 원인에 대한 국내 연구 보고는 아직 없다. 일본 연구(2019년)를 보면 녹내장 망막색소변성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순이다.

시각장애인은 일상활동에 어려움뿐만 아니라 낙상 넘어짐 충돌 등 두려움으로 집밖활동이나 신체활동이 적다. 그로 인해 체력저하 근력약화 신체자세 불안정 등 시각장애인은 신체문제를 겪는다.

김 교수는 시각장애인의 복지와 의료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은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때까지 많은 일상에서 활동 어려움을 겪는다. 편리하게 일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활동보조기기 급여를 현실화해야 한다. 저시력 보조안경은 지난 11월 17만원으로 급여가 올랐지만 시중 가격이 29만원 38만원 수준으로 차이가 난다. 휴대용 다목적 독서확대기는 200만원 300만원대이고 점자정보단말기는 500만원에 이른다. 시각장애인의 선택할 폭은 줄고 일상활동의 어려움을 해소할 기회는 늘어나지 않는다.

시각재활을 위한 저시력클리닉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 수도권에 중앙대병원 강남성심병원 서울성모병원 중앙대광명원병과 광주시 파랑새안과 등 5곳에서만 진료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역거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시력클리닉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각장애인 등록 전후 낙상 발생 높아 = 시각장애인의 장애특성에 맞는 건강증진방안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영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경기남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장)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일일 신체활동량(걷기)이 1700보 적다. 보폭이 좁고 발을 질질 끌고 걸음걸이가 느리다. 이로 인한 고관절 가동범위가 줄어든다. 시각장애인의 노쇠는 다른 장애인처럼 빠르게 진행된다.

2022년 장애인생활체육조사 결과를 보면 시각장애인은 지난 1년간 운동을 하지 않은 경우가 44.5%나 된다. 시간이 없거나 장애관련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시각장애인의 신체활동 장애요소에 대한 2024년 연구보고에는 △이동제한 54.8% △하고자 하는 활동에 접근하기 어려움 47.0% △동기부족 38.8% △이용가능한 시설 부족 32.5% △참여하는데 도움이 부족 22.3% △운동지도자들의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 15.9%로 나타났다.

임 교수는 “시각장애인 장애등록 전후 낙상빈도와 관련 건강문제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 시기에 맞춤형 재활운동을 제공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남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운동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은 시각장애인이 운동하는 방법을 교육받고 있다. 사진 경기남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제공

◆1:1 대면 운동지도 신체활동 개선에 도움 = 경기남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운동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 시각장애인에게 교육했다.

윤찬 센터 물리치료사는 “시각장애인은 시력상실로 인한 움직임 제한과 신체활동 경험이 적고 비만 상기허약 그리고 비정상적 보행, 근골격계질환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의 신체능력을 향상하고 정서적 안정을 키우기 위해 시동(시각장애인운동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장애가 심한 시각장애인 17명에게 9주 대면 1:1 맞춤형 운동지도와 음성녹음을 통한 과제를 주는 것으로 진행했다. 1:1 맞춤형 운동은 준비-자세교정-근력강화-균형-유산소-준비운동으로 짰다.

8명이 참여한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시흥시 지회서 진행한 시동 운영결과 △세계보건기구 장애평가 △운동자기효능감 △균형평가 △기능적 팔뻗기 검사 △악력 △하지근력평가 등에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동에 참여한 한 시각장애인은 “물리치료사의 자세하고 세심한 설명과 바른 자세를 알려줘 자신감도 생겼다”며 “참가자들이 고령에 장애가 있어 다치기 쉬운데 낙상예방을 위한 근력강화 운동이나 균형운동을 맞춤형으로 준비한 듯하다. 감사하며 종료해 아쉽다”는 뜻을 전했다.

◆시각장애인 맞춤 진료-운동 가이드 필요 =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진료를 받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가영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회 행정부회장은 “운동을 넘어 개별맞춤형 치료적 접근과 실제 1대 1로 붙어 안내하는 운동프로그램으로 진행이 된다면 자기효능감을 더 높이고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립재활원과 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가 같이 장애인운동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팀장은 “시각장애인에 적합 진료를 위한 의료기관에 필요한 가이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며 “응급이나 재난상황에서 구급대원이나 의료진이 장애인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대응해야 하는지 등 가이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현규 보건복지부 장애인건강과장은 “시각장애인 진료 관련 수가 개선이라든지 보조기기 급여 확대 등 의견을 재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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