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석 칼럼
변화 속 ‘과녁’ 맞추기
역대급 폭염이라는 뉴스가 연일 계속되고 있음에도 파리에서 들려온 소식이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식혀줬습니다. 젊은이들의 땀과 노력의 이야기입니다. 올림픽은 젊음의 축제이자 평화의 상징입니다.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올림픽 기간이 되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마음속 올림픽은 ‘영원한 희망’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1988년 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을 여러 단계 업그레이드시켰으며 전세계를 향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향해 있고 세계는 우리 안에 있습니다. 기업 경영도 세계를 향해 있습니다. 세계시장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그 방향성과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면 올림픽에서의 젊은이처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화의 시대가 저물고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구시대가 가고 새시대가 오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전환의 시기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구시대는 시장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던 시대였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경쟁이 시장의 원칙으로 인식되며, 국가와 국가 간에는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시대였습니다.
주요국 정책동향 주의깊게 살펴야 생존
이제 이러한 시장원리에 국가가 개입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국가는 산업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제주체에게 보조금과 각종 혜택을 부여해 인위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교역상대국의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각종 수입규제 조치를 발동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중국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징후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가 하루아침에 오지 않습니다. 아무리 각국이 자국 위주의 정책을 만들어 시행한다 해도 시장경제라는 기본틀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시간이 상당히 흐른 후에도 각자도생의 시대는 오지 않고 지금의 용틀임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역사는 우리가 지나가고 있는 현재를 ‘실패한 반동의 시대’로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당분간 우리가 대면해야 할 현실은 시장과 정치의 치열한 힘겨루기 국면이 될 것입니다. 기업으로서는 시장과 더불어 주요 국가의 정책동향을 주의깊게 살피는 일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성장한 우리 기업으로서는 미국 서유럽 일본 등 자유블록의 정책 동향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2024년은 세계적인 정치의 해입니다. 70여개국에서 중요한 선거가 이루어졌거나 진행 중입니다.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우리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라는 베스트셀러 작가 제이디 밴스(J.D. Vance)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되었습니다. 쇠락한 공업지역에서 고립되어 살던 힐빌리 출신의 자수성가한 정치인이 이제 미국 정치의 한복판에 섰습니다. 힐빌리는 세계화의 흐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미국의 주류인 백인남성들이 계급 의식을 갖게 된 것은 ‘세계화라는 거대한 물결’이 그들을 중심에서 변두리로 몰아냈다는 피해의식이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른 한편 민주당에서는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가 미국 최초의 흑인여성 대통령 후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흙수저 출신이면서 진보적 성향의 팀 월즈(Timothy Walz) 미네소타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 양당의 대립을 선명하게 했습니다. 오랜 기간 미국 사회의 비주류였던 흑인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와 세계화의 피해자라고 느끼는 힐빌리의 정치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는 시대 중 하나를 우리는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 대선 후 변화 면밀히 관찰해야
어느 쪽이 승리하든 대외 정책이나 에너지 정책은 ‘자국 중심’의 원칙이 유지될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국가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과 속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트럼프의 공화당이 더 빠르게 국가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정도의 속도일지 그리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관찰해야 합니다. 변화 속 ‘과녁’을 정확히 맞추는 기업의 생존전략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미 대선을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는 나라를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입니다. 역사는 경제가 어려울 때 권력이 흔들린다는 점을 보여 주곤 했습니다. 새로운 시대는 정치가 흔들릴 때 경제가 어려워지지 않을런지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의 복원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