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2024
‘수소(Hydrogen)’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다.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수소는 지구에 존재하는 원소 중에서 가장 가볍지만 대기 중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수소는 극히 적다. 대기 중 수소 비중은 0.00005%에 불과하다. 더욱이 수소는 가볍기 때문에 대부분 대기 상층부에 있고 지표면에는 0.00001% 극히 미량만 존재한다. 지구상 대부분의 수소는 H₂O(물) 상태로 존재한다. 16세기 연금술사 파라켈수스는 금속이 산에 녹을 때 기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수소’라고 처음 언급했다. 1776년 헨리 캐번디시는 그 기체를 연소시키면 물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783년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 그는 ‘물을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원소’라는 뜻으로 이름을 ‘수소(水素)’라고 지었다. 전기처럼 만들어야 하는 2차 에너지 수소는 공기와 혼합한 후 불꽃을 튀겨주면 폭발적인 연소반응
10.24
북러 군사동맹의 현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얼마 전까지는 북한의 포탄 등 무기 지원이 논란거리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이 북한군의 러-우 전쟁 참전 소식을 전하고, 국정원이 이를 ‘확인’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북한군 파병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다. 러시아는 ‘정보의 상충성’을 언급하며 파병설을 부인했고, 북러협력은 주권사항이니 상관하지 말라는 태도다. 신중론을 고수하던 미국 국방부와 나토가 뒤늦게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도 이상하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선언문 채택과 맞물렸다. 더구나 파병‘목적’은 ‘모른다’고 고백했다. 국내 러시아 전문가들은 지금 단계에서 북한의 노동력 파견, 공병이나 군사기술단 파견이라면 몰라도 대규모 전투병력 참전은 ‘사실 확인 불가’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그렇다면 유독 한국에서만 북한 파병설이 쉽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10.22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지 밝혀질 날도 불과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수많은 여론조사가 진행되었으며 지금도 여러 여론조사 업체에서는 지속해서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사실 미국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는 2016년과 2020년 오류로 인해 크게 흔들렸다. 당시 많은 여론조사가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후보의 강세를 과소평가했다. 2016년 선거 전문가들을 비롯한 언론 매체 대부분이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예측했던 것을 기억해보자. 당시 트럼프의 승리는 선거 이전에 시행되었던 여론조사 결과로는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이후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의 격차에 관한 다양한 해석과 함께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여러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견했던 것은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유권자의 비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장이나 농업, 운전기사 등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당시의 여론조사에 충분히 반영
10.21
이달 발표된 한 가수의 신곡이 ‘만트라’라는 사실을 알고 반사적으로 26년 전 인터뷰를 떠올렸다. 인터뷰어가 질문한다. “저는 상징적 가치(symbolic value)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인터뷰이가 대답한다. “제 만트라는 집중과 단순함(focus and simplicity)입니다. 어떤 것을 단순하게 만들려면 생각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일단 그 단계에 도달하면 산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1998년 5월 25일, 블룸버그가 발행하는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실린 선문답 같은 인터뷰의 일부다.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은 비즈니스위크의 샌프란시스코 특파원 앤디 라인하트다. 인터뷰이는 1998년 당시 애플의 임시 최고경영자(interim CEO)였던 스티브 잡스다. 현재 애플의 시가총액은 3조4597억달러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을 키워낸 인물의 만트라는 ‘집중과 단순함’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만트라(mantra)는 ‘진리의 말’이다. 롱맨 영영사전을 찾아보니
10.17
지난달 프랑스정부 수장이 바뀌면서 이색적 광경이 연출되었다. 이·취임식 한자리에 서른다섯의 청년과 일흔셋의 노인이 섰는데 신기하게도 청년이 노인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희귀한 모습이었다. 청년은 젊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보다도 어린 가브리엘 아탈이었고 노인은 정치의 백전노장(百戰老將) 미셸 바르니에였다. 프랑스에서 청년의 역동적 힘이 무대의 전면에 섰던 시대는 가고 이제 노인의 경험이 정치를 지배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것일까. 이색적인 장면은 젊은이가 노인에게 권좌를 물려주는 상징적 순간만이 아니었다. 노련한 백전노장 바르니에가 총리로 임명되자마자 프랑스는 동시다발적인 저항과 시위의 물결이 일었다. 새로운 정부에 밀월(蜜月)이나 평가유예기간(grace period)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오히려 바르니에의 임명이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부정이라는 비판이 자자했다. 대통령의 총리 임명은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에 규정된 고유 권한이지만 이번 마크롱의 선택에 대한 강력한
10.15
세계의 이목이 미국 대선에 쏠리고 있다. 질문은 3개다. 누가 이기느냐?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어떻게 해야 하느냐? 투표일이 3주 뒤로 다가왔지만 판세는 여전히 초박빙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가 끝난 뒤에도 후유증이 심각할 수 있다. 법적 다툼뿐만 아니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심각한 미국 정치 양극화 미국 정치의 양극화는 심각하다. 미국 대통령은 50개주와 워싱턴D.C.를 포함한 51개 선거구의 투표로 결정된다. 51개 중 20개주는 2000년 이후 6번 대선에서 내리 공화당 후보만 찍었다. 16개주는 민주당만 지지했다. 한번이라도 지지 정당을 바꾼 주는 15개에 불과했다. 그중 8개는 최근 3회 연속 같은 정당에 표를 던졌다. 결국 이번에 지지 정당을 바꿀 가능성이 보이는 선거구는 단 7개의 경합주, 러스트벨트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와 선벨트의 네바다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정체성 정치가 원인이다. 인종
10.14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신간 ‘플래닛 아쿠아’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도시문명이 실시간으로 붕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리프킨은 “2050년 무렵이면 47억명이 생태적 위협이 심하거나 극심한 국가에 거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프킨이 전하는 이야기는 공포스럽다. 43~50℃에 이르는 기록적인 기온이 세계 전역에서 측정되고 있다. 캐나다 산불이 쏟아낸 연기로 미국 뉴욕 상공이 주황색으로 변할 정도였다. 오늘날 26억명이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리프킨의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다. 초강력 허리케인 ‘밀턴’이 미국 플로리다를 강타하면서 원유가격이 4% 가까이 급등했다. 로이터통신은 10일 중동의 불안에 허리케인까지 겹치면서 브렌트유 선물이 3.7% 상승한 배럴당 79.40달러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3.6% 상승한 75.85달러에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은 ‘밀턴’의 내습 이후 플로리다주 내 7900여개 주유소
10.10
몽골의 침략을 두차례나 막아낸 베트남 최고의 전쟁 영웅 쩐 꿕 뚜언(쩐 흥 다오)은 1300년 여름 자택 병상에서 황제 아인똥(영종)을 맞았다. 황제는 장군의 건강보다 그의 죽음 뒤에 감당해야 할 나라의 미래가 더 걱정이 되어 친히 문병을 갔던 것이다. “만약 북쪽 오랑캐들이 다시 쳐들어온다면 어떤 방책이 있겠소?” 장군은 24세의 젊은 황제에게 가르치듯 답했다. “만약 적군이 장사진을 치고 큰 불이나 바람처럼 무턱대고 공격해 온다면 이기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빠른 승리를 연연하지 않고 흡사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듯 야금야금 쳐들어오면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훌륭한 장군을 원수로 임명해 바둑을 두듯 유연하게 움직이고, 장수들은 군졸들을 자식처럼 다루며 백성들의 마음을 얻도록 해야 합니다.” 평소 흥 다오 브엉(흥도왕)이라 불리던 쩐 꿕 뚜언은 두달 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이름은 베트남의 역사와 베트남인들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다. 세차례나
10.08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인 롭 본타는 지난달 23일 엑손모빌이 지난 반세기 동안 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대중들에게 홍보했지만 실제로 미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비중은 5~6%에 그쳐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초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주정부가 석유 대기업을 상대로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국제협약안 도출이 예정된 가운데 이같은 소송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엑손모빌은 시장가치 측면에서 세계 두번째로 큰 석유·가스 회사일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식기, 음료수 병 및 포장재를 포함해 일회용 플라스틱의 구성 요소로 사용되는 폴리머의 세계 최대 생산업체이기도 하다. 이 소송의 핵심은 엑손모빌의 메시지로 인해 소비자들이 더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구매하고 사용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소송은 회사가 허위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불공정 경쟁과 공공의 불편을 초래
10.04
캐나다 최대도시 토론토시가 빗물세 도입을 다시 추진한다. 당초 2027년 시행할 예정이었던 빗물세는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지난 4월 올리비아 차우 토론토시장이 직접 나서 논의 중단을 지시했었다. 하지만 지난 여름 잇따른 폭우 때문에 정전과 홍수로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등 큰 피해가 반복해 발생했고, 기후변화 대응책의 하나로 빗물세 도입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빗물세는 1990년대 독일에서 먼저 도입한 제도로 콘크리트 포장도로 등 불투수(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면적 때문에 발생한 하수처리 비용 부담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시스템이다. 토론토시는 빗물 때문에 발생하는 하수관리비용 3억8500만캐나다달러(이하 달러, 약 4000억원)를 총 불투수성 표면적(2만2857헥타르)으로 나눠 ㎡당 1.68달러씩 2027년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다. 100년 빈도 집중호우 10년 사이 세 차례 토론토시가 빗물세를 비롯한 기후변화 대응정책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기
09.26
“(기성정당에 대한) ‘실망’에서 이제 (AfD에 대한) ‘확신’으로 바뀌었다.” 9월 2일 독일의 동쪽(구동독) 2개주에서 극우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이 처음으로 제1당, 근소하게 2당으로 각각 승리하면서 나온 분석이다. AfD는 튀링겐 주에서 33.1%, 작센 주에서 30.5%를 획득했다. 우리나라 ‘조국혁신당’처럼 독일 정당역사 처음으로 개인 이름을 내걸고 창당한 변형된 좌파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집권당 사민당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BSW는 튀링겐 주에서 15.6%, 작센 주에서 11.7%를 얻었다. BSW는 지난해 9월 창당했다. 사민당은 2개주에서 각각 6.1%, 7.3%를 득표했다. 이어 9월 22일 수도 베를린을 둘러싼 브란덴부르크 주선거에서 AfD는 29.2%를 얻어 사민당(30.9%)에 근소한 차이로 2위를, BSW(13.5%)는 기민당(12.1%)을 제치고 3위를 기록했다. 집권 연정에 참가한 진보정당 녹색당은 4.1%로 의회 입성 문턱을 넘
09.25
전세계적으로 금속 생산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한 원인이다. 금속은 재생불가능한 광석에서 추출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물과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금속재활용(Recycled Metals)은 이미 추출된 금속을 재료로 활용한다. 금속을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광물자원을 캐낼 필요도 없다. 금속은 이론적으로는 영원히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불순물 유입, 잘게 부서짐, 품질저하 등 여러 이유로 재활용에 한계가 있다. 수거에 들어가는 기술적 재정적 어려움도 금속재활용과 2차 생산을 제한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2050년까지 재활용 금속 생산을 48%까지 늘리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12기가톤 이상 줄일 수 있다(2021년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3기가톤). 재활용 금속을 사용하면 산림파괴, 토양과 수질오염 등 광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든다. 금속 추출과 관련된 건강 피해와 아동 노동도 줄어든다. 자동차 녹여서 자동차 만들기 철(鐵. I
09.24
2주 전 9월 10일 미국 대선 토론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공식적으로 처음 만난 자리였던 만큼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이 토론의 승패를 떠나 가장 큰 쟁점이 되었던 장면은 트럼프가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지역에 사는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이었다. 아이티 이민자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은 토론을 전후로 몇몇 저명한 우익 인사들이 소셜미디어에 관련 글을 게시한 이후 더욱 확산되기 시작했다. 극우주의자 중 한명인 찰리 커크(Charlie Kirk)는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를 도살해 먹는다는 익명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스크린 캡처와 함께 X(트위터)에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론 머스크까지 나서서 “이민자들이 애완용 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이 나라에 살면 안 될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납치해 먹었다는 보고가 있다’는 거짓 주장을 X
09.23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결정짓는 자민당 총재선거가 ‘3강’ 양상이다. 선거 초반 ‘40대 대망론’까지 나왔던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 의원은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 틈을 비집고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강경 보수층 지지를 업고 약진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의원은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세를 보인다. 이달 27일 투·개표가 진행되는 자민당 총재선거는 모두 9명이 입후보했다. 일본 주요 언론은 선거가 종반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선두권 3명 가운데 2명이 결선투표에 나갈 것이라는 데 일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이즈미, '해고 완화' 내세웠다 역풍맞나 일본 언론사 보도를 종합하면 고이즈미 후보는 1차 투표에서 60명 전후의 국회의원표를 확보해 가장 앞서고 있지만 높은 지지율은 기세가 꺾이는 양상이다. 공식 선거 개시 전인 이달 초까지 고이즈미 대세론이 나왔던 배경은 지지율에서 크게 앞섰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말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층 32%가 고이즈미를 선
09.19
2011년 4월 필자는 비엔나에 부임했다. 그 당시 중동은 튀니지에서 노점상 청년의 분신으로 시작된 민주화의 불길, ‘아랍의 봄’이 확산되고 있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의장에서 만난 여러 유럽대사들은 이 불길이 북한까지 번질 것 같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필자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에는 청년들이 10년 이상 군 복무를 하기 때문에 아랍과 달리 길거리에 분노에 찬 청년들이 없다”고 설명했다. 몇달 뒤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 체제가 이변 없이 들어섰다. 고모부인 장성택이 처형됐을 때 김일성의 사위로서 20여년째 비엔나에 체류해 온 김광섭 북한대사에게 변고가 생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습게도 그가 혹시라도 망명을 요청하지 않을까, 그런데 전화를 놓치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다. 시간이 흘러 2017년 12월 북한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채택하는 유엔 안보리 회의에 비장한 마음으로 참석했다. 결의안이 채택될 때 1987년 브뤼셀에서 북한의 고위급 귀순인사를 맞이하던
09.13
추석이 다가올 때마다 추억에 잠긴다. 선선한 초가을 바람에 몸이 감응하는 이유는 꼭 이맘때쯤 아버지를 잃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을 추(秋)를 쓰는 추석과 따를 추(追)를 쓰는 추억은 의미상 아무 연관이 없다. 그럼에도 음운적 차원에서 과거의 어느 시점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현상을 막을 도리는 없다. 9월로 달력이 넘어간 어느날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필자는 이럴 때마다 이란에서 근무하던 10여 년 전 기억을 소환한다. 당시는 유튜브가 아닌 팟캐스트의 시대였다. 11년 전 다운받은 3시간짜리 팟캐스트 음원을 찾아 틀어놓고 잠을 청한다. 프로그램은 2013년 7월 시작해 3년간 계속된 평론가 신형철의 ‘문학 이야기’다. 특히 가수이자 시인이자 농부인 ‘루시드 폴’의 에피소드는 지금껏 인생에서 수십 번도 넘게 밤의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문학 이야기’는 딱 두개였다. 하나는 ‘루시드 폴’ 편이고 다른 하나는 프로그램의 첫회였다. 팟캐스트의 문을 열며
09.12
인도와 러시아의 관계는 오랜 역사적 유산 위에 쌓아 올린 은근하고 강력한 우정에 기반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양국은 굳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실익을 도모하며 관계를 견고하게 발전시켜왔다. 이같은 양상은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런데 최근 인도는 은밀한 관계를 공개적으로 추진하면서 중재자 타이틀을 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첫번째 파격은 2022년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시작되었다. 인도 모디 총리는 SCO 계기로 열린 양자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민주주의 대화 외교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하며 전쟁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생중계된 이 장면은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서방 세계와 반서방 세계를 잇는 대화 채널로서 인도의 가치를 부각시킨 중요한 계기로 꼽을 만했다. 모디 총리는 올해 7월 3~4일 SCO 정상회의에는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했지
09.10
“다시 ‘신흥시장의 봉기’가 시작됐다(the rest are rising again).” 신흥시장의 붐이 다시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인도와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멕시코 등 신흥시장의 경제가 2000년대 못지않은 성장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기록적인 적자에 의존해 성장을 해온 미국의 경제는 그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5년 동안 미국의 성장을 주도해온 이른바 ‘M7(애플,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으로 지칭되는 대형 기술주들의 수익 성장은 내년에 절반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자들, 중대변화 감지 못해 미국의 저명 저널리스트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다시 변방이 봉기하고 있다(the rest are rising again)’라는 칼럼을 통해 신흥시장 경제가 다시 활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자카리아는 “2000
09.09
워싱턴DC 연방법원이 4년 전 제기된 구글 검색엔진 반독점 소송에서 법무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국정부가 구글에 ‘독점기업’이란 굴레를 씌우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일반 검색 서비스와 텍스트 광고 시장에서 독점적 배포 계약을 통해 독점을 유지함으로써 셔먼법 제2조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셔먼법 2조는 독점을 위해 담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여러차례 독점 제재를 당했던 유럽연합(EU)에서와는 달리 미국에서 구글이 ’독점금지법 위반’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다보니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기업분할 판결이 소환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법무부는 구글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와 웹 브라우저 크롬 2개 기업으로 쪼개는 것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법원, 구글 셔먼법 2조 위반 판결 이번 소송은 ‘빅테크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09.06
최근 차량점검 때문에 우버를 이용할 일이 있었다. 5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우버 운전사는 “언제 이민을 왔느냐” “어느 나라 출신이냐” 등 짧은 인사를 몇마디 건넨 뒤 이민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역시 영어 억양으로 보아 캐나다 태생은 아닌 듯했다. 그럼에도 최근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들에게 반감을 보이며 “트뤼도 총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런 식으로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난민정책에 대해서도 “캐나다 경제에 기여하기는커녕 세금만 낭비하는 한심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캐나다정부로부터 영주권을 받는 이민자는 한해 50만명 가까이 된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는 30만명 수준이었다. 지난해 캐나다에 정착한 영주권자 가운데 인도 출신이 약 14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두번째로 많은 나라는 중국인데 3만2000명 수준이다. 아프가니스탄이 2만여 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10위권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민문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