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정부 빅테크 규제 어디까지 갈까
반독점소송 휘말린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 최종 판결까지는 수십년 걸릴 수도
워싱턴DC 연방법원이 4년 전 제기된 구글 검색엔진 반독점 소송에서 법무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국정부가 구글에 ‘독점기업’이란 굴레를 씌우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일반 검색 서비스와 텍스트 광고 시장에서 독점적 배포 계약을 통해 독점을 유지함으로써 셔먼법 제2조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셔먼법 2조는 독점을 위해 담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여러차례 독점 제재를 당했던 유럽연합(EU)에서와는 달리 미국에서 구글이 ’독점금지법 위반’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다보니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기업분할 판결이 소환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법무부는 구글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와 웹 브라우저 크롬 2개 기업으로 쪼개는 것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법원, 구글 셔먼법 2조 위반 판결
이번 소송은 ‘빅테크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바이든정부의 ‘반독점 삼각편대’의 승리라는 시각이 강하다. 칸 FTC 위원장과 팀 우 국가경제위원회(NEC) 기술·경쟁정책담당 대통령특별보좌관, 그리고 조나단 칸터 법무부 반독점국장이 그 주인공이다.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란 논문으로 유명한 칸은 100년 전 제정된 ‘독점금지법’이 21세기 들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 방해 행위에 누구보다 정통한 편이다. 조나단 칸터는 ‘구글의 적’으로 유명한 법조인이다. 반독점 소송 전문 변호사로 옐프, MS를 대리해 구글과 소송을 진행한 경험도 있다. 클린턴정부 시절 FTC 경쟁국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다. 팀 우는 ‘망중립성 대부’로 불리는 인물이다. 특히 팀 우는 거대기업 합병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편이다.
칸이 이끄는 반독점 삼각편대가 구글 제소에 성공하면서 4대 빅테크로 불리는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가 모두 반독점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FTC는 지난해 9월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시장 지배력을 통해 판매자에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올 3월 법무부는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독점을 문제삼았다. 메타는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 SNS 경쟁자를 인수해 독점적 지위를 키웠다는 혐의로 2020년 12월 FT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정부가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반독점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분석도 한다. 바이든정부 내내 지속된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기업 독점으로 규정해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 아마존 구글 메타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이 날로 막강해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빅테크를 통제하기 위해 각종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는 이유다. 과연 ‘반독점의 수장’ 칸은 아마존이나 구글을 옛 스탠다드 오일처럼 분할할 수 있을까.
칸은 독점금지법으로 제소한 대기업에 대한 재판에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 했지만 최종 재판까지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추정하지 못했다. 반독점법 사안은 아니지만 2001년 12월 2일 터진 엔론(Enron) 사건 재판이 아직도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누가 이기든 먼 훗날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적시에 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정의가 없는 사회”란 옛말이 있다. '까라마조프가의 미샤 이반 알료샤 3형제가 아버지의 유산을 찾는 재판은 30년도 넘게 걸렸고 유산을 언제 찾았는지는 도스토옙스키도 모르지 않았느냐'면서 조바심을 가지지 말고 기다리라 한다면 할 말이 없겠다.
칸은 미국에서 코미디언 존 슈튜어트와 대화에서 FTC는 “작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small but mighty) 정부기관”이라 했다. 이 말은 사실일 것이다. 다만 대통령이 힘을 실어줄 때만 그렇다. 칸이 제소한 아마존의 경우 온라인 판매에서 중개수수료 2달러 중 1달러를 아마존이 가져간 행위가 독점적 지위 남용에 해당된다고 한다. 아마존의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4% 정도다. ‘이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기업을 독점기업으로 볼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 칸은 독점적인 행태를 지적했다. 법정에서 아마존의 온라인 판매시장 점유율이 독점적인 지위에 해당되는지도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FTC가 힘을 받아 오래된 적폐를 해결할 수 있는 ‘막강’한 기관이 되려면 법률에 부여된 권한을 제때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EU는 온라인 플랫폼 투명성·공정성 규칙을 마련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금지행위를 규정한 법안(Digital Market Act)을 제정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칸이 지목한 대다수 대기업이 이미 EU에서 거액의 과징금을 물고 행태를 바꾸었는데 무엇 때문에 미국은 여전히 고발만 하고 판결문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을까?
미국 정치시장의 ‘복점 딜레마’
아래와 같은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미국에는 정당이 2개 있지만 둘 사이에 근본적인 정책의 차이가 없다. 이를 두고 미국 정치의 복점(duopoly)이라 한다. 주의 고위직 판검사는 당적을 두고 선거를 통해 선출하지만 그 외의 주나 연방검사와 판사는 주지사와 대통령이 각각 임명한다.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제소당한 기업이 어느 당에 선거자금을 지원하는지, 담당 판사나 검사가 어느 당 소속인지에 따라 기소나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딥스테이트(deep state)를 비난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했지만 재직 중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딥스테이트는 직업관료와 정부기관의 지원을 받는 연구소, 대학의 학자들로 기득권 엘리트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어떤 정부도 사람을 고를 때 이 인재풀을 벗어나기 어려우니 본질적으로 회전문 인사와 다름이 없다.
칸이 FTC의 억지력(deterrance)을 강조한 것은 이해가 간다. 거대기업 몇개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소한 것만으로 대기업을 제어하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칸은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대기업 총수나 CEO 즉 ‘마피아 두목’을 찾지 그 아래 조무래기를 찾으려는 것은 아니라 했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 기업들이 알고리즘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담합을 해 앱을 통해 가격을 조절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는 현실을 강조했다. 칸이 재임 중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마피아 보스’ 한사람도 건드리지 못하게 되면 FTC의 억지력도 약화될 것이다. 이것이 모든 나라 반독점조직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딜레마다.
AI산업 보호 육성 위한 불공정거래
바이든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법률을 제정해 자국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법 시행에 중점을 둔 것 중 하나가 고성능 AI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앞으로 미국의 중국 견제는 더 강화될 것이고 양대 세력 사이에 끼인 나라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다.
세계 각국의 관심사는 AI산업이다. 이 분야는 과학기술 발전과 혁신의 속도가 빠르고 불공정 행위 수법도 더욱 교묘하게 되어 규제당국이 따라잡기 어렵다. 알고리즘을 공유하고 앱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담합을 하는 행위를 감시하고, 불법행위를 찾아내는 데도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른다.
대부분 미국 대기업은 종업원을 고용할 때 비경쟁조건(non-compete)을 제시해 회사를 떠나더라도 일정 기간 경쟁업체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기간이 만료되어 경쟁사에 취업해도 이전 회사에서 알게 된 영업비결을 공개할 수 없다. 자기 개인사업을 시작할 때도 이 조건을 지켜야 한다. 이 조건은 스타업을 저해하는 시장 진입장벽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국가안보를 앞세워 비경쟁조건을 미국 시민뿐 아니라 외국인 즉 영주권(그린카드)을 소지한 외국인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칸은 장래 AI 분야에서 기업집중, 즉 거대기업이 나타나고,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했다. 미국 대기업들은 경쟁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을 10여 개씩 인수하고 있는데 애플의 경우 30개 이상의 AI 모델을 인수했다. 또 미국은 틱톡(Tik-Tok)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라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시대의 스탠더드 오일 분할과 같은 사건은 오래된 과거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