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의 지름길 ‘금속재활용’
재활용 금속 생산 48%까지 늘리면 전세계 온실가스 12기가톤 줄어
전세계적으로 금속 생산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한 원인이다. 금속은 재생불가능한 광석에서 추출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물과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금속재활용(Recycled Metals)은 이미 추출된 금속을 재료로 활용한다. 금속을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광물자원을 캐낼 필요도 없다.
금속은 이론적으로는 영원히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불순물 유입, 잘게 부서짐, 품질저하 등 여러 이유로 재활용에 한계가 있다. 수거에 들어가는 기술적 재정적 어려움도 금속재활용과 2차 생산을 제한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2050년까지 재활용 금속 생산을 48%까지 늘리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12기가톤 이상 줄일 수 있다(2021년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3기가톤). 재활용 금속을 사용하면 산림파괴, 토양과 수질오염 등 광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든다. 금속 추출과 관련된 건강 피해와 아동 노동도 줄어든다.
자동차 녹여서 자동차 만들기
철(鐵. Iron)은 화학원소 기호 Fe, 원자번호 26이다. 철은 핵융합으로 생성되는 최종 원소로 지구에서 알루미늄 다음으로 흔하며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 중 비중이 가장 높다. 지구 중량의 32.07%를 철이 차지한다.
지구에서 철광석은 사실상 무궁무진한 소재다. 문제는 철광석이 산소와 결합해 녹이 슨 산화철(Fe₂O₂)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용광로(고로)는 철광석(산화철)과 코크스(석탄), 석회석을 넣고 태우는 장치다. 용광로 온도를 1500℃까지 높이면 산화철(Fe₂O₂)에 붙은 산소(O)가 석탄에 있는 탄소(C)와 결합해 이산화탄소(CO₂)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고 순수한 철(Fe)만 남는다. 참숯을 이용해 최초로 철기를 만들었던 고대 히타이트문명 이후 지금까지 제철의 원리는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고로 방식과 달리 이미 생산된 철을 전기로 녹여 철강을 만들 수도 있다. ‘전기로’ 방식이다. 전기로는 철광석에서 추출한 철을 아크용접 방식으로 녹이기 때문에 제련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다. 전기를 이용하니 온도조절이 쉽고 열효율도 우수하다. 그러나 전력 소모량이 많고 철광석에 비해 비싼 고철을 원료로 쓰는 탓에 제조원가가 높다. 품질의 한계도 있다. 고철을 원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순수한 철을 얻기가 어렵다. 전기로에서 나온 철강은 건축용 에이치빔 등 범용재 위주로 공급된다.
제철소에서 나오는 가장 순수한 철은 얇은 철판으로 가공하는 압연 공정으로 간다. 철(Fe)의 순도가 높을수록 찢어지지 않고 넓게 잘 펴진다. 특히 자동차 외부를 구성하는 보닛 등은 넓고 얇게 펴진 철판이 필요하다. 이런 철판은 순수한 철이 아니면 만들기가 어렵다.
철과 특수강, 구리(CU) 등이 소재별로 분리되면 전기로에서도 고품질 철강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구리와 망간이다. 이런 금속물질은 녹였을 때 철과 분리하기 어렵고 압연 공정에서 철판이 찢어지게 한다. 저탄소 경제에서 전기로 제강은 매우 중요하다. 고철은 전기로에서 90% 이상 철로 다시 태어난다. 한번 생산된 철은 생산-소비-회수-재생산을 통해 40차례 이상 재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를 녹여서 자동차를 만들려면 사회적기업 방식으로 ‘자동차 분해라인’이 필요하다. 일본 시모노세키에 처음 자동차 분해라인을 만들었을 때 도요타자동차 관계자들이 제일 먼저 방문했다고 한다. 분해가 쉬운 자동차 설계를 위해서였다.
알루미늄은 100% 재활용 가능
알루미늄(AI)은 지구 지각에서 가장 풍부한 금속 원소다. 무게는 철이나 구리의 약 1/3이고 철에 비해 부드러워 쉽게 가공할 수 있다. 잘 녹슬지 않고 플라스틱에 비해 내구성이 우수하다. 알루미늄 사용량은 철을 제외한 다른 모든 금속보다 많다.
알루미늄은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금속이지만 사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원소와 쉽게 결합하는 특성 때문에 금속 상태의 순수한 알루미늄을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1825년 덴마크 화학자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Ørsted. 1777~1851)가 순수한 염화알루미늄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전선을 흐르는 전류가 자기장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낸 과학자로 유명하다.
당시 알루미늄은 금이나 은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다. 복잡한 생산 과정과 높은 생산 비용 때문이었다. 나폴레옹 3세는 특별한 손님이 왔을 때만 알루미늄 식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1890년대 이후 정제 기술 발달과 함께 알루미늄의 상업적 생산이 시작되었다. 잘 부식되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좋은 알루미늄은 자동차 항공기 선박 전자제품 음료수캔 등 생활 전반에 사용된다. 지금은 철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는 필수 금속으로 자리를 잡았다.
알루미늄은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지구를 망쳐온 금속이기도 하다. 알루미늄의 원료는 보크사이트 광석이다. 보크사이트를 채굴한 후 화학적으로 처리해 알루미나를 추출한다. 흰색 분말 형태인 알루미나를 금속 알루미늄으로 만들려면 전기분해를 해야 한다. 알루미늄 생산에 필요한 전력은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공급된다.
탄소배출도 많다. 현재 알루미늄 산업은 매년 1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2%를 차지한다. 이런 물질이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재활용이 쉽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은 이론상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여러번 재활용하면 품질이 떨어지는 플라스틱이나 다른 금속과 달리 품질 저하 없이 재활용이 가능하다.
알루미늄 재활용 50% 이상으로
알루미늄을 재활용하면 에너지 절약 효과도 크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앨리스 레논 등이 ‘네이처 지속가능성’ 저널에 실은 논문에 따르면 알루미늄을 재활용하면 보크사이트에서 생산하는 1차 생산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5% 이하로 줄어든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4% 수준으로 떨어진다.
1차 생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알루미늄 1톤당 14.5톤이지만 재활용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0.65톤이다. 연구자들은 생산 효율 개선과 탈탄소 전력을 사용하면 2050년 알루미늄 1톤에 0.5톤 수준까지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알루미늄은 오늘날 가장 잘 재활용되는 재료 중 하나다. 서클 이코노미의 ‘서큘래리티 갭 리포트(the Circle Economy’s Circularity Gap Report)’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세계적으로 알루미늄의 33%가 재활용된다. 2020년 전세계에서 사용된 자원의 8.6%만 재활용되었으니 매우 높은 재활용 비율이다. 리포트는 2050년까지 알루미늄의 탄소배출량을 80%까지 줄이려면 재활용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2년 미국은 알루미늄의 34%를 재활용으로 공급했다. 음료수 캔은 대부분 다시 알루미늄 캔으로 만들어져 순환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브라질은 알루미늄 캔 재활용에서 세계 선두를 달린다. 연간 147억개의 음료 캔을 재활용하는데 이는 자국 알루미늄 캔 생산량의 98.2%에 이른다. 이는 일본의 재활용률 82.5%를 넘어서는 비율이다.
한국, 캔의 37%만 캔으로 재활용
2023년 9월 한국에서 열린 24회 세계지식포럼에서 ‘국제알루미늄협회(IAI)’ 마일스 프로서 사무총장은 “한국의 알루미늄 캔 수집률은 96%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재활용하는 비율은 낮다”며 “알루미늄 재활용의 가장 효과적 방법인 ‘캔투캔’ 재활용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AI는 2023년 9월 ‘전세계 알루미늄 캔 재활용 확대가 환경에 미치는 이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은 캔투캔 재활용률이 78%로 가장 높았다. 반면 유통된 캔의 14%는 여전히 매립된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캔의 67%가 매립되며 20%만 캔투캔 재활용에 투입된다. 베트남의 캔투캔 재활용률은 1%에 불과하다. 회수된 캔의 92%는 캔 이외 다른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한국은 20년 이상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운영해 캔 회수율이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96%로 나타났다. 그러나 회수된 캔의 37%만 캔으로 재활용된다. 이는 캔 재활용 인프라를 갖춘 나라들 가운데 매우 낮은 비율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