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친윤…‘책임론’ 제기
국회 본회의장 대신 당사행
“민심 아닌 용산 눈치 본 것”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야권과 민심은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친한의원까지 거세게 반발했지만, 친윤의원들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 무더기 불참했다. “민심이 아닌 용산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함께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의원들은 4일 새벽에 실시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 무더기 불참했다. 추 원내대표와 임이자·신동욱·정희용 의원 등은 표결 직전 국회 본청에 들어왔지만 표결이 실시되는 본회의장이 아니라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다. 그러다 표결이 이뤄지기 직전인 4일 0시 6분경 당사에서 의원총회를 연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이후 원내대표실에 있던 의원들은 당사로 향했고 추 원내대표는 자리를 지켰지만 표결에서 참석하지 않았다. 다른 친윤의원들은 당사 3층에 삼삼오오 모였고, 표결에는 불참했다.
친한 김상욱 의원은 “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이라고 문자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추 원내대표)은 계속 당사로 모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친한은 추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표결을 사실상 막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친한 인사는 4일 “추 원내대표가 투표를 훼방 놓은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추 원내대표는 부인했다. 추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상당수의 의원들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국회에 진입이 어렵고, 여러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당사로 모이시라고 했고, 그 이후에 계속 상황을 체크했는데, ‘들어올 수가 없다’고 해서 당사에 계속 계시도록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국회 진입이 어려워 표결에 불참했다는 설명이다. 국회 본관에 머물렀던 자신의 표결 불참에 대해선 “제 판단으로 불참했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추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의원들은 민심과 야권, 친한의원이 결사저지에 나선 계엄에 대해 ‘표결 불참’이란 역사의 기록을 남겼다.
민심보다 용산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다가 표결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친윤의원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