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단체장들 “계엄 반대” 한목소리
오세훈·박형준도 “즉각 철회” 요구 나서
김동연 “청사폐쇄 행정명령 단연코 거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는 등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유례없는 긴급 상황이지만 계엄 선포에 따른 정확한 대응 매뉴얼을 알지 못해 국회 상황 등을 지켜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단체장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4일 새벽 1시쯤 입장문을 통해 “비상계엄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라며 “우리 국민이 지켜온 민주주의에 결코 후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경우라도 폭력이 있어서는 안되며 국민의 삶에 어떤 불안과 불편도 초래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충정은 이해하나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이었다”며 “꼭 그런 방법밖에 없었는지 유감이고 잘 수습하기 바란다”고 올렸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4일 오전 고위 간부들을 비상소집하고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다만 회의에 들어갔을 때 이미 국회가 계엄해제 표결을 마친 상황이었다. 이에 박 지사는 도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도정에 만전을 기할 것과 민생경제를 잘 챙기라고 지시했다. 박 지사는 오전 9시 확대간부회의를 다시 열고 계엄관련 공식 입장문을 낼 예정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4일 국회 의결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계엄해제요구안이 가결된 만큼 헌법 절차에 준수해 사회질서유지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4일 오전 “수십년간 성숙되어온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며 “행정권력도 입법권력도 절대로 남용돼서는 안되고 제한적으로 절제돼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고 별도의 의견을 내지 않고 현안사업과 산업계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단체장들의 반발도 거셌다. 특히 광주·전남 단체장들은 1980년 5.18민주항쟁 당시를 상기하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광주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및 학계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헌법수호 비상계엄무효 선언 연석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즉각 해제를 촉구했다. 강 시장은 “자랑스러운 광주시민은 1980년 학살자들을 응징하고 독재를 막아 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웠다”면서 “반헌법적 비상계엄은 무효”라고 강력 반발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비상회의를 열고 “민주주의가 참혹했던 1980년 그 이전 군사정권 시절로 후퇴했다”면서 “헌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은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김 지사는 “이번 비상계엄 조치는 당혹스럽고 참담하기 그지없다”면서 “세계 10위 대한민국 국정을 비상계엄으로 책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행안부의 청사 폐쇄 조치를 거부하고 나서기도 했다. 김 지사는 4일 새벽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비상계엄은 내용이나 절차에 있어 분명한 위헌”이라며 “행안부에서 도청 폐쇄를 요청해왔는데 단연코 거부했다”고 밝혔다. 회의는 김 지사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그는 간부 공무원들에게 “전 직원은 동요하지 말고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의연하게,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지사가 말한 지자체 청사 출입문 폐쇄 조치는 행안부의 행정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기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 직후 청사 출입을 통제했다. 지자체 청사 출입통제는 4일 새벽 2시 폐쇄조치 대상에 지자체 청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당직총사령실 재지시에 따라 모두 해제됐다.
김 지사는 또 간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쿠데타는 2시간 만에 끝났다. 내용도 절차도 모두 위헌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2시간 만에 끝났는데 (윤 대통령은) 여기에 대한 모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일·이제형·곽재우·곽태영·방국진·윤여운
최세호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