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8
2024
“독일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외국의 전문인력에게 세금 특혜를 줘서라도 국내로 적극 유인해야 한다.” 최근 독일연방정부 경제부 로베르트 하벡 장관(녹색당)과 재정부 크리스티안 린드너 장관(자민당)이 발표한 내용이다. 유수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세금혜택을 주는 것처럼 외국 전문인력에게도 혜택을 줘 적극 유치하자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앙겔라 메르켈 정부부터 현재 올라프 숄츠 정부까지 경상북도 전체 인구에 맞먹는 약 250만명의 이주민과 난민을 받아들였다. 중동 난민과 동구권 이주민, 우크라이나 전쟁난민이 주를 이룬다. 독일 전체 인구가 늘고 있다. 1990년 통일 당시 7980만명 인구가 지난해 8450만명으로 늘었다. 영국의 6796만명, 프랑스 6488만명보다 약 2000만명 더 많다. 독일은 유럽 경제최강국으로 인구수에 기반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명목 GDP는 4조5000억달러로, 일본 4조2000억원을 제치고 세계 3위로 도약했다. 또한 세
07.16
지난 6월 5일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기대 이상이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정부의 초대를 받은 아프리카 유엔회원국 54개 국가 중 우리가 초청한 48개국이 모두 참석했고 이중 33개국이 정상급 인사를 파견했다.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개최된 아프리카와의 정상회의임에도 최근 아프리카와 회의를 개최한 러시아 튀르키예 일본 이탈리아의 정상급 참석 규모를 뛰어넘는다. 아프리카 출장마다 경험했듯 한국의 위상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기대를 회의 기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에 12건의 협정 및 조약이 이루어졌고, 핵심 광물 협력 2건을 비롯해 총 34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다.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핵심 키워드는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강한 연대다. 정상회의를 통해 한-아프리카는 경제동반자협정(EPA),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등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했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
07.12
미국과 영국 프랑스 경제가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다. 선진 주요국들의 정치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이들 국가의 시장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을 맞고 있다. 선진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 세계시장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오는 11월 대선을 치르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안감도 높아졌다. 영국과 프랑스는 조기 총선을 통해 중도노선의 지도자들이 새 내각을 구성하게 됐지만 좌와 우의 갈등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 험난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경제 1위와 6위와 7위인 미・영・프의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 역시 안갯속으로 빠져들 위험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경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트럼프2기는 심대한 위험” 뉴욕타임스(NYT)는 8일 로버트 E 루빈 전 미 재무장관과 케네스 체놀트 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회장의 공동기고문 ‘트럼프2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리스크(The
07.11
민주주의의 본진을 자임하는 나라들의 정치가 어수선한 시절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이끌어왔던 미국 정치도 흔들린다. 극우로 분류되는 국민연합의 의회 집권은 간신히 막았다지만 자유 평등 박애를 기치로 내건 혁명의 후예 프랑스 정치도 이전 같지 않다. 유럽 몇몇 나라에서 나타나는 극우파의 결집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이 와중에 이란에서 특이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개혁파 대통령이 등장한다는 소식이다. 서구의 시선으로 볼 때 가장 반(反)민주주의적인 신정국가에서 체제 핵심 권부와 결이 다른 대통령이 선출되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신선했다. 보궐선거였고 이란 정치의 보수적 지형상 으레 전임과 비슷한 결의 후보가 당선되려니 하다가 갑작스런 결과에 다들 놀라고 있다. 투표율 올리려던 최고지도자의 오판 의외의 결과를 얻게 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최고지도자와 핵심권부의 오판 때문이었다. 지난 5월 19일 불의의 헬기 사고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하고 불과 한달여 만인 6월
07.09
필자는 2018년 4월 베이징을 방문했다. 외교차관으로서 한중 경제공동위원회에 참석하는 것이었지만 사드(THAAD)배치로 야기된 중국측의 보복을 완화해 보려는 것이 출장의 목적이었다. 지금까지도 강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첫날의 북경 주재 기업인 간담회다. 우리 기업인들은 상승하는 중국의 국력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삼키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핀테크(FinTech)나 전기차처럼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과잉생산 능력을 키워서 세계시장을 석권하려는 전략이 먹힌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중국 청년들은 의사나 공무원보다 기업가가 되려고 하며 사드 보복에서 보듯 정부와 국민들의 일사불란함도 한국이 중국을 당해내지 못할 이유라는 설명이었다. 놀라운 이야기는 한중 커플에 관한 것이었다. 수교 후부터 나오기 시작한 한중 커플은 자녀의 국적으로 대개 한국을 선호했는데 이제는 다수가 중국을 택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중국의 미래를 밝게 본다고 부연했다. 심지어 앞으로 200~300
07.05
대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세계적 인구이동 추세다. 경제 문화 교육 등 여러 측면에서 대도시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캐나다 상황은 조금 다르다. 최대 도시 토론토나 밴쿠버를 탈출해 중소도시로 가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주택문제도 큰 요인 중 하나다. 토론토 1베드룸 월세 약 250만원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민 51%는 ‘정부가 주택문제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타리오부동산협회(OREA)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주택문제가 악화된 원인으로는 건축비 상승, 이민자 증가, 금리인상, 기술직 인력부족 등을 꼽았다. 부동산중개업체 렌털스(Rentals.ca)는 지난 5월 말 기준 캐나다의 평균 월세가 2200캐나다달러(이하 달러, 약 220만원)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5월 대비 9.3% 오른 것이다. 1베드룸 기준 밴쿠버의 평균 월세는 2671달러(약260만원)로 가장 비쌌
07.04
한국인들이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도 베트남에 가장 강력한 매력을 느끼는 것은 여러모로 확연하다. 동남아를 방문하는 한국인 3명 중 1명이 베트남을 찾고, 동남아 거주 한인들의 60% 정도가 이 나라에 집중되어 있으며, 심지어 국제결혼 상대도 베트남인 특히 베트남 신부가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베트남에 대해 한국인들이 갖는 특별한 애착을 말해준다. 동남아 전문가들과 대다수 한국인들은 두나라 간의 특별한 관계가 문화적 특질과 역사적 경험에서 나타나는 유사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유교의 영향, 중국 주변 국가로서의 동병상련, 외침과 식민지 경험, 분단과 내전 그리고 고도성장 등 많은 문화적 역사적 공통점이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낳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통설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베트남이 좀 더 한국과 비슷하다는 말이다. 두 나라 사이에는 유사성보다 차별성이 더 뚜렷하게 부각된다. ‘공식적으로’ 54개 민족의 다민족 국가 한국인들이 베트남의
07.02
테슬라 주주들이 지난달 14일 텍사스 오스틴 테슬라 본사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480억달러나 되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급여 패키지를 재승인했다. 이번 주주 투표는 델라웨어 법원이 2018년 테슬라 이사회가 승인한 머스크 CEO의 인센티브 패키지를 무효화한 지 몇달 만에 다시 이를 뒤집은 것이다. 2018년 이사회가 승인한 머스크의 인센티브 패키지 급여는 56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동종업계 평균치보다 무려 250배나 많은 것이다. 이 패키지는 머스크가 매출 또는 이익 벤치마크를 달성하고 회사의 주식가치를 6500억달러로 늘리면 수백억달러 상당의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월급과 보너스를 받지 않는 대신 회사 매출과 시가총액 등 목표달성 여부에 따라 12차례에 걸쳐 최대 3억300만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전부 받을 경우 총가치는 2018년 당시 기준 560억달러로 추산됐다. 이러한 목표의 대부분은 2018년
06.27
다음달 4일 총선을 앞둔 영국에서는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지난 14년간 집권해온 보수당이 크게 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인 영국개혁당(Reform UK Party)의 돌풍이 무섭다. 브렉시트 찬성 운동의 주역인 나이젤 패라지가 이끄는 이 정당은 가장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걸었다. “비필수인력의 이민을 동결하고 도버해협을 건너오는 불법이민 신청자들을 즉시 추방하겠다.” 이것은 영국개혁당이 지난 17일 선거공약에서 방점을 둔 분야다. 의료와 요양 등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이민을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공약은 수세에 몰린 보수당을 더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 패라지는 불출마를 번복하고 이달 초 출마를 선언했다. 650개 선거구에서 한명씩 뽑는 영국 총선에서 개혁당은 609개 지역구에 후보를 냈다. 보수진영이 분열하고 개혁당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면서 보수당의 지지도는 덩달아 하락했다. 지난 17일 정당 지지도를 보면 제1야당 노동당이 42%, 보수당이 21%, 개
06.25
최근 미국에서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SNS) 사용에 대한 규제 여부를 놓고 논쟁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공중보건정책 최고책임자 중 하나인 비벡 머시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이 술이나 담배처럼 SNS 플랫폼에도 위험 경고문을 넣자는 제안을 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6월 17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의 자살과 우울증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표시를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이 긴급한 위험상황에 놓였다면서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경고문을 의무화하는 법을 의회가 당장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경고문은 부모와 청소년에게 SNS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고, 정신건강 위기를 개인이
06.24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양극단이다. 도시는 숲과 농지를 파괴하고 세워진다.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엄청난 소비가 일어나는 환경파괴의 중심이다. 그러나 적절히 설계되고 관리된다면 도시는 인류가 지구에 거주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 도시는 인간문명이 퇴화하는 곳이 아니라 환경과 인간 복지를 재생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세계 많은 도시들이 이런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① 지역냉난방 도시의 특징은 높은 밀도다. 도시의 높은 밀도는 효율적인 냉난방이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특히 한국처럼 도시 인구 대다수가 아파트나 빌라 등 집합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지역냉난방의 효율은 한층 더 높아진다. 지역냉난방은 중앙에 있는 냉난방 시스템이 파이프 연결망을 통해 온수와 냉수를 여러 건물에 공급한다. 열병합발전소나 열펌프(히트펌프)가 난방과 온수용으로 쓸 뜨거운 물을 공급하고 터보냉각기가 냉방용 물을 공급한다.
06.20
6억4000만 인도 유권자의 선택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4월 19일부터 6주간 있었던 선거는 지구촌 최대의 민주주의 축제였다. 6월 1일 마지막 투표를 마치고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는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의 압승이었다. 그런데 6월 4일 개표가 시작되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BJP가 과반인 272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240석을 얻는데 그친 것이다. BJP는 여당연합인 NDA(National Democratic Alliance)를 통해 결과적으로 과반이 넘는 293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로써 모디정부는 3연임에 성공하고 정권을 재창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디정부는 2014년 정권 출범 이래 최초로 여타 정당들과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모디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을 뒷받침한 것은 안정적으로 75~76%를 유지한 높은 국내 지지도(approval rating)였다. 높은 지지도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모디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이번에는 400석 이상
06.19
질문하는 사람에서 질문받는 사람이 되면 난감하다. 한국에 돌아오고 종종 강연에 나설 때가 있다. 소재는 실리콘밸리다. 주로 돈 안되는 이야기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지금 유망한 기술이나 곧 떠오를 주식회사는 필자의 관심사가 아니다. 실리콘밸리가 형성된 배경, 창업가들이 품었던 마음, 기술기업이 꿈꾸는 세계에 대해 말한다. 원칙은 현지에서 보고 듣고 읽고 느끼고 생각한 실체를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어설픈 과장과 안이한 감동은 금물이다. 3년이란 특정한 시간과 한정된 공간을 향유한 경험을 미국 전체로 일반화하려는 오류에 빠져서는 안된다. 달콤한 ‘기술 낙관주의’에 기대 실리콘밸리를 이상화하려는 유혹도 이겨내야 한다. 시각각 변하는 환경에서 이미 과거가 된 자신의 체험을 계속해서 상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연할 때마다 절감한다. 룰루레몬과 자포스의 사례가 의미하는 것 설명이 끝나고 질문을 받을 때면 긴장되면서도 커다란 환희를 느낀다. 얼마 전 빅테크로 대표되는 실리
06.18
올해의 미국 선거를 전세계 각국에서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지만, 그 향방에 대한 예측은 그 누구도 자신하지 못한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조차도 바이든과 트럼프 우위가 서로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는 불과 일주일 전에 사업 기록을 위조한 34건의 중범죄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았다.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지만 판결 직후의 몇몇 여론조사의 결과에서는 바이든이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죄 판결 직후 시행된 ABC/입소스(Ipsos)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약 49%가 트럼프의 선거운동 중단을 원한다고 답했다. 무소속 유권자들만 보면 해당 대답을 선택한 응답자가 절반 이상이다. 그러나 판결 전과 후의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낙태금지’ 비판여론에 기대 거는 민주당 이렇게 미 대선의 판세가 안갯속 형국이 되면서 언론 및
06.17
일본 공영방송 NHK는 2021년 대하드라마 ‘푸른 하늘을 찔러라(靑天を衝け)’를 방영했다. 주인공은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 일본경제의 근간을 설계한 인물로 평가받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 시부사와는 일본 새 1만엔권 얼굴이다. 일본인은 유별나게 현금을 좋아한다. 일본 중앙은행이 다음달 1만엔권 등 3종류의 새로운 지폐를 발행한다. 화폐의 액면단위를 낮추는 ‘디노미네이션’ 등 화폐개혁이 아닌 기능적 교체인데도 이를 둘러싼 경제적 기대효과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신권 인식 기기 교체 최대 14조원 효과 일본 재무성은 새 지폐 발행으로 은행 자동입출금기(ATM)와 승차권 및 식당 발매기 등의 기기를 교체하는 데 5000억엔(약 4조4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기대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는 △새 화폐 발행 직접 비용 △새 화폐 발행에 따른 ATM 및 CD 기기 교체 비용 △자동발매기 교체 비용 등 직접 효과만 1조6000억엔(약 14조1000
06.14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온 세계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놀랍게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푸틴 편에 섰다. 한때 제3세계로 불리던 글로벌사우스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자원과 시장, 노동력을 두루 갖춘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이 신냉전 시대의 캐스팅보트까지 거머쥐는 모양새다. 13~15일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는 글로벌사우스를 핵심 의제로 다룬다. 지난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렸던 G7정상회의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글로벌사우스를 중대 사안으로 다루는 것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등 외신들도 글로벌사우스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세계 GDP 40%, 인구 85% 차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글로벌사우스를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How
06.13
지난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통해 2020년대를 이끌어갈 유럽 정치지형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임기 5년의 유럽의회 선거는 1979년 이후 정기적으로 9와 4로 끝나는 해에 유권자의 직접 투표로 치러졌다. 2019년에 이어 진행된 2024년 선거는 3억5000만에 달하는 유권자가 720명의 의원을 뽑는 민주주의의 대잔치였다. 6월 초 비슷한 시기 막을 내린 인도의 10억여명 유권자보다는 수가 적지만 유럽은 27개국의 국민이 참여하는 다국적 선거로 다양성이 돋보이며 의원수도 인도(543석)보다 많다. 우파 약진했지만 중도협력 계속될 듯 이번 선거를 통해 두개의 커다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극우 민족주의 세력의 부상이다. 유럽통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극우세력들은 유럽의회에서 이제 1/4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정도로 세력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민족 중심 시각을 가진 이들 정치집단은 유럽 차원의 협력에는 능하지 못하다. ‘정체성과 민주주의(I&D)’
06.11
필자의 전공은 정치학으로 동남아의 비교정치를 연구 강의해왔고, 오래전 인도네시아의 정치경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그런데 정작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을 느끼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이고 그중에서도 역사에 관심이 많다. 베트남 역사를 생각할 때마다 필자는 진한 감동을 느끼고 귀한 교훈을 얻는다. 베트남에 대해 한국인 여행가들이나 작가들이 쓴 대중서를 보면 한결같이 한국과 닮은 것이 많다고 쓰여 있다. 특히 역사는 외침과 외세의 지배, 단일민족과 분단, 내전,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단계들이 많이 유사해 보인다. 양국민이 느끼는 문화적 친밀감도 높아 한국 대중문화는 베트남인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여행하고 거주하는 나라이며, 심지어 배우자 후보로도 베트남인이 인기 1위를 차지한다. 10여년 전 베트남 주석이 한국을 “사돈나라”라고 불렀듯이 베트남은 한국에게 ‘아주 특별한 외국’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베트남을 전공하는 학자
06.10
몇년 전 일본 출장 중에 야스쿠니 신사를 가 보았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가 그렇게 비난할 일이었는지 반신반의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신사는 전몰자들의 위패만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태평양전쟁과 아시아 식민지 경영을 정당화하고 일본의 위대한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는 전시장이 있었다. 분노 속에서 신사를 나왔다. 이렇게 된 것은 2차대전 직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이 일본을 동북아의 반공기지로 삼고자 제국주의 체제를 거의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범재판을 받던 인물이 총리까지 되었으니 전후 일본은 일본제국을 승계한 꼴이 되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발전하는 한국을 질시하고 강해진 중국은 경계해가며 미국만 붙들고 있게 되었다. 참으로 답답한 이웃이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지난 수년간의 한국외교는 이런 일본에게 뭔가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외교정책은 상대방과 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국제정세에 대한
06.07
해마다 봄철이면 캐나다는 극심한 산불로 몸살을 앓는다. 올해도 지난 5월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와 앨버타 등 서부 일부지역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동부 대서양 연안에서는 허리케인과 홍수에 따른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캐나다는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실감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 대책도 실제적이다. 특히 온실가스배출 감축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차 보급이다. 하지만 캐나다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는 각종 정치 경제적 이해타산과 지리적 현실이라는 복잡한 방정식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순찰차가 중간에 멈춘다면 캐나다연방경찰(RCMP)은 연방정부의 정책에 따라 2035년까지 약 1만2000대의 승용차와 트럭을 가능한 많이 무공해 차량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는 캐나다 연방정부의 방침으로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목표에 경찰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연방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