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프 ‘경제 불확실성’ 깊어지나
트럼프2기 “심대한 리스크” 예고… 영·프 ‘중도노선’ 운신 폭 좁아
미국과 영국 프랑스 경제가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다. 선진 주요국들의 정치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이들 국가의 시장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을 맞고 있다. 선진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 세계시장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오는 11월 대선을 치르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안감도 높아졌다. 영국과 프랑스는 조기 총선을 통해 중도노선의 지도자들이 새 내각을 구성하게 됐지만 좌와 우의 갈등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 험난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경제 1위와 6위와 7위인 미・영・프의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 역시 안갯속으로 빠져들 위험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경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트럼프2기는 심대한 위험”
뉴욕타임스(NYT)는 8일 로버트 E 루빈 전 미 재무장관과 케네스 체놀트 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회장의 공동기고문 ‘트럼프2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리스크(The Enormous Risks a Second Trump Term Poses to Our Economy)’를 실었다. 기고문은 “트럼프는 정상적인 후보가 아니다”라면서 “트럼프 2기는 우리 경제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임기 때 이미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3조9000억달러의 빚을 더했다. 초당적 기구인 ‘책임있는 연방예산 위원회(CRFB)’는 2017년 세금감면 정책 하나만 다시 실시하더라도 연방정부 부채가 또 다시 3조900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기고문은 미국경제가 노동자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이민자 수를 줄이려 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기업들이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위해 이미 해외로 일부 사업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수백만명의 불법 체류자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는 전반적인 관세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기고문은 “관세인상은 제조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가격부담을 안길 것”이라면서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고, 다른 나라들은 미국 수출업자들에게 보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또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독립성을 축소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기고문은 “미국경제의 장기적 건전성보다는 자신의 집권기간 동안 정치적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금리정책을 취하도록 압박을 넣을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경제 자문인 피터 나바로는 트럼프 집권 시 취임 100일 내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고문은 “트럼프 2기의 거의 모든 어젠다들이 경제적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그의 어젠다는 혼란과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불안정이 초래되고 투자와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한편 관세와 이민규제, 대규모 재정적자로 인플레이션이 가중될 것이라고도 했다.
“증세없이 공약 실천 어떻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의 ‘키어 스타머의 어려운 선택들(Keir Starmer’s difficult choices)’이라는 칼럼을 통해 “스타머정부는 보수당의 실패와 노동당의 약속 사이에 갇힌 꼴”이라면서 험난한 앞날을 예고했다.
과연 스타머 총리는 성과를 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칼럼은 “스타머는 보수당정부의 명백한 실패 때문에 집권했다”면서 “또한 2007~2009년 금융위기에 이은 브렉시트와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았다는 점도 스타머가 집권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칼럼은 그러나 스타머 총리가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개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러한 신중함이 그의 행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상했다. 스타머 총리는 당장 공공서비스, 특히 국민보건서비스(NHS)와 지방정부 재정 등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칼럼은 “빚을 더 내거나 세금을 더 거두지 않고도 이런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칼럼은 영국중앙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앤디 홀대인의 입을 빌려 “스타머정부가 보다 과감한 행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칼럼은 “스타머정부가 유럽연합(EU)과 좀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과감한 자유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규제를 완화하고 혁신을 지원하며 권력을 분산시키고, 세제를 개혁해야 한다. 연금제도를 강화하고 평생학습을 도입하고 이민을 합리화하며 공공서비스와 행정의 효율화를 기해야 한다. 세금을 올려야 한다. 여기엔 토지세 개혁과 온실가스 방출세 부과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럼은 “스타머정부는 보수당의 실패와 노동당의 약속 사이에 갇힌 꼴”이라면서 “스타머 총리가 그 함정에서 벗어나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글을 맺었다.
“시장에 새로운 불확실성 주입”
미국 CNN방송은 8일 ‘프랑스 총선 결과는 새로운 불확실성을 시장에 주입했다(French election results inject fresh uncertainty into markets)’라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이번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연합이 승리했지만, 과반의석인 289석에 미치지 못했다.
CNN은 “프랑스 의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조각조각으로 구성될 전망”이라면서 “서로 대립하는 3개의 블럭이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어젠다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합종연횡을 하거나 마비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프랑스 총선의 대 이변 이후 프랑스 주식과 국채가 방향을 찾기 위해 요동치고 있다”며 시장의 극심한 불안감을 전했다.
46세 중도주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친성장 경제개혁을 추진해 왔다. 총선 결과 극우정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투자자들의 이탈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CNN은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의 입장을 주목했다. 르 메르 장관은 8일 사회관계망 ‘X(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총선 결과 가장 임박한 위험은 금융위기와 국가경제의 침체”라고 경고했다. 2차투표에서 좌파연합인 신인민전선(NPF)이 1위를 차지했다는 결과를 접한 르 메르 장관은 “NPF의 계획은 과도하고 비효율적이며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주의 정책은 지난 7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와 공장을 만들었다”면서 “NPF의 계획은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주의정부를 무너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은 시장 전문가들의 태도도 주목했다. 라보뱅크 애널리스트는 8일 프랑스 차기 정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프랑스 국채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조기총선 이전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와 독일 국채 간 금리차를 뜻하는 스프레드가 더 벌어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CNN은 초당적 좌파연대인 ‘공화주의 전선(RF)’이 극우세력의 집권을 막아냈지만, 과반세력 없이 의회가 분열된 채로 남겨진 것에 주목했다.
CNN은 “교착상태의 의회는 핵심 개혁법안들을 통과시킬 수 없다. 예컨대 프랑스 국내총생산(GDP) 대비 110.6%인 정부부채를 줄이는 정책을 취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프랑스는 세수와 지출 간 차이로 GDP의 5.5% 규모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총선에서 1위를 한 NPF는 그럼에도 최저임금 인상과 핵심 상품들의 가격동결 등 대대적인 지출 공약을 내걸었다”고 전했다.
베른버그뱅크의 홀거 슈미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8일 보고서에서 NPF의 계획은 감당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 결과는 프랑스 재정문제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면서 “프랑스는 내년 EU규정에 따른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데 애를 먹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의 정치 불안정이 경제 불확실성을 낳고 있는 형국이다. 그로 인한 세계경제의 타격은 예측불허다. 한국처럼 수출비중이 높은 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 클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는 올 상반기에만 한국은행에서 역대 최대규모인 91조원의 빚을 당겨썼다고 한다. 내수 침체로 세입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 감면과 부자감세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다. 세계경제의 먹구름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인데 국고가 텅텅 비었다. 위태위태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