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미 대선, 7개 경합지역은 어떤 후보 품으로?
올해의 미국 선거를 전세계 각국에서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지만, 그 향방에 대한 예측은 그 누구도 자신하지 못한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조차도 바이든과 트럼프 우위가 서로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는 불과 일주일 전에 사업 기록을 위조한 34건의 중범죄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았다.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지만 판결 직후의 몇몇 여론조사의 결과에서는 바이든이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죄 판결 직후 시행된 ABC/입소스(Ipsos)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약 49%가 트럼프의 선거운동 중단을 원한다고 답했다. 무소속 유권자들만 보면 해당 대답을 선택한 응답자가 절반 이상이다. 그러나 판결 전과 후의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낙태금지’ 비판여론에 기대 거는 민주당
이렇게 미 대선의 판세가 안갯속 형국이 되면서 언론 및 선거분석 매체들의 관심이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즉, 경합주에 쏠리고 있다. 현재 미국의 최대 관심 지역인 경합주는 소위 ‘블루 월(Blue Wall)’이라고 불리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과 선벨트 지역인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이렇게 7개 주다.
양 선거 진영 모두 지난 선거 결과에 기반을 두고 선거인단을 예측하고 있다. 2020년 바이든은 25개 주, 컬럼비아 특별구,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를 중심으로 한 의회 선거구(선거구별로 선거인단의 일부를 배정하는 2개 주 중 하나)에서 승리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25개 주와 선거구별로 일부 선거인단을 배정하는 또 다른 주인 메인주의 시골 의회 선거구에서 승리했다. 이 계산에 따르면 2024년 바이든이 획득할 수 있는 선거인단수는 303명 트럼프가 획득할 수 있는 선거인단 수는 235명이다. 바이든의 무난한 연임 성공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측이 확실하게 장악한 것으로 보이는 주를 따로 떼어놓고 살펴보면 바이든의 우위는 사라진다. 트럼프가 승리한 25개주 중 노스캐롤라이나는 트럼프가 3%p 미만의 차이로, 플로리다는 트럼프가 4%p 미만의 차이로 이긴 지역들이었다.
그런데 바이든이 이 두 지역에서 승리를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바이든은 얼마 전에 발효된 플로리다의 ‘임신 후 6주 이상 낙태금지’ 조항에 대한 비판을 강조하면서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플로리다의 우경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민주당이 플로리다에 막대한 선거자금을 투자할 것이라고 믿는 분석가는 거의 없다.
게다가 민주당은 사실 2008년 이후 대통령 선거나 상원 선거와 관련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샬럿 주변의 화이트칼라 교외 지역에서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보수 성향의 백인 은퇴자들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점차 보수 지역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트럼프는 종종 큰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곳에서 법무부장관 조쉬 스타인과 성소수자를 ‘오물’로 묘사하고 여성이 투표할 수 없었던 시대를 긍정적으로 표현한 사회 보수주의자 마크 로빈슨 부지사와 맞붙는 주지사 선거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작년에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가 통과시킨 ‘임신 후 12주 이상 낙태금지’에 대한 불만도 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 쟁점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애리조나와 네바다에서 민주당의 희망은 대부분 낙태 정책에 집중되어 있다. 두 지역 모두 주 헌법에 낙태와 관련된 권리를 포함하고자 하는 주민 발의안이 투표에 부쳐질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각 주의 유권자 대부분은 모든 또는 대부분 경우의 낙태가 합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리조나는 최근 공화당이 장악한 주 대법원이 186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낙태 전면 금지를 복원하기로 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바이든이 방어해야 할 지역 훨씬 많아
그런데 오히려 바이든이 방어해야 할 지역이 훨씬 더 많다. 블루 월 지역에는 백인 노동계급 유권자가 상당수 거주하지만 바이든은 노조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위스콘신에서 흑인 유권자에게 다가가고 대학 캠퍼스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지역 모두 흑인 인구가 많고 여러 대학이 있는 대표적인 지역들이다.
2020년에는 25개 주 중 조지아 애리조나 위스콘신 등 3개 주에서 1%p 미만의 차이로 이겼고, 펜실베이니아에서는 1%p 차이로 승리했다. 또한 미시간과 네바다에서도 각각 약 2.5%p 차이로 승리해 총 6개 주에서 바이든이 3%p 미만의 차이로 이겼다. 문제는 약 7%p 차이로 바이든이 승리했던 미네소타와 뉴햄프셔조차도 지지율이 여전히 높지만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미시간은 바이든의 지속적인 약세 지역이었다. 최근 발표된 CBS/유고브(YouGov)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미시간에서 트럼프를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 몇달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확실하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이 미시간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바이든이 미시간에서 패배할 경우 가장 그럴듯한 대안은 총 17명의 대의원이 있는 애리조나와 네바다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이다. 조지아나 노스캐롤라이나(각각 16명)도 미시간주를 대신할 수 있지만 두 곳 모두 현재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천문학적 광고비를 경합주에 쏟아 부어
이러한 분석은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이에 따라 변화된 투표 양상을 반영한다. 바이든은 민주당 후보들이 그동안 그랬듯 여전히 백인 유권자보다 유색인종 유권자들에게서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지지율 추이는 일반적인 경향을 거스르고 있다. 트럼프는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 특히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2020년보다 더 많이 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바이든은 청년층보다 노년층에서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2024년 대선의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2020년 이후 바이든이 노년층과 백인이 좀 더 많은 블루 월 지역보다 인종적으로 다양하고 청년층이 많은 선벨트 지역에서 더 많은 지지를 잃은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흑인 유권자의 바이든 지지율 하락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에서도 그를 위협하고 있지만, 전체 유권자 중 소수인종이 훨씬 많은 선벨트 주에서는 오히려 그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다양성이 적은 경합주에서 바이든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현재 대부분 선거자금은 이 7개 주에 쏟아지고 있다. 바이든과 그의 지지자들은 경선에서 이미 펜실베이니아 지역 광고에 약 400만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미시간에서 지출한 금액보다 살짝 모자라는 수준일 뿐이었다. 트럼프와 그를 지지하는 단체들이 해당 기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약 70만달러만 지출한 것과 차이가 있다. 바이든 진영은 흑인 유권자와 청년층의 지지 확보를 위해 위스콘신에도 20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지출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이 경합주를 중심으로 선거의 향방을 알기 위한 언론과 선거 전문매체들의 여론조사가 미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연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와 바이든과 트럼프 각 진영의 유세 현황을 보면 얼마나 이 7개의 지역이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는 시점, 270명의 과반수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