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의 인도 톺아보기
인도 총선민의와 모디 3기 정부의 과제
BJP는 여당연합인 NDA(National Democratic Alliance)를 통해 결과적으로 과반이 넘는 293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로써 모디정부는 3연임에 성공하고 정권을 재창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디정부는 2014년 정권 출범 이래 최초로 여타 정당들과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모디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을 뒷받침한 것은 안정적으로 75~76%를 유지한 높은 국내 지지도(approval rating)였다. 높은 지지도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모디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이번에는 400석 이상(Abki baar 400 paar)’을 선거표어로 내걸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모디정부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2004년 ‘빛나는 인도’ 선거전의 데자뷰?
2004년 총선에서도 BJP는 당시 바지파이(Atal Bihari Vajpayee)정부가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빛나는 인도(India Shining)’ 캠페인을 벌였다. 출구조사 결과도 BJP가 주도하는 연합정당 NDA의 안정적인 승리를 예측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야당 연합인 UPA가 218석으로 뜻밖의 승리를 거두었다. 국가 전체로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로 인한 혜택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다는 빈곤층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도시와 기업 부문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BJP의 경제 정책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농촌이 겪는 고통과 농업 부문이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20년이 지난 2024년 선거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세계 최대의 경제를 세계 최고의 성장률로 이끌고 있다는 모디정부의 과도한 자신감은 오히려 독이 됐다. 정부가 발표하는 여러 성과와 거시경제 지표들이 농촌 빈곤층, 나아가 경제성장을 열망했던 청년층에게도 성과로 체감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의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국가 전체 GDP와 개인소득에는 큰 괴리가 있었다. 지난 10년 간 인도의 GDP는 1조8000억달러에서 3조7000억달러로 두배 이상 확대되었고, 모디정부의 집중적인 투자로 신규 도로 공항 항구 지하철 등 인프라 건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례로 지난 10년 간 건설된 국도는 연장 5만4000㎞로 과거 10년의 두배에 달한다.
반면 민간부문의 투자는 2007~2008년 GDP 대비 27.5%로 정점에 달했으나 이후 2020~2021년에는 19.6%로 떨어졌다. 또한 대부분의 영세사업자와 농민 등은 과감한 모디정부의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2016년 화폐개혁의 여파, 2017년 새로운 간접세 도입에 따른 부작용,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록다운으로 실업에 내몰린 것이 이들이다.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World Inequality Database)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인도의 불평등 수준은 지난 100년을 통틀어 가장 높아졌다. 상위 1%가 국가 부의 40.1%를 독차지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이같은 인도 부자들의 모습이 노출되면서 상속세와 부의 재분배에 대한 논의는 인도 선거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지난 3월 릴라이언스 그룹의 억만장자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가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이방카 트럼프 같은 셀럽을 아들 결혼식의 사전 파티(pre-wedding bash)에 초대해 큰 화제를 모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암바니 가문의 여성들이 무굴 제국시대의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호화로운 파티 장면이 퍼져나갔다.
이번 선거에서 BJP와 야당인 인도의회당(Congress)의 선거공약은 매우 유사했다. 그런데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었다. 인도의회당은 ‘평등’과 ‘사회정의’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결국 고성장을 기록하며 선거에서 자신감을 보였던 BJP는 2004년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성장에서 소외된 계층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2024년 ‘선진 인도’의 향방은?
총선 결과가 발표된 당일 인도 주식시장은 6% 급락했다. BJP의 정부 구성과 특히 연정 파트너들의 경제정책 방향에서 비롯한 불확실성이 하방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 주식시장은 다음날 곧바로 회복한 데 이어 14일에는 인도 벤치마크 시장지수인 니프티(Nifty)50이 55포인트(0.24%) 상승한 2만3453.90으로 마감하며 신기록을 세웠고, 시가총액도 처음으로 5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인도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한 편인 데다가 모디 3기 정부가 추진하는 인도의 경제성장 전략이 인프라 확충을 통한 제조업 발전, 그리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국민소득 증가를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직후 발표된 통계청(NSO)의 성장률 추정치에 따르면 2023~2024년 인도의 GDP 증가율은 8.2%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모디 3기정부에서는 세력이 커진 연정 내의 여타 정당 및 야당 연합과의 협상이 중요해질 것이다. 연방제로 시장규제 토지획득 치안 보건 등 지방정부의 독자적인 결정권이 강한 인도의 정치 구조상 텔루구데삼당(Telugu Desam Party)과 같이 독자 노선을 걷는 지역 정당과의 협치도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모디 2기 내각을 구성했던 장관들 중에서 국방 내무 재무 산업 외교 등 주요 부처 장관은 모두 유임했다. 모디 1기와 2기를 함께 해온 BJP 출신 각료가 주요 부처를 다시 맡게 됨에 따라 모디 3기 정부 정책의 연속성은 상당 부분 확보되었다. 따라서 모디정부 3기에서도 인도 경제는 고속성장을 지속하며 ‘선진 인도(Viksit Bharat 또는 Developed India)’의 비전 실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모디 3기 경제정책의 방향 및 분야별 추진 계획은 오는 7월 예산 수정안이 발표되면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반영해 7월 예산안에는 농민과 빈곤층을 위한 복지 및 지원 계획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퓰리즘성 지출뿐만 아니라 연정 파트너의 요구를 반영한 추가 자원의 투입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도 경제성장에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농업 종사 인구와 빈곤층을 인도 경제성장의 사이클에 합류시켜야 할 것이다. 2023년 기준 인도의 농업 인구는 6억5000만명, 무료식량배급 대상만 해도 무려 9억2000만명에 달한다.
이와 더불어 독단적인 정부 정책은 방향성이 옳다고 하더라도 국민과 시장에 부담을 안겼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민간투자 비중이 오히려 떨어진 데에는 정책적 불확실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